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후 복수할 것”…그 범죄자 ‘보복심리’ 강한 이유 있다

남을 용서하지 못하고 복수 원한을 품는 것은 ‘분노반추’ 때문

어두운 성격을 지닌 사람들 중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 보복과 복수에 가득 찬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실제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던 여성에게 무차별 폭행과 성범죄를 시도했던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 남성이 피해 여성에게 ‘출소하면 복수하겠다’는 협박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구치소에 수감 중에 그는 반성없이 출소 후 피해자에게 보복하겠다며 구치소에서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되뇌였다고.

가해자가 사이코패스라는 결론은 없지만, 어두운 성격을 지닌 사람들 중 자신에게 피해를 줬다고 생각, 보복과 복수에 가득 찬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심리학에는 사람의 어두운 성격을 대표하는 ‘어둠의 3요소’라는 게 있다.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Machiavellianism), 사이코패스적 성향이다.

나르시시즘은 과도하게 자기 중심적인 사람으로 이기적이고, 오만하며,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비판에 매우 민감하다. 마키아벨리즘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으며 남을 조종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강한 사람은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며, 충동성이 강하다.

최근 이 어두운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왜 남을 잘 용서하지 못하고 복수를 꿈꾸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힌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에서는 그들의 “분노반추(anger rumination)”에 관한 성향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저자인 세르비아 베오그라드대학교 심리학과 보반 네델코비치(Boban Nedeljković) 연구원은 반추를 이해하는 데 있어 분노반추와 우울반추(depressive rumination)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추란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하는 행위를 말한다.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흔한 심리 현상으로, 우울반추는 부정적인 상황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점점 더 우울해지는 것을 가리킨다. 대개 자기 자신을 비난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분노반추는 분노의 감정을 경험한 후 자신이 겪은 (실제 혹은 자신이 생각한) 부당함에 대해 타인을 비난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이코패스적 성향 강한 사람은 복수에 가득 차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분노반추는 분노 기억, 분노의 원인 이해, 분노 후의 생각, 복수에 대한 생각 등 4가지 차원을 포함한다. 분노 기억과 분노 후의 생각은 자신을 분노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는 것이다. 원인에 대한 이해는 자신이 왜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에 대해 의미 있거나 만족스러운 설명을 찾는 데 집착하는 것을 말하며, 복수에 대한 생각은 갈등을 “해결”하고 부당함을 “바로잡으며” 감정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복수 행동을 하려는 경향으로 볼 수 있다.

과거 연구를 통해 어두운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을 용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 밝혀진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분노반추가 이러한 어려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18~73세 성인(남성 49.7%) 629명의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어둠의 3요소, 분노반추, 용서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행동을 더 많이 보였으며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들에 대해 덜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상대방에 대해 원한을 품거나 복수를 하려는 경향이 더 강했다.

이들이 용서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분노반추를 함으로써 악화됐다. 특히, 복수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 행동을 지속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였다.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스적 성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잘못을 한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가 어려우며, 이것이 상대방을 용서하는 과정을 방해한다.

어둠의 3요소 특성이 있으면 적대적 해석도 강해

연구진은 이러한 특성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예를 들었다.

마키아벨리즘 성향이 높은 사람은 학교나 회사에서 자신이 원하던 포상이나 승진을 다른 사람이 받았을 때 분노반추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 스스로 부당하다고 생각한 그 일에 대한 보복으로 그 사람의 성공을 깎아내리는 조작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않은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맞서 지배력이나 통제권을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로 인해 깊은 분노반추의 소용돌이에 빠져 용서는 불가능한 일이 된다.

연구진의 설명에 따르면, 어둠의 3요소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우호성(agreeableness)이 낮아 상황을 보다 적대적으로 해석하고,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분노가 촉발된다.

2023년 발표된 한 연구는 어두운 성격 특성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이로 인해 분노, 공격성, 원한을 품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분노반추를 어두운 성격 특성과 용서의 부재를 잇는 “다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연관성을 고려할 때, 임상적 노력은 분노반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음챙김이나 인지행동훈련 등을 통해 분노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면 분노를 더 잘 관리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모든 형태의 인간관계에서 용서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다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성격 및 개인차(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The dark triad and forgiveness: The mediating role of anger rumination”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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