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소리

내게 다른 이의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지금 당장 G의 뇌에 침투해 그 날 밤, 그를 등지고 만든 ‘부끄러운’ 소리를 삭제해 버리고 싶다.

섹스 도중 부끄러운 소리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퍽하게 젖은 질 속을 페니스가 마구 휘젓다 그만 속에 공기가 들어차서 ‘뽕뽕’거리는 소리를 떠올리겠지만 아닙니다, 아니요. 여자의 은밀한 통로에서 뽕(가끔 정말 방귀와 유사하게 들려 남자로부터 의심을 살 때도 있다), 하고 밀려나오는 소리는 이성의 면전에서 오줌을 눌 때 터지는 음향에 비하면 귀여울 정도다. 정말 부끄러운 소리는 볼일을 남자 앞에서 볼 때 나는 소리다. 그것도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남자친구랑 같이 샤워를 하다 그대로 쉬를 누는 경우라도 부끄러울 텐데, 욕실도 아닌 곳에서, 비어있는 패스트푸드 일회용 컵에! 등지고 앉아 볼 일을 볼 때의 그 자괴감이란. 길을 가다 우연히 G를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다짜고짜 그의 멱살을 붙잡고 “너, 그 때 사실 고개 돌리고 다 보고 있었지?”, 라고 정신 나간 여자처럼 소리칠지도 모른다. 도대체, 왜,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지 않은 걸까. 화장실이 근처에 없어서? 아니면 화장실 앞,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어서?

어떻게든 변명할 거리를 찾아 그 날 밤, G의 눈앞에서 벌어진 나의 생리 현상에 대해 변호를 하고 싶지만 이유 따위야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저 달아오른 둘의 섹스리듬을 깨고 싶지 않았을 뿐. 남자 앞에서 재빨리 볼 일을 해치우고, 다시 몸을 섞고 싶을 만큼 그 날의 인터코스가 좋았고, 그 ‘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G에게, 뒤돌아 앉아. 귀 막아, 하고 다급하게 외쳤다. 물론, 지금은 내가 바보였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 밤의 기억은 모두 소리 때문이다. 냄새는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그의 정액냄새보다는 내 소변이 더 향기롭다는 프라이드는 있으니까. 무음으로 공포영화를 보면 아무 감흥이 없는 것처럼 내가 볼일을 볼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았을 텐데. 그 놈의 부끄러운 소리 때문에 여전히 G는 나의 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남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G의 주니어는 무척 크고, 두꺼웠다.

덕분에 G 이후에 만난 남자들과의 잠자리 도중 요의(섹스 전 방광을 비운 상태 임에도)가 느껴지면 이 남자, 성기가 제법 크군, 하고 속으로 사이즈를 평가하곤 했다. 그런 좋은 지표를 만들어 준 점에 대해서는 G에게 무척 감사한다.

글/윤수은(섹스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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