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는 어떻게 사업을 확장했나

배지수의 병원 경영

 

“새로운 신제품 맥주가 개발되었습니다. 이 맥주맛을 평가하기 위해 고객 테이스팅을 해 보려고 합니다. 당신 같으면 누구에게 테이스팅을 하시겠습니까?”

MBA 학생 시절 컨설팅 회사 입사 면접 때 받은 질문이었습니다.

좀 당황스러운 질문이었지만,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다음 떠오르는 대로 답을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객은 둘로 나눌 수 있을 듯 합니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과 맥주를 안 마시는 사람으로. 맥주를 마시는 사람으로는 맥주 칼럼니스트나 경쟁사 직원 같이 맥주에 대해 항상 생각하는 맥주 전문가들도 있을 것이고, 대학생이나 회사원 같이 맥주 맛에 대한 전문성은 없으나, 맥주를 즐기는 소셜드링커도 있겠지요. 한편, 맥주를 안 마시는 사람도 나름대로 맥주 개발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으니 한번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맥주를 안 마시는 사람도 두 가지 부류가 있겠네요. 맥주를 한때 많이 마시다가 현재 안 마시는 사람, 그리고 처음부터 전혀 안 마시는 사람. 한때 많이 마시다가 안 마시는 사람으로는 정신병원에 입원중인 알코올 중독자나 단주 모임 회원 들이 있겠네요. 이 사람들은 술에 고파 있는 상태에서 나름 맥주 맛을 신선한 관점에서 묘사할 듯 합니다. 한편 처음부터 전혀 안 마시는 목사님, 스님들도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색다른 맥주 맛을 묘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실에서 목사님이나 스님에게 맥주 테이스팅을 시킨다는 것이 가능이야 하겠습니까만,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전개하고 있으니 면접 질문자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더군요. 그 결과 컨설팅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방금 소개한 방식은 MECE 사고법이라고 하는데, 컨설팅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사고방법입니다. MECE 란 Mutually Exclusive, Collectively Exhaustive 의 약어로, “중복이나 누락이 없이” 사물을 분류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세상의 모든 여자를 “예쁜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로 분류한다면 그것은 MECE 하게 분류한 것입니다.

한편 세상의 모든 여자를 “예쁜 여자”와 “똑똑한 여자”로 나눈다면, 그것은 MECE 하지 못하게 분류한 것입니다. “예쁘고 똑똑한 여자”는 양쪽 그룹에 중복으로 포함이 되며,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못한 여자”는 양쪽 그룹에서 누락되었기 때문입니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할 때 이런 MECE 사고법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MECE 사고법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성공적으로 한 기업이 맥도널드입니다.

맥도널드는 사업을 확장할 때 항상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고객을 정의하고, MECE 사고법으로 새로운 고객을 찾아나갔습니다.

기존의 고객은 누구인가? 우선 맥도널드는 기존의 고객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점심식사나 저녁식사로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

그렇다면 아침식사로 맥도널드를 먹을 수는 없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아침 메뉴인 맥모닝 (McMorning)이 개발되었습니다.

맥도널드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기존의 고객을 정의했습니다.

현재 고객은 누구인가? “맥도널드 매장을 방문해서 햄버거를 사 먹는 사람들.”

그렇다면 방문하지 않고도 맥도널드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맥딜리버리 (McDelivery) 배달 서비스가 개발되었습니다.

참고로 배달 서비스는 전 세계 맥도널드 지사 중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합니다.

맥도널드는 기존의 고객을 다른 방식으로 정의했습니다.

현재 고객은 누구인가? 맥도널드 매장에 걸어 들어와서 햄버거를 사 먹는 사람들.

그렇다면 걸어 들어오지 않는 사람도 맥도널드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하는 드라이브스루 (Drive-Thru) 서비스가 개발되었습니다.

 

그 밖에도 맥도널드는 항상 기존의 고객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새로운 고객을 찾아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성장시켜왔습니다. 기존의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커피 전문점으로 확장하면서 맥카페 (McCafe)를 열었고, 성인 고객에서 어린이 고객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해피밀 (Happy Meal) 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수년 전 한 10년 정도 된 소아정신과 의원을 인수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 의원은 성장의 힘을 잃고 서서히 쇠락하던 상황이었으며, 한때 전성기에 비해 환자수가 반 정도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의원의 경영을 회생 (Turn around) 시키는 과정에서 맥도널드의 사업 확장 방식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소아정신과의 주된 고객은 ADHD 같은 학습 장애 아동이나, 자폐증 같은 발달 장애 아동입니다. 이 아동들에게 줄 수 있는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두 가지 입니다. 이중 약물치료는 의사가 담당한다면, 심리치료는 심리학 계통의 공부를 하신 치료사 선생님이 담당을 하게 됩니다. 보통 소아정신과는 아동이 병원에 와서 의사를 만나 진단과 처방을 받습니다. 의사가 놀이치료나 미술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그 다음부터는 치료사 선생님을 일주일에 한번 이상 만나서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의사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게 된다면 치료사 선생님들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 만나게 됩니다.

보통 소아정신과는 의사 한 명이 여러 명의 치료사 선생님을 고용하여 운영됩니다.

의사 한 명이 환자를 보는 것은 하루에 많아야 40명 수준으로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치료사 선생님은 여러 명 고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아정신과는 확장이 가능한 사업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병원을 인수했을 당시는 병원이 주로 주로 1시에서 7시까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오전에는 그야말로 파리 날리는 상황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학교 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전 시간을 활용하는 방안이 없을까? 이 때 착안한 것은 학교 가기 전의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학교 준비 반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발달 장애로 진단받은 아동의 부모님들은 학교에 입학이 다가오면 긴장을 하게 됩니다. 아동이 입학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아동들에게 학교 준비반을 만들고, 실제 학교 상황을 연습을 시켜 주면 학교 입학 후 적응하는데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이 과정은 맥도널드가 점심 저녁 식사만을 서비스 하다가 아침 서비스를 개발한 과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방문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하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나온 생각은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부모 교육 강좌를 여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은 고객들에게 또 한가지 가치를 주게 되는데, 그것은 정신과 상담을 받는 문턱을 낮추는 효과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은 아동이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실제로 소아정신과에 방문하기까지 매우 큰 두려움을 겪습니다. 우리아이가 정신과 다닌다고 소문이 나면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정신과 방문을 차일 피일 미루다가 결국은 손쓸 시간을 놓치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좋은 부모 되기” 강좌를 열었더니, 실제 아동의 문제로 고민이 많은 부모님들이 와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나고 많은 상담을 그곳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수입을 올리는 효과도 있었지만, 병원이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는 효과를 덤으로 얻었습니다.

거기서 자신감을 얻은 저는 인근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학부모 연수강좌 강사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또 뭐가 있을까? 고민 끝에 나온 생각은 치료사 선생님을 집으로 파견 보내 주는 서비스 입니다. 이 경우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아동을 병원까지 데리고 오기 어려운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였습니다.

현재 내 병원에 오는 고객을 단순히 “어디가 아파서 오는 환자들”이라고 정의하면 고객을 보는 시야가 좁아집니다. 한편, 고객을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정의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코메디닷컴 관리자 kormed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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