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도 성형 많이 하나?”…외모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수염이 없는 링컨의 마지막 사진 (1860년 8월)과 수염을 기른 링컨의 모습(1861년 2월)

‘정치인들도 성형 많이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 팽배한 외모지상주의가 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고, 후보들도 좋은 인상을 위해 외모에 투자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일단 이에 대한 제 대답은 ‘아닌 것 같은데요’입니다.

남녀노소 모두 성형외과를 찾는 시대이고, 성형외과에서 일하다 보면 각종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만나지만 여전히 공무원은 드문 편입니다. 저의 얕은 경험과 좁은 인맥 때문인지, 특히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인이 성형외과를 찾은 경우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이전에 여러 정치인들이 기능적인 이유로 시행했던 성형수술이나 심지어 눈썹 문신 정도로도 희화화의 대상이 되었던 학습효과도 작용할 것입니다.

십여 년 전쯤, ‘여러 후보에게 동시에 투표하는 현재 지방선거 제도에서는 얼굴만이 경쟁력이라 정치인들이 성형외과를 기웃거린다’라는 한 일간지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기사인지 성형외과 광고인지 의아했던 기억도 납니다.

좋은 외모는 정치인에게 중요한 자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연하게도 역사적으로는 외모와 능력이 반비례했던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가장 ‘대통령다운 외모’를 가졌다고 기억되는 워렌 하딩은, 역대 최악의 미국 대통령에 늘 1위로 꼽힙니다.

워렌 하딩 미국 대통령.

반면 미국에서 늘 역대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경우 외모로는 좋은 평을 받지 못합니다.

깡마른 체구에 강한 얼굴선 때문에 ‘못생겨서 뽑기 싫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할 정도입니다. 대선 직전 11세 소녀의 편지를 받고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수염 덕분에 강하고 울퉁불퉁해 보이는 얼굴선이 크게 완화되었고, 이것이 이후 정치적인 자산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링컨의 얼굴은 모두가 수염을 기른 모습입니다.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Every man over forty is responsible for his face.’라는 말을 한 것이 링컨으로 알려져 있으니, 어찌 보면 아이러니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정치인에게 외모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실제로, 외모가 정치인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에 연구들은 다수 있습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결과들이 많습니다. 미국, 프랑스, 스위스, 핀란드 등 우리가 서구의 정치 선진국이라 생각하는 국가들에서 시행된 연구 결과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한국에서는 정치인에게 외모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2015년 심리 과학(​ Psychological Science) 저널에 실렸던 텍사스 대학교(댈러스)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공동 연구 논문은 재미있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한국인보다 얼굴만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의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 정치인의 얼굴은 당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이런 성향의 차이를 문화의 차이에서 찾습니다. 개인을 중시하는 서구 문화에서는 어떤 사람의 내적 속성이 개인의 특성을 정의하는 요소라고 생각하며, 이런 특성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얼굴에서 드러나는 특성으로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Every man over forty is responsible for his face.’라는 말이 미국인의 정서에 잘 부합한다 생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반면 관계를 중시하는 동아시아의 문화에서 개인의 특성보다는 사회적 맥락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므로, 얼굴과 같은 특성이 그 사람의 역량을 판단하는 요소가 되기 힘들 것이라고 논문에선 분석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설명이 맞는지 아닐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우리 국민의 정치 수준이 미국보다 더 높다는 뜻이 아닐까 하는 해석도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는 일부 언론들이 정치인의 외모에 대한 기사를 앞다퉈 다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외모에 대한 이야기가 위력을 잃고 잦아들면서, 이젠 국민의 정치의식이 기존 언론이 생각하는 것보다 한층 더 높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리인이자, 일꾼입니다. 새로 뽑힌 일꾼들이 주인인 국민만을 바라보고 힘차게 일하는 것을 기대해 봅니다. 열심히 일하는 일꾼은 절로 예뻐 보이지 않을까요?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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