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소셜미디어 사용, 규제 필요할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볍고 재미있는 영상이 인기를 끄는 유튜브에서 딱딱한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의료분야는 인기를 끌기 어렵다는 통설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문지식을 찾으려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의료와 관련된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에 급증하고 있다. 이런 열풍에 힘입어 개원의 뿐만 아니라 대학병원들도 속속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있다.

이런 의료관련 유튜브 콘텐츠는 어렵고 딱딱해지기 쉬운 의료정보를 재미있게 풀어내면서 차가운 이미지였던 의사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의사들에게도 새로운 의학지식을 습득하는 창구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진료시간에 의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운 국내 의료 현실에서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의료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되고 있다. 영어 논문으로 나와 접근하기 힘들었던 고급 의료 정보도 유튜브를 통하면 쉽게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확인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의료정보가 대중에게 진짜처럼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개구충제인 펜벤다졸 사건이다. 학술지에 펜벤다졸의 항암효과와 관련된 논문이 실리고, 해외 블로그에서 펜벤다졸을 복용한 후에 암이 완치되었다는 내용이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졌다. 또 폐암말기 환자인 개그맨 K씨가 펜벤다졸을 복용해 효과를 보고 있다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되면서 열풍이 불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의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펜벤다졸을 3일 복용 후 4일간 복용하지 마라’라는 등 구체적인 복용 방법까지 소개하기도 했다. 이런 논란이 확산되자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식약처, 대한종양내과학회는 펜벤다졸에 대한 논문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펜벤다졸의 효과는 명확하지 않으며 의사와 상담없이 복용하는 경우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복용을 중지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암환자들이 이 약을 먹고 장괴사나 간손상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해 입원치료를 받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다른 예로 현대의학을 거부하고 자연치유를 한다는 ‘약 안쓰고 아기 키우기(소위 안아키)’운동이 있다. 안아키를 주도한 한의사는 인터넷카페를 만들고 그곳에서 장염에 식품으로 허가 받지 않은 숯가루를 복용하도록 권유하고, 화상에 4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전파했다. 결국 이 한의사는 해독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활성탄 제품 480여개를 판매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3천만 원이라는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 이 한의사가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다시 활동을 시작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PC방 살인 사건’에서 응급의학전문의인 N씨가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피해자의 담당의사였음을 밝히면서 환자나 유가족의 동의없이 응급실 내원 당시 피해자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논란이 일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의사로서 의료윤리와 개인정보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이렇게 의료인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자 의사협회에서는 2019년 11월 의사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보호, 정보의 적절성, 환자와 의사의 관계, 전문가로서의 품위, 의사간 커뮤니케이션, 의사와 소셜미디어 사용에 대한 교육, 이해상충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어기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소셜미디어는 현대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되었고 점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건강한 의료정보는 의사와 환자와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고 직업전문성을 확고히 하며 국민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민감한 개인의료정보를 노출하여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 또 정확하지 않은 의료정보가 전달되는 경우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고, 환자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의료인들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정부도 소셜미디어를 통한 잘못된 의료정보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규제할 지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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