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정, 이낙연, 팔라치, 대한민국 기자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321호 (2019-05-13일자)

참기자는 잘 듣는 기자? 잘 묻는 기자?

지난주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두 돌을 맞아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가 파문과 여진을 일으켰지요?

대통령의 적극 지지자들은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기자와 KBS를 공격했습니다. 송 기자에 대해선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 간담회 때 대통령 말을 받아쓰는 여기자 사진을 찾아내 인신공격했다가 본인이 아님이 밝혀지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지요. 사촌동생인 아이돌 그룹 가수를 비난하기까지 했더군요. 일부에선 송 기자에게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은 청와대와 ‘어용방송’ KBS의 기획이며 또 다른 ‘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했습니다. 어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담 기자가 문빠, 달창에게서 공격당하고 있다”고 했다가 용어 때문에 사과했지요.

논란의 중간에 이낙연 총리가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이 또 다른 논란이 됐습니다. 이 총리가 “신문의 ‘문’자는 들을 문(聞)”이라고 한 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 송 기자의 간접비판으로 유추한 기사를 보내면서 총리에게 비난이 쏟아졌지요.

제가 가까이서 지켜봤던 이 총리는 에둘러 누군가를 비난하기보다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입니다. 요즘 언론 전체의 문제에 대해서 얘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듣고, 전달하기 보다는 언론사의 이해와 주관에 따라, 또는 인터넷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왜곡하기 일쑤이니까요.

그러나 신문에서 ‘듣는 주체’는 독자입니다. 독자에게 소식을 잘 듣게할 좋은 기자는 잘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신문(新聞)은 ‘뉴스페이퍼’의 한역이지요. 뉴스는 새로운 것, 즉 ‘New’의 복수이니, 신문은 독자가 새로운 소식들을 보는 지면이라는 뜻입니다. 신문이 새 소식을 제대로 전달하려면 제대로 묻고, 들어야 합니다. 문(問)과 문(聞)은 동전의 앞뒤와도 같습니다. 우리 기자들은 제대로 묻는 데에는 훨씬 더 약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에게 질문하라고 몇 번 권유했는데, 모두 ‘꿀 먹은 벙어리’였던 것, 기억나시지요?

제대로 묻기 위해선 철저한 전략과 공부가 필요합니다. 이탈리아의 ‘전설의 여기자’ 오리아나 팔라치는 “인터뷰는 상대를 발가벗기고 자신도 발가벗은 채 전인격을 걸고 맞선다는 점에서 섹스와도 같다”고 했지요.

그는 이란의 호메이니와 인터뷰 때에는 차도르를 찢어버리고, 정적의 처형 사례를 열거하며 “당신은 독재자가 아니냐?”고 따졌지요. 호메이니는 인터뷰를 박차고 나갔다가 결국은 되돌아와야만 했습니다.

헨리 키신저와의 인터뷰 때엔 “베트남 전쟁은 어리석은 전쟁이었다”는 언급을 이끌어내서, 키신저가 “평생 팔라치와 인터뷰한 것을 후회한다”고 했지요.

카다피와의 인터뷰에서는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라고 요구하고 “신을 믿느냐?”고 몰아붙였습니다. 카다피가 “당연한 것을 왜 자꾸 묻느냐?”고 화내자 “나는 대령님이 스스로 신으로 착각하는 줄 알았다”고 대꾸했지요.

물론, 팔라치도 문(聞)에 대해서 철두철미했습니다. 그는 “인터뷰이가 증오하거나 경멸하는 사람일지라도 내게 한 말을 충실하게 전달하려고 전력을 기울였다. 그 누구나 부정확하거나 사실이 아닌 말을 썼다고 나를 비난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문(問)과 문(聞)에 충실한 기자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대충 받아쓰기, 경마식 보도가 언론의 본령이 돼버렸습니다. 포털의 지배를 받는 언론들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정쟁을 부추기는 뉴스, 경박한 뉴스에 매달립니다. 그런데 포털은 철저히 시장의 수요에 따라 움직이므로, 결국 우중(愚衆)이 천박한 언론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셈입니다.

이번 KBS의 대담 사태를 보면, 결국 언론은 ‘사회의 거울’이라는 것을 실감합니다. 공영방송이 기자 개인 것이 아닌 만큼, 방송국 차원에서 프로그램 기획을 합니다. 대략적 방향에 대해선 청와대와 공유하고, 대담자 선정도 의견을 나누지요. 송 기자의 ‘말 자르기’라는 것도 대부분의 대통령의 의견을 요약 정리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팔라치는 차치하고, 외국 언론의 활발한 인터뷰에는 한참 못 미치는 대담이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대통령의 말을 밝고 공손하게 경청하지 않았다고 기자와 방송국을 공격했습니다. 급기야 대통령이 “오히려 더 공방이 있어도 괜찮겠다”며 진화할 정도였습니다. 반대편에서는 대통령의 얼굴을 붉히게 했다고 더 하라고 등을 떠밉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언론이 모습이고 환경입니다. 어떤 언론기관도 여기에 대해서 문제를 삼거나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정치가, 사기꾼, 장사치들은 늘 한편으론 언론을 이용하고, 한편으론 공격했습니다. 부화뇌동한 대중이 선봉장에 섰습니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신문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신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통할까요? 자신이 없습니다. 신문은 고사 직전입니다. 좋은 기사는 외면 받고 당파성, 경박함이 지배합니다. 신문의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가장 크지만, 사회가 만든 측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어떻게 민주주의의 고갱이인 신문을 살릴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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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오늘은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해서, 부드러운 노래 두 곡 준비했습니다. 첫 곡은 며칠 전 소개해드린,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을 위해’의 스튜디오 라이브 버전입니다. 둘째 곡은 캐나다의 시인이자 가수인, 고 레너드 코헨의 ‘Bird On the Wire’입니다.

  • 주저하는 연인을 위해 – 잔나비 [듣기]
  • Bird on the Wire – 레너드 코헨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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