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싸우는 부부…대화 방식 ‘이렇게’ 바꿔라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모든 대화란 상호적이다. 그런데 인간관계나 부부 관계에서 나의 말보다는 상대방이 한 말에 초점을 두고, 대화하다가 싸움이 일어나면, “당신이 짜증나는 말을 하니까, 내가 화를 냈잖아요!”라고 하면서 싸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말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말이 있다. 나에게 다가오는 상대방의 말은 내가 통제할 수 없기에 “내가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 고와야,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말도 곱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모든 대화란 상호적이다. 그런데 인간관계나 부부 관계에서 나의 말보다는 상대방이 한 말에 초점을 두고, 대화하다가 싸움이 일어나면 “당신이 짜증나는 말을 하니까, 내가 화를 냈잖아요!”라면서 싸운다.

이러한 태도를 보이면 우리는 평생 살아도 상대방에게 고운 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부정적이고 비난하는 말을 할 때도, 이에 대한 건강한 대처 능력이 있어야 부부 관계는 건강할 수 있다.

부부 대화 시 정서 조절의 중요성

상담 경험에 의하면 상담자 앞에서는 부부들이 심각한 대화도 잘한다. 그러나 상담자가 없는 상황에서 부부에게 상담 시간에 배운 대화 기법을 실습하라고 과제를 주고, 한 주 후에 점검하면 “대화하다가 싸웠다”는 반응을 흔히 보인다.

이런 이유는 부부끼리 대화를 하다가 감정이 차분하고 안정되고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면 대화를 잘 이어갈 수 있지만, 대화 도중 상대방이 기분을 자극하는 말이나 억양, 표정을 지으면 감정 조절이 안 되고 서로 부정적인 감정의 상승 작용을 불러일으켜 심한 부정적인 말을 하고 사이가 멀어진다.

부부들이 대화를 잘하려면 부정적인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서로 갖춰져야 서로의 의견 차이를 솔직하게 토론하고 조정할 수 있다.

▸ 부부 관계 회로의 정의와 관계 회로를 열기

부부가 서로에게 개방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서로 대화를 하면서 교류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를 “두뇌에서 상대방을 향한 관계 회로가 열려 있다”고 한다. 두뇌에서 관계 회로가 열리려면, 감정 뇌에 해당하는 변연계가 과부하가 되지 않고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억압된 부정적인 감정이 쌓여 있으면 상대방에 관한 관심이 없거나, 상대방이 접근해 오면 상대방을 밀쳐내고 혼자 있고 싶다. 또한 상대방이 대화를 시도해도 빨리 끝내고, 이러한 상황에서 도피하거나 회피하려는 마음이 강하다. 부부는 평소 상대방에 대한 나의 마음이 편하고 교류하고 싶은가, 즉 “상대방에 대해서 관계 회로가 열려 있는가?”, 아니면 상대방에 대해서 마음이 닫혀 있는가를 알아차려야 한다. 부부는 항상 서로에 대한 관계 회로를 항상 알아차리고 점검해야 한다.

▸관계 회로가 닫혀 있을 때 관계 회로를 여는 기술

– 심호흡하기: 관계 회로가 닫혀 있다는 것은 감정 뇌인 변연계가 과부하가 되었다는 것이기에, 변연계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심호흡을 하면서 차분해지고, 대화하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상대방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 수많은 연구에 의하면 부부를 포함해서 인간관계에서 관계 회로가 닫혀서 서로가 불편할 때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열린 마음을 갖게 하는 방법이 감사하기라고 한다. 특히 부부는 평소에 감사하기를 자주 표현하면 관계가 부드러워지고 서로가 열린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상대방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방법은 상대방의 구체적인 행동을 지적하고 내 감정을 표현하면 된다. 아내가 식사를 차리면 남편은 “당신이 아침 식사를 잘 챙겨 주어서(상대방의 구체적인 행동) 고마워요(감정)”라고 표현하면 된다. 이에 대해서 아내 역시 “당신이 내가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고맙다고 하니까(구체적인 행동), 나도 기뻐요(감정)”라고 표현하면 된다.

– 부부 대화 중에 ‘타임아웃’을 갖기: 부부 관계에서 나는 상대방에 대해 관계 회로가 닫혀 있는데 상대방은 나에게 관계 회로가 열려 있고 접근하려고 하면 짜증이 날 수 있다. 이때 대처 방법은 상대방에게 나의 상태를 알리고 잠시 안정하는 시간을 갖고서 다시 대화하면 된다. 예를 들면 “지금 내가 당신과 대화를 하다가 보니 화난 감정이 올라오고 신체가 긴장되고 관계 회로가 닫히고 있어요. 우리 좀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대화를 지속하면 어떨까? 당신 생각은 어때?”라고 하면서 서로가 타임아웃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운동 경기 도중에 코치는 자신의 선수들이 긴장하고 실수를 하면 타임아웃을 요구해서 운동선수들을 진정시키면서 경기를 진행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부부도 타임아웃을 잠시 가지고 진정시키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타임아웃을 시도하려면 부부가 사전에 동의해야 한다. 부부 대화 도중에 갑자기 타임아웃을 선언하고 자리를 떠버리면, 상대방은 더 열받고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타임 아웃 기간이 지나면 다시 대화를 회피하지 말고 지속해야 한다.

부부 대화 시 피해야 할 말들

▸항상, 한 번도, 절대로 : 부부가 짜증이 나면, 상대방에게 “당신 언제 집 안 청소 한번 한 적이 있어?”.“당신은 항상 늦게 귀가하잖아요!” “당신은 절대로 그 쇠고집 못 고쳐!” 등의 표현을 한다. 이런 표현을 들은 상대방은, “내가 지난주에도 청소했잖아!”라고 반격한다. 그러면 “왜 말꼬리 잡고 그래! 어쩌다 청소 한번 해 놓고 큰소리야!”라고 반격을 하고, 그에 대해서 또 반격하다 보면 언성이 높아가고 급기야 서로 막말하고 큰 싸움으로 변한다.

▸대안적 표현 방법: “한 번도” 대신에 “이번 주에는 여러 번”, “항상” 대신에 “자주”, “절대로” 대신에 “자주, 여러 번” 등의 표현을 하면 감정 표현이 구체적이고 부드럽다. 예를 들면 “당신이 요즘에 가정 일에 신경을 써 주어서 고마워요(칭찬하기). 그런데 내가 보니까 이번 주는 쓰레기를 한 번도 버리지 않았어요. 쓰레기 좀 버려 줄래요?”라고 부드럽게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남편이 쓰레기를 버려 주면 당장 “당신이 쓰레기를 버려 주어서(상대방의 행동 지적하기), 고마워요(감정). 앞으로도 일주일에 2번 이상 쓰레기를 버려 주었으면 해요. 당신 생각은 어때?”라고 표현하면 쓰레기 문제로 심각하게 다툴 일이 적어진다.

▸부부 사이에 독심술 사용하기: 부부 사이에 다툼이나 싸움을 일으키는 대화가 독심술에 의한 대화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과거의 학습된 행동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편이 과거에 늦게 귀가했을 때 술집에 가거나 친구들과 룸살롱에 간 사실이 있을 수 있다. 남편이 늦으면 아내는 어떤 사정인지 물어보는 대신에 “오늘 또 술집에 갔다 왔지! 술집 좀 그만 다녀!”라고 소리칠 수 있다.

이 경우 남편은 직장에서 중요한 일로 늦을 수도 있고, 귀가 도중에 사고가 나서 늦을 수도 있다. 아내가 독심술로 남편을 탓하면 크게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독심술은 상황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상대방을 의심하는 대신에 탐색적 대화를 하면 된다.

즉 “오늘 아무런 연락이 없이 평소보다 2시간 늦게 귀가를 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었어요?”라고 탐색적인 질문을 하면 된다. 이 경우 남편은 솔직하게 아내에게 알려줘야 한다. 아내를 속이면 남편은 신용을 잃고, 아내는 남편을 믿지 않고 독심술로 대화를 하면서 부부 관계는 나빠진다.

부부 대화는 내가 상대방에 하는 말이 고와야, 상대방도 나에게 고운 말을 해 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는 개떡 같이 말하고 상대방은 찰떡같이 들어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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