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달나무처럼 단단하고 오래오래”…50주년 맞은 ‘박달회’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공동 수필집 발간

의사 수필문학동인 ‘박달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회원 및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효순 기자]
강석영, 곽대희, 김광일, 맹광호, 박용철, 서광수, 소진탁, 송윤희, 유태연, 이규동, 이병화, 이순형, 이제구, 장여옥, 최신해(가나다 순), 그리고 김지연.

1973년 4월 3일 화요일 저녁, 서울 중구 초동의 한 음식점에 이 열여섯 명이 모였다. 이날 서울 평균기온은 6.9℃였다.

당시 의료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면서 문장가로도 이름을 날리던 열다섯 명을 창립회원으로 의사수필동인회가 발족했다.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고 오래오래 지속되도록 하자는 뜻에서 모임 이름을 ‘박달회’로 정했다. 회장은 연령순으로 한 해씩 맡기로 하고 초대 회장에 서울대 의대 학장을 지낸 병리학자 이제구 교수가 추대됐다. 이미 작가로 데뷔해 의학전문지(의사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던 김지연 소설가는 간사로 출발했다.

“생각, 느낌, 심동(心動)을 적당히 말과 글로 표시할 필요가 있다. 의사들 중에 글을 쓰는 사람들을 모아서 글 쓰는 동호회를 결성한다. 박달의 이름으로!”

17명의 활동회원과 창립 및 작고 회원 등의 글이 실린 박달회 50주년 기념 수필집(제50집).

최근 열린 박달회 50주년 및 50집  ≪반백년 잘 자란 박달≫ 출판 기념식에서 유형준 한림대 의대 명예교수는 박달회 창립 당시를 이렇게 소개했다. 시인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필명이 유담이다.

이렇게 출발한 박달회는 1주년이 되는 이듬해 4월 3일 첫 문집 ≪못다한 말이≫를 낸 이후 매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공동 수필집을 발간했다. 첫 수필집 서문에서 최신해 박사는 “이 책을 내는 의도는 우리의 모임에 참가 못하는 분들에게 나누어 드림으로써, 우리와 자리를 함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정의 가교가 되어 줄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외솔 최현배 선생의 셋째 아들이며, 수필 ‘탐라 기행’을 1945년 잡지 ≪조광≫에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50주년 기념식에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백현욱 한국여자의사회장, 김연종 한국의사시인회장, 유석희 수석회(水石會) 전임 회장, 임선영 의사수필가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 축하 인사를 전했다.

김숙희 박달회 회장(전 서울시의사회장, 서울중앙의료의원 부원장)은 “박달회가 50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은 선후배 간의 존경과 배려, 의학뿐 아니라 문학에 대한 열정이 함께했기 때문”이라면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삶의 속도가 느려지고, 빛은 퇴색하고 있지만 주변의 찬란한 빛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이번에 50주년을 맞아 박달회는 2012년 박달회 제39집부터 50주년 특집호까지 12년 동안 정성을 다해 동인지를 제작한 박성주 ‘도서출판 지누’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했다.

박달회는 지금까지 총 46명이 회원으로 참여, 16명은 작고하고 13명은 중도 탈회했다. 현재 곽미영(중앙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김숙희(회장) 박문일(동탄제일병원장) 박종훈(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양은주(연세대 의대 미래융합연구원 교수) 양훈식(중앙대 의대 명예교수) 유형준(CM병원 내분비내과장) 이상구(이상구신경정신과의원장) 이헌영(세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의원장) 정준기(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조재범(성애병원 가정의학과) 채종일(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최종욱(관악이비인후과의원장) 한광수(인천원광효도요양병원장) 홍순기(청담마리산부인과의원장) 홍영준(원자력병원 전 원장) 홍지헌(연세이비인후과의원장, 총무) 등 17명이 활동한다.

한편 한양대 의대 학장을 지낸 박문일 동탄제일병원장은 2024년 1월 1일부터 회장직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이달 19일 현재 박달회 막내는 양은주(나이 순), 홍영준(입회 순)이며 박달회 맏이는 한광수(나이 순), 유형준(입회 순)이다.

‘새아침의 광합성이 켜켜로 뿌리내리는 순순한 운필(運筆)을 보라’ (유담 시인의 축시 ‘한 줌의 온기가 박달로 자라’ 마지막 부분)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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