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풍성해져요”

몸·마음 함께 움직여...명상 어려울 땐 '걷기 명상'으로 시작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다. 몸이 아픈 사람도 명상을 제대로 수행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사진=JV_LJS/게티이미지뱅크]
몸이 아파도 행복할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말기 암 환자가 삶의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인생을 살기도 한다. 이는 ‘희망 고문’이 아니다. 행복을 찾기까지 노력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전미선 아주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행복은 구체적으로 정의할수록 풍성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있어 행복하다는 말보다는 가족과 캠핑 가서 라면 끓여 먹을 때가 행복하다고 구체적으로 떠올려야 좋다”고 말했다.

막연히 ‘행복해져야지’ 생각해선 기운이 나지 않는다. 행복은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찾아오며 여기엔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가 행복해지는 데 관심을 두는 이유는 환자의 ‘삶의 질’에 마음이 쓰이기 때문이다. 방사선종양학을 전공하는 의사로서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질병을 안고 살아가는 동안 환자가 느낄 불편, 마음의 짐을 더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전 교수가 관심을 갖게 된 분야는 보완대체의학이다. 명상, 마사지, 요가, 심호흡 등이 보완대체의학에 해당하는데 전 교수는 주류 의학과 보완대체의학을 함께 적용하는 ‘통합의학’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인다고 보고 있다.

전 교수는 “의사로서 의학 공부를 시작했을 땐 해부학과 검사 결과, 질병 목록을 외우는 데 집중했다. 의학 공부는 검사 결과에 따른 이상 소견을 수정하는 것에 집중한다”며 “그런데 환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심리 상태, 주변 환경(가족 관계, 경험, 환자 기질 등)이 치료 반응, 증상 등에 영향을 미치는 걸 관찰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은 몸과 마음이 함께 움직인다”며 “환자들을 치료할 땐 그들의 일상, 과거 질병, 습관들을 의무기록에 적고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을 하면 도움이 될지 권고하고 암 치료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티베트 명상 코스를 수료하고 참선을 배웠다. 명상지도자협회를 통해 지도자 과정도 수료했다. 명상을 통해 마음속 불안을 한 번에 없앨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마음의 여유 공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명상을 통한 치유 과정은 손쉽게 마스터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니, 일단 현실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평소 움직이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이나 ‘걷기 명상’을 할 수 있겠다. 전 교수는 “명상은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있기 힘들다면 운동에 집중하면 된다”며 “운동을 할 때 자신의 몸에 집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관찰하면 된다. 걷기 운동을 하며 다리와 발이 움직이는 감각에 주의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운동에 집중하면 다른 생각은 줄고 괜한 걱정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일상 속 명상의 시작이다”라며 “마음이 덜 산란할 땐 앉아서 또는 서서 내가 쉬는 호흡에 집중해보면 좋겠다. 15분 해도 명상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있다. 2분으로 시작해 조금씩 늘려나가도 된다. 결국 반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운동 역시 현실적인 방법으로 실천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암, 다시 짓는 집≫을 통해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그게 꼭 전형적인 운동일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매일 1시간씩 공원을 뛰겠다거나 주 4회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하겠다는 목표가 작심삼일에 그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 교수는 “일상에서 수시로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된다”며 “환자들에게는 일부러 멀리 있는 화장실에 가거나, 치료 시작 전 병원에 일찍 와 운동장을 걷도록 권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릉원주대가 개발한 ‘2021년 한국인을 위한 신체활동 분류표’에 따르면 느리게 걷기가 중강도(3.4), 느리게 달리기가 고강도(6.4) 운동일 때 설거지는 3.3의 중강도, 손빨래하기는 4.4의 중강도, 위층으로 장바구니 나르기는 7.5의 고강도 운동이다. 일상에서 이런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으로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전 교수는 “운동은 어차피 평생 해야 한다”며 “서두르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내가 아픈 당사자가 아니라면,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 교수는 ‘귀는 둘, 입은 하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애써 위로하려 하지 말고 상대의 곁에 머물며 잘 들어주는 것이 환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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