고독했던 40년의 mRNA 연구, 결국 노벨상 거머쥐었다

"수백만 생명 구해"…카탈린 카리코와 드류 와이스먼 노벨생리의학상 공동 수상

사진은 왼쪽부터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와 드류 와이스먼(Drew Weissman). 이들은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후원하고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IVI)가 주최하는 ‘박만훈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COVID-19)에 효과적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에 결정적인 공을 세운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 독일 바이오엔텍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Drew Weissma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2일(현지시간) 수상자들의 발견은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 mRNA 백신 개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획기적 발견은 mRNA가 면역 체계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변화시켰다”면서  “(이를 통해) 현대 인류 건강에 대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였던 시기에 전례 없는 백신 개발이 가능하도록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엄기 서열이 바뀐 mRNA는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오른쪽)을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ó)와 드류 와이스먼(Drew Weissman)가 발견. [그래픽=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
가망없다던 mRNA 백신과 치료제 가능성 열어 

메신저RNA로도 불리는 mRNA는 우리 몸 속 모든 세포에 들어있다. mRNA는 면역체계가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인체를 가르칠 수 있다. 우리 몸이 자체적으로 의약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때문에 질병에 따라 다르게 설계해 몸 속에 집어넣으면 치료 및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접종했던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모두 이런 원리를 이용했다.

물론 처음부터 백신 및 치료 목적으로 mRNA 기술이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에 세포 배양 없이 mRNA를 생산하는 ‘체외전사’ 기술이 개발되었다. 당시 mRNA는 불안정하고 전달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체외에서 생산된 mRNA는 염증 반응을 일으켰다. 당연히 우리 몸에 투여할 수 없었다.

헝가리 생화학자 카리코는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mRNA를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매달렸다. 1997년 면역학자인 드류 와이즈먼을 만난 뒤 카리코의 연구는 속도를 냈다. 두 연구자는 협업을 통해 염기를 변형시킬 경우 mRNA가 세포에 들어가도 염증 반응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mRNA를 백신이나 치료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실마리를 찾아낸 셈이다. 이 연구 결과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15년 전인 2005년에 발표되었다.

2008년과 2010년에 발표된 추가 연구에서 카리코와 와이즈먼은 염기 변형으로 생성된 mRNA를 전달하면 치료나 예방에 사용할 수 있는 단백질 생산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염기 변형이 mRNA의 염증 반응을 감소시키고 단백질 생산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mRNA의 임상 적용에 가장 큰 장애물은 사라졌다.

이후 mRNA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2010년에는 여러 회사가 이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지카 바이러스와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었다. 팬데믹이 발발한 후, 코로나19 바이러스 (SARS-CoV-2) 표면 단백질을 코팅하는 두 가지 염기 변형 mRNA 백신이 기록적인 속도로 개발되었다. 약 95%의 예방 효과가 보고되었으며 두 백신 모두 2020년 12월 초에 승인되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 자료에서 “mRNA 백신 개발의 놀라운 속도와 유연성은 동일한 메커니즘을 다른 전염병 백신에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라면서 “향후 이 기술은 치료용 단백질을 전달하고 일부 암 유형을 치료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심각한 질병을 예방하여 사회가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2020년 12월 11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의 백신 BNT162b2는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인간에게 사용하도록 승인된 최초의 mRNA 약물이 되었다.

150만원 들고 미국 땅 밟았던 헝가리 과학자, mRNA 혁명을 이끌어  

헝가리 출신인 카리코는 1955년 정육점을 운영하던 아버지와 회계사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생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헝가리 세게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카리코는 헝가리 생물학 연구 센터의 생화학 연구소에서 연구 및 박사후 과정을 이어갔다. 1985년 연구소 자금이 끊기자 2살난 딸,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올해 8월 인터뷰 프로그램인 조워커의 팟캐스트에 출연했던 카리코는 당시 수중에 있던 돈은 딸 아이의 테디베어 인형 속에 숨겼던 900파운드(한화 약150만원)뿐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카리코는 1989년부터 펜실베니아 대학교에 고용되어 mRNA를 연구했다. 1990년 mRNA 기반 유전자 치료법을 확립할 것을 제안하는 첫 번째 연구비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면역학 교수였던 와이즈먼을 만나 mRNA 연구의 새 지평을 열었다. 카리코 교수는 2013년부터는 바이오엔텍에 합류했고, 부사장을 거쳐 2019년에 수석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미국 출신인 와이즈먼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과대학의 RNA 혁신 연구소 소장 겸 의과대학 교수직을 맡고 있다. 1959년 유대인 아버지와 이탈리아 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81년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생화학 및 효소학을 전공하고 제럴드 파스만 연구실에서 일하면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면역학 및 미생물학으로 보스턴 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 센터에서 레지던트를 거쳐 국립보건원(NIH)에서 당시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 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소장이었던 앤서니 파우치의 감독 하에 펠로우십을 마쳤다.

1997년에 와이즈먼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로 옮겨 RNA와 선천 면역계 생물학을 연구하면서 카리코를 만났다. mRNA 연구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과 부족한 연구 지원 부분에 있어 카리코와 뜻을 같이 했던 그는 관련 연구를 함께 진행했다. 2006년에 그는 카리코와 함께 RNARx를 공동 설립했다. 당시 그들의 목표는 새로운 RNA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후 카리코와 와이즈먼의 변형된 RNA 기술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맞서 전 세계에 배포된 화이자-바이오엔텍과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핵심 기반이 되었다. 2021년 와이즈먼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동일한 기술이 인플루엔자, 헤르페스, HIV 백신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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