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에 ‘과학’은 없었다”

전문가가 예견한 '퍼팩트 스톰', 정부는 예측 못 해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에 길에 늘어선 시민들
무더위가 한창인 26일 서울 중구 서울역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뉴스1]
현 정부가 ‘과학방역’을 내세운 것 치고는 코로나 19등 감염병 정책이 밋밋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5월10일 신규 확진자는 4만3900명이었으나 계속 줄어 6월초 5000명 대까지 떨어졌다가 26일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 ‘과학방역’을 내세웠으며 현 정부는 이를 정책으로 채택했다. 코로나 재확산에 대해 감염병 전문가는 “과학방역에 ‘진짜 과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예측하고 대비책을 만들어 현장에 맞는 실행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26일 “지난 5월부터 6~7월 재반등할 위험이 있다고 말해왔다.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실외 마스크 착용은 해제됐고 축제·나들이는 늘고 백신이나 자연감염으로 인한 면역도 감소한 ‘퍼펙트 스톰(여러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겹친 상황)’으로 감염자 수 재반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며 “정부는 여름 재유행은 생각도 안했으며 가을·겨울철에야 감염수가 증가할 것이라며 예측에 실패했고 준비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월 마지막 주와 7월 첫째 주 환자가 늘어나는 데도 재유행 단계가 아니라고 하다가 13일 대응책을 냈다”며 “4차 접종 확대, 입국 1일차 PCR 검사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건 확진자 증가를 막는 대책이 아니다. 현실적이지도 않다. 어제부터 입국자는 첫날 PCR 검사를 하고 있는데 이미 국내에 BA.2.75(켄타우로스)도 들어와 있어 뒷북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과학방역 중 하나는 ‘전 국민 항체양성률 조사’다. 이는 적절한 조치일까? 김 교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2~4월 오미크론이 유행하고 5~6월에는 조사를 했어야 한다”며 “지금 시작해 9월쯤 결과가 나오면 97~98% 가량이 양성이 나올 거다. 오미크론 BA.5인지, BA.2.75인지 구분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지나갔는데 손 흔드는 격”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열린 민·당·정 토론회에서 “과학방역은 방역 정책을 관료나 정치인이 정무적 판단에 의해 최종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가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결정하는 것”이라며 “현 재난관리법에 따라 중대본 본부장은 국무총리, 방대본 본부장은 질병관리청장인데 중대본이 방대본 위에 있어 정치인이나 관료가 전문가 위에서 결정한다. 전문가 의견을 참고하고 최종 결정은 정치적, 정무적 판단에 의해 하는 것이 정치방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법을 바꾸기는 힘들기 때문에 재난관리법 체계를 따르면서 과학방역을 하는 산물이 중대본 산하의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라고 말했다. 자문위원회를 통해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100%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를 만들어 경청하겠다고 했는데 100% 민간전문가가 아니라 국립대 교수, 연구기관 연구원들이 많다”며 “대통령 직속 역시 아니다.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이 있느냐에 따라 전문가 발언에 실리는 힘의 정도가 달라지는데, 총리 소속으로 조언만 듣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50대로 확대된 4차 접종은 어떨까? 접종률이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50대 접종을 통해 얻는 실익이 있을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백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작년 2~3월 너도나도 백신을 맞는 시기였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다. 백신에 대한 불신과 보상 문제 등으로 국민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50대는 기저질환자가 많이 있으니까 접종 확대를 할 순 있지만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가 있어야 실질적으로 접종률이 올라간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피해보상 의료비를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망위로금을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올린 지원금 정책에 대해서는 “인정률이 낮은 데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늘어나는 만큼 최근 격리 대상도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의 격리 재정 지원은 축소된 상태다. 11일부터 재택치료비 본인부담금은 환자 본인이 내고 있다.

의료인들도 재유행 국면에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축소한 감염병 병상을 정부는 최근 다시 확대하라고 명령했다. 김 교수는 “감염병 병상 닫아라, 지원금 축소하겠다고 한지 얼마 안 됐는데 다시 열라니 의료인들에게 훈련시키는 격”이라며 “우울, 불안,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는 의료인도 있고 일이 너무 힘들어서 명예퇴직을 한 수간호사, 간호팀장들도 있다. 정부는 이런 의료인들에게 위로의 말 한 마디라도 했나”며 탄식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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