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서 빈둥대는 이유는 유전자 탓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하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면 만사가 귀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운동을 싫어한다면 게으른 성향 탓을 해야 할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카우치 포테이토(소파에서 감자칩을 먹으며 빈둥거리는 사람)’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측면이 있다.
미국 미주리대학교 연구팀이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차이를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운동의 장점을 알면서도 차마 못 하는 건 단지 게으르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는 추측 때문이다. 즉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지 않는 데는 생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대학의 생체의과학과 프랭크 부스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생물학적인 원인 분석에 나섰다. 실험쥐 주변에 쳇바퀴를 놓고, 얼마나 운동을 하는지 살핀 것이다. 그러자 일부 쥐들은 하루에 몇 시간이고 쳇바퀴를 도는 반면, 일부 쥐들은 아예 쳇바퀴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쳇바퀴 돌기에 관심 있는 쥐 그룹과 관심 없는 쥐 그룹을 나눠 각각 짝짓기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운동하길 좋아하는 유전자를 가진 쥐 그룹과 그렇지 않은 쥐 그룹을 생산한 뒤 다시 행동을 관찰했다. 또 쥐들의 뇌에서 보상시스템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 ‘중격의지핵’을 살폈다.
뇌 관찰 결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쥐와 그렇지 않은 쥐 사이에서 유전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차이점이 발견됐다. 열심히 쳇바퀴를 도는 쥐들은 카우치 포테이토 쥐들보다 중격의지핵 뉴런들이 더 잘 발달돼 있었다.
즉 움직이길 좋아하는 그룹은 선천적으로 보상과 관련된 부분이 잘 활성화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카우치 포테이토 쥐들은 달리기를 해도 보상 시스템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달리기는 에너지 낭비에 불과한 불필요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활동량이 적은 쥐들을 억지로 쳇바퀴에서 움직이도록 했다. 그리고 6일이 지난 뒤 뇌를 관찰해본 결과, 눈에 띄는 변화가 관찰됐다. 앉아있기만 했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중격의지핵의 뉴런이 발달한 것이다.
단 원래 운동을 좋아한 쥐들이 6일간 34㎞를 달렸다면, 억지로 운동하도록 유도한 쥐들은 3.5㎞ 정도만 움직였다. 사람의 중격의지핵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쥐 실험에서 발견된 내용과 비슷한 논리가 적용될 거라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카우치 포테이토 기질을 가진 사람이 매번 운동을 하려고 해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유전자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움직이길 좋아하는 사람처럼 활동적으로 움직이긴 어려울 수 있다. 단 일단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면 보상시스템이 조금이라도 발달한다는 점에서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