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공짜’ 화이자, 한국 환자는 돈벌이 수단?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입랜스. 하지만 고가 약값과 국민건강보험 급여화 실패, 환자 지원 프로그램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다.

입랜스 출시로 두 딸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가졌었던 이현정(가명·44) 씨와 전이성 유방암 4기 환자는 화이자가 고가로 책정한 약값과 국민건강보험 급여화 실패로 몸과 마음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상태다.

이 씨를 비롯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화이자와 정부에 신속한 입랜스 급여화와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화이자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 어떤 곳도 환자들의 눈물어린 호소에 응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전이성 유방암 환자 단체는 화이자를 맹비난하는 상황이다. 이들은 “화이자는 한국 유방암 환자를 돈벌이 수단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주장한다. 지금 입랜스를 둘러싼 문제의 대부분이 화이자의 의자만 있다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급여화 실패…화이자의 전략?

이현정 씨는 국민건강보험 급여화 실패를 두고 “화이자는 이번에 입랜스를 급여화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심사에도 형식적으로 임했다. 맥락을 놓고 보면 그렇게 밖에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단체도 이 씨와 같은 주장을 하며 화이자의 의지를 지적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도 “화이자가 약값을 낮춰서 급여 평가에 임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한다. 실제로 입랜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급여 적정성 평가에서 화이자가 제시한 가격이 너무 높아서 급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오랜 관행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관행을 이번 기회를 통해 없애야 한다는 다소 강경한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는 신약을 국내에 들여올 때 자국보다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해 들여온다”며 “결국 급여화를 대비한 포석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병원 유방암센터의 한 교수도 “다국적 제약사는 습관적으로 국내에 상대적으로 높은 값을 매겨 신약을 가져온다”며 “급여 평가 때도 최대한 마진을 남기려고 높은 가격을 제시해 여러 번 급여 평가를 받은 후에야 급여를 인정받는다” 주장했다.

화이자는 이번 급여 적정성 평가에 정부가 일부분을 분담하는 위험 분담 계약제(Risk Sharing Agreement)까지 제안했다. 자신도 제시한 약값이 고가라는 것을 인식하고 급여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위험 분담 계약제를 제안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이성 유방암 환자 단체는 12월 급여 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환자 단체에 따르면 유방암 관련 의료진 사이에서 “입랜스가 12월 쯤 급여화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 화이자가 오는 12월 급여화를 염두에 두고서 이번 급여 평가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화이자 측은 “12월 급여 설은 회사도 모르는 일”이라며 “화이자는 신속한 입랜스 급여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드러난 화이자의 맨얼굴

화이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 지난 12일부터 160만 원을 리펀드 형식으로 지원하는 환자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급여화와 함께 지원 프로그램을 요구한 환자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화이자의 맨얼굴이 드러났다. 고가의 약값으로 급여화가 좌절된 영국 환자에게 최대 5개월 무상 제공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이런 사실은 해외에 거주 중인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보호자가 해외 언론을 통해서 접하면서, 국내 환자에게 알려졌다. 화이자는 영국 환자에게 무상 제공 프로그램을 제공한 사실을 쉬쉬한 것.

이런 사실을 접한 국내 환자가 화이자에 영국과 똑같은 최대 5개월 무상 제공을 요구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화이자는 그런 환자의 요구를 단 칼에 거절했다. 영국과 한국은 헬스 케어 환경이 다르다는 게 이유였다.

말기 전이성 유방암 환자와 가족이 눈물로 호소해도 화이자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이와 관련 이 씨는 “화이자가 이윤 추구하는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약을 개발해서 비싸게 받는 것도 이해를 하겠는데 너무 고가에다가 너무 본인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하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도 급여가 안 된 상황에서 영국 환자에게는 무상 지원을 하고 한국에서는 안하고 있다”며 “한국 환자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면 똑같이 해줘야 한다. 영국과의 차별을 알고 나니 너무 분하다. 한국은 봉이다”라고 분노했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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