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수색 투입된 ‘스무살 해병대원’, 왜 실종-사망했나?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부대에 빈소 마련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하천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해병대원 채수근 일병을 수색하는 헬기를 바라보는 한 해병대원. [사진=뉴스1]
경북 예천군에서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던 스무살 해병대원이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사고로 공분이 일고 있다.

사고를 당한 해병 1사단 소속 채수근 일병(20)은 18일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내성천 보문교 인근에서의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실종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수색 이틀째인 19일 오전 9시 3분쯤 갑자기 하천의 모래 바닥이 꺼지면서 채 일병과 다른 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렸다. 함께 휩쓸렸던 대원 2명들은 헤엄쳐 빠져나왔지만, 채 일병은 그대로 실종됐다.

결국 채일병은 19일 오후 11시 10분쯤 실종 지점에서 5.8km 떨어진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소방당국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는 즉시 마린온 헬기로 포항 군 병원으로 후송했고 20일 군부대에 빈소를 마련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장 안전에 대한 고려 없이 군 장병을 수색 작업에 무리하게 투입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8~19일 당시 보문면 미호리 내성천 보문교 인근에서의 수색 작업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의 모습. [사진=뉴스1]
유가족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종 전날 저녁 ‘물조심하라’고 당부했단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채 일병의 부모는 군이 구명조끼조차 입히지 않고 투입했단 사실을 지적하면서 “기본도 지키지 않았다. 살인과 다름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수색 작업을 지켜봤던 주민들 역시 “해병대원들이 구명조끼 없이 장화를 신고 일렬로 내성천에 몸을 담갔다”면서 “일부 대원은 허리 높이까지 물에 들어갔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19일 성명을 통해 “해병대 병사 실종은 무리한 임무 투입으로 인한 인재”라고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군 장병이 대민지원 임무에 투입될 수 있지만, 하천에 직접 들어가 실종자를 수색하는 임무를 경험이 없는 일반 장병에게 맡기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당시 수색 작업 모습을 담은 언론 보도 사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해병대원들은 군복 차림에 군화 혹은 장화를 신고 하천변이나 보트 수색 등에 투입됐으며, 일부 대원은 가방과 판초우의 등의 가벼운 군장을 착용하기도 했다. 반면, 구명조끼나 안전모, 안전줄 등 기본적인 안전장구는 전무했다.

이는 전문 수색 소방대원의 모습과도 크게 차이난다. 소방대원의 경우 안전헬멧, 구명조끼, 다리보호대, 안전줄 등을 착용했으며, 가방 등 별도의 짐 없이 수색 지점에 투입했다. 일부 사진에선 구조대가 급류에 휩쓸려 넘어졌으나 안전줄 등의 보호장구를 잡고 버티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18~19일 당시 보문면 미호리 내성천 보문교 인근에서의 수색 작업에 투입된 소방 구조대원들의 모습.[사진=뉴스1]
채 일병의 사망 이후 군 측은 수색작업에 투입된 장병들의 안전 주의사항을 뒤늦게 점검한 한편, 20일 오전에는 수색 작업을 중단했다.

해병대 1사단 측은 연합뉴스, 한겨레 등을 통해 당시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은 등의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상황을 해명했다. 당시 하천 수색 지점이 깊지 않았으며 당초 하천간 도보 수색 활동이었다면서, 유속이 낮아 지반이 붕괴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20일 오후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 마련된 고 채수근 일병 빈소에서 채 일병의 어머니가 영정 사진을 보고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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