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벨바그 거장’ 고다르 감독의 죽음.. 안락사 논란은?

소극적 안락사 허용 국가는 스위스, 네덜란드 등 7개국

프랑스 누벨바그 운동을 주도한 고다르 감독(91)이 13일 소극적 안락사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

‘누벨바그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91)이 13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의 사망 원인이 소극적 안락사(조력자살-assisted suicide)로 알려지고 있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계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 사조를 이끌었던 고다르 감독은 본인의 뜻에 따라 의료진 도움을 받은 소극적 안락사 방식으로 숨을 거뒀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누벨바그 운동을 주도한 그는 통념적인 서사와 기존의 영화 관습을 깨뜨리는 혁신적인 연출로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생전 난치성 병을 앓았던 고인은 ‘품위 있는’ 죽음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락사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말기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의사가 처방한 치명적인 약물을 스스로 복용하면 소극적 안락사(조력자살)에 해당한다. 의사가 직접 치명적인 약을 주입하면 적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는 스위스, 네덜란드 등 7개국 정도다. 이들 국가도 적극적인 안락사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고다르의 모국 프랑스에선 소극적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여생을 스위스에서 보내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안락사를 결심했다는 보도가 나온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88)도 2019년 뇌졸중 수술 후 스위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세상을 떠날 순간을 결정하면 아들에게 임종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월 국회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법이 발의됐지만 실제 입법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독극물 처방은 의사가 하지만 이를 복용 또는 투약하는 주체가 환자 본인이란 점에서 소극적 안락사의 범주에 속한다.

이에 앞서 2018년 2월부터 도입된 ‘연명의료결정법’부터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안락사라는 명칭을 넣지 않고 존엄사 법으로 불린다.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가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로 생명을 연명하는 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법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물,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

온몸에 기계장치를 달고 간신히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의료에 의존하는 환자를 보면 인간의 ‘존엄’이나 ‘품위’라는 말을 떠올릴 수 없다. 매번 국내 여론조사 때마다 소극적 안락사에 대한 찬성이 높은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향후 임종 과정에서 소생 가능성이 없을 경우 무의미한 연명 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사전의향서 작성자가 약 140만 명이다. 고다르 감독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지키기를 원했을 것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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