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참치회 안돼!”… 日 ‘원전수 방류’ 막아선 태평양 국가들

日 올 봄~여름 첫 방류 시사... '방사능 안전성' 놓고 대립 첨예

태평양 국가들이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성물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참치를 비롯한 태평양에서 주로 잡히는 많은 어종들이 방사성 오염에 노출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태평양 국가들이 일본 정부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성물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무기한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참치를 비롯한 태평양에서 주로 잡히는 많은 어종들이 방사성 오염에 노출한다는 이유에서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이날 피지 수바에서 공개회의를 열고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무기한 연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는 “우리 지역의 모든 당사자가 (방사능 오염에)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까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없다는 것이 PIF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해당 계획을 승인한 후 최근들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올해 봄이나 여름 중 첫 원전 오염수 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PIF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특히 참치 어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실행할 경우, 실제 방사성에 오염되지 않더라도 참치에 대한 안전성 우려와 ‘최고급 식재료’라는 인식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치는 일본을 중심으로 최고급 어종이자 식재료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국제적으로도 인기가 높기 때문에 어업에서 다른 어종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PIF 소속 17개 국가 대부분은 경제력을 태평양 바다 자원에 의존하며, 호주와 뉴질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국은 특히나 참치 어장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다.

이날 회의에 과학 자문역으로 참석한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켄 뷔셀러 박사 역시 “PIF 과학 전문가 패널이 논의한 결과,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은 도쿄전력이 공식 발표하는 ‘원전 오염수 처리 결과 데이터’를 통해 보증되지 않는다”면서 “지금으로선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기에 일본 정부는 계획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당사자인 도쿄전력 등은 2020년 당시 처음으로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공개할 때부터 ‘방류수의 삼중수소의 농도는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관련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뷔셀러 박사는 “원전 오염수 내 방사성 물질이 해류와 조수를 통해 태평양 전체로 흩어지며 바다와 물고기를 오염시킬 위험성이 남아있다는 결론이 PIF 과학 전문가 패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헨리 푸나 PIF 사무총장은 태평양 섬들에서의 과거 핵실험 역사를 언급하며 “우리 주민들은 여전히 매일매일을 핵실험의 유산인 장기간의 방사능 영향을 견디고 있다”면서 “외부인에 의한 또다른 ‘방사능 오염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과거 미국 정부는 1940~1950년대 미국령 마셜제도에서, 프랑스 정부는 1966~1996년 동안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무루로아 환초에서 원자폭탄 개발 등을 위한 핵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10월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류 추진발언 비판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를 통해 해당 계획을 승인한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현 기시다 일본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안전과 비용 사이’… 日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 결정

일본 정부의 해당 계획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사고 수습 과정의 일환이다. 당시 폭발 원전엔 지하수와 빗물이 유입하며 방사성 오염수가 생성했는데, 그간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제염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일본 정부에선 방사능 오염이 일부 완화한 오염수 처리 방식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는데, 2021년 4월 당시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은 5가지의 대안 중 해양 방류를 최종 결정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정부의 발표 직후 곧바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당시 일본 정부는 대대적인 국제 홍보 작업을 벌였다. 해당 오염수가 ALPS를 통해 식수로 활용해도 인체에 무해할 정도로 충분히 안전해졌다는 것이다.

위해성이 있는 ‘삼중수소'(트리튬)가 남아있다는 반론에 대해선, 해당 분자는 인체는 물론 생물 세포와 해양 환경·생태계에 거의 손상을 주지않을 정도로 매우 낮은 에너지 수준의 입자를 방출한다는 과학계의 공식 입장을 내세웠다.

다만 여전히 일부 과학계와 환경운동 단체, 주변국은 일본 정부의 결정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과학성과 안전성 대신 경제성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해양 방류는 다른 대안보다 비용 측면에서 월등히 싸다. 실제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인 ALPS소위원회는 각 대안의 비용을 추산한 바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높은 안전성을 이유로 유력한 선택지로 꾭혔던 수증기 방출과 수소 방출 방식에는 각각 349억 엔(약 3500억 원)과 1000억 엔(약 1조 227억 원)이 필요했다. 반면 해양 방출 시 필요한 비용은 34억 엔(약 340억 원)에 불과했다.

당시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역시 일본 정부의 선택 원인을 경제성으로 꼽은 바 있다. 이 대표는 가장 단순한 처리 방식인 원전 오염수의 지상 보관 방식과 관련해 “최소 100년쯤은 저장해야 하는데 저장 탱크 유지에만 10조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해양 방류는 저장 탱크가 필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16개월 방사성 물질 확산 예측도(위)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확산 예상도. [자료=《해양안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 저지를 위한 한국의 대응 전략’.]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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