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봐야 뭐해” 코로나 기간 발생한 극단적 선택들

자살 고위험군 발견·의뢰하는 '생명지킴이' 양성 필요

우울해하는 젊은 남성 자영업자
코로나 기간 정신건강 악화, 경제적 손실 등으로 자살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사진=JV_PHOTO/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기간 비대면 수업을 받던 대학생 E씨. 집에 머무는 동안 가족과의 갈등이 커졌다. 벽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해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E씨는 친구를 만나러 나가겠다며 집을 나선 날 귀가 대신 자살을 택했다. E씨의 아버지는 평소 “우울증은 정신력 문제”라며 E씨를 꾸지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씨의 사례처럼 코로나 기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부부간, 부모-자녀간 갈등이 증폭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유행 전부터 경험했던 정신건강 문제가 이로 인해 악화되면서 자살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 이후 커진 경제적 손실이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들도 있다. 40대 남성 B씨는 2018년 고향에 내려가 화훼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입학식, 졸업식 등 꽃 장사 대목인 행사들이 사라져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도박까지 손을 댄 B씨는 빚 독촉과 부부싸움 등으로 자살을 택했다.

사회적 고립으로 자살을 택한 사례도 있다. 60대 남성 D씨는 코로나 전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등을 했지만 코로나 후 이러한 활동이 중단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중은 늘고 허리 통증이 재발했다. D씨는 점차 우울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살아봐야 의미 없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2020년 이후 실시한 자살사망자 ‘심리부검(자살 원인 탐색)’ 결과, 132건의 자살 중 29건이 코로나19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됐다. 29명 모두 코로나 이전부터 직업, 경제, 대인관계,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자살에 취약한 상태였으며 코로나 이후에는 사회적 고립, 경제적 손실, 정신건강 문제 악화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29명 중 19명은 사망 전 직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23명은 경제적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또, 자살사망자의 대부분인 28명은 정신과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이후 사회경제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정신건강이 악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황태연 이사장은 “대부분의 자살자는 사망 전 자살 경고신호를 보인다”며 “이번 조사는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해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생명지킴이(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해 전문기관에 의료·연계하는 사람) 양성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국민 정신건강 증진, 정신질환 조기 발견·치료, 고위험군 관리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12월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상담전화 안내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문세영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