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쌓인 독성 단백질에도 차이가…치매약 새 표적은

국내 바이오기업과도 판권 계약, 3상 임상서 개선효과 확인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뇌에서 독성 ‘타우’ 단백의 형성을 억제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치매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정식허가를 받은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와는 투약 방법 및 약물 타깃 부위 부터가 다르다.

주사제인 레켐비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의 형성을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약물은 먹는 약으로 타우 응집체를 집중 공격하는 작용기전을 가졌다. 두 가지 독성 단백질 모두 알츠하이머 발병에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환자 맞춤형 치료에 대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중추신경계 질환 전문기업 타우알엑스(TauRx)가 개발 중인 타우 표적 후보물질 ‘HMTM (Hydromethylthionine mesylate)’의 최종 임상 3상 결과가 올해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회의(AAIC 2023)에서 공개됐다. LUCIDITY 연구로 이름붙은 해당 임상 결과, HMTM을 투약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선 신경퇴행 지표들이 유의미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경도인지장애(MCI)부터 중등도 알츠하이머병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환자들에서 인지 및 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를 확인했다”며 “이번 3상 결과를 토대로 허가일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타우알엑스는 신경정신과 분야 석학인 스코틀랜드 에버딘대학 클로드 M. 위식 교수가 설립한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으며, 연구시설은 에버딘에 있다. 위식 교수는 198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클러그 박사의 제자기도 하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임상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MCI)가 발생한 총 598명의 임상참가자가 등록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HMTM 또는 MTC (methylthioninium chloride)를 투약해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하루 16mg 용량의 HMTM을 1년 동안 투약한 치료군에서는 미세신경섬유경쇄(NfL)의 혈중 농도가 대조군 대비 93% 감소됐다. 해당 지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정도를 평가하는 인지검사 점수와 혈중 타우(p-tau 181) 수치 변화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회사는 “NfL 지표는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 분야에 가장 많이 연구된 바이오마커 중 하나”라며 “알츠하이머병과 관련해서는 질병의 중증도와 상관관계가 있으며, 신경 뉴런의 지속적인 손상을 추적하는 지표로도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혜택에도 치료적 한계는 분명했다. 대조군으로 설정된 저용량 MTC 치료군에서도 인지 기능이 유의하게 개선되면서,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ADAS-Cog11) 및 일상수행능(ADCS-ADL23) 개선 등 주요 평가변수 달성에는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추가 분석을 진행한 결과 NfL 지표의 감소는 ADAS-Cog11 지표 및 전체 뇌 용적의 변화와도 연관성을 나타냈다”며 “최종 2년 추적관찰 데이터는 연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타우알엑스는 영국을 시작으로, 올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신약 신청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2020년 6월 메디포럼제약(현 HLB제약)은 타우알엑스와의 계약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HMTM의 국내 판권을 취득한 바 있다. 당시 메디포럼제약은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한국에서의 판권 및 제조권, 지적재산권을 인수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메디포럼제약은 같은 해 10월 에이치엘비(HLB)그룹에 인수되며 HLB제약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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