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를 돼지 장기로 인식, 인체면역체계가 공격한다고?

중국 연구팀, 이종간 면역 거부 반응 이용한 암 치료법 개발중

유전자 변형 돼지의 콩팥을 혈액 투석 중인 환자에게 이식하고 있다. [사진= 코메디닷컴 DB]
암세포를 돼지 장기처럼 위장시켜 면역 체계가 이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법이 발표됐다. 중국 광시 의대 용샹 자오 박사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 내용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셀(Cell)》 1월호에 게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용샹 자오 박사팀은 원숭이와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이 치료법이 암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완전히 제거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돼지와 인간 간의 이종 장기 이식은 필연적으로 면역 반응이 뒤따른다. 면역 시스템이 이식된 장기를 외부 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면역 반응에서 영감을 얻어, 암 치료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종양용해성 바이러스치료(OV)를 활용했다. OV는 암세포에서만 증식하는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면역 시스템을 자극해 암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인간에게 경미한 증상만을 유발하거나 무해한 ‘뉴캐슬병 바이러스(Newcastle disease virus, NDV)’에 암세포를 돼지 장기와 유사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α 1,3-갈락토트랜스퍼라제(galactotransferase)’ 유전 정보를 삽입했다. 이 효소는 암세포 표면에 돼지 세포와 유사한 당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인간이 돼지 장기를 이식받을 때 강력한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당으로, 연구팀은 이를 통해 면역 시스템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은 간암에 걸린 사이노몰거스 원숭이 1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5마리에겐 생리식염수만 투여했고, 다른 5마리에는 효소 유전정보가 삽입된 바이러스를 투여했다. 그 결과 생리식염수를 투여한 5마리는 평균 4개월 만에 사망했으나, 바이러스를 투여한 그룹은 6개월 이상 생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연구팀은 간, 식도, 직장, 난소, 폐, 유방, 피부, 자궁경부 등 다양한 치료 저항성 암을 앓고 있는 23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두 명의 환자는 암이 일부 축소되었고, 다섯 명은 암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암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으며, 두 명은 치료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또 다른 두 명은 임상 시험 도중 중단했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의 면역암학자 브라이언 리히티 박사는 "이 치료법이 다양한 암에서 효과를 냈다는 점이 이례적"이라며 “소량의 바이러스 감염만으로도 자가 지속적 면역반응이 일어나 이를 통해 넓은 범위의 암에 치료법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리히티 박사는 이 실험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향후 더 많은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향후 2상 및 3상 임상 시험을 통해 치료법의 안전성과 효과를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특히 바이러스의 환경 배출 가능성과 건강한 조직에 대한 면역 반응 등 안전성 관련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doi.org/10.1016/j.cell.2024.12.010)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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