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의 맛, 땅에서와 달라... 기내식의 비밀
비행기에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가 기내식이지만 서비스가 좋다는 항공사의 기내식도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는 경우가 흔하다. ‘주방장이 소스를 뭐 빼먹었나?’할 지도 모르지만 기내식이 맛없는 이유가 과학적으로 따로 있다는 사실.
미국 코넬대학교 식품과학 로빈 댄도 교수팀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비행기 안에서 제공되는 디저트의 단맛은 땅 위에서 먹는 디저트의 단 맛보다 덜하다고 주장했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환경에서 미각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로빈 댄도 교수는 “흥미롭게도 단맛과 감칠맛(제5의 미각)에서 맛 감각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고공 중에 사람은 단맛이 느껴지는 것은 좀 더뎌지는 반면에 감칠맛은 그 감각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실험을 보면, 비행기 엔진 소리, 승객들의 말하는 소리 등 각종 소리의 크기가 85데시벨되는 비행 환경을 조성하고, 각각 맛의 감각을 조용한 환경에서의 미각과 비교 테스트했다. 그랬더니 단맛을 느끼는 미뢰의 작용이 더뎌졌고, 글루탐산이 들어간 감칠맛의 음식에 대해서는 그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짠맛, 신맛, 쓴 맛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로빈 댄도 교수는 “기내식 전문가들은 시끄러운 환경에 적합화된 음식을 골라 요리함으로써 기내식의 풍미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전의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진이 시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시끄러운 환경에서의 음식은 맛을 잘 못 느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오는 헤드폰을 쓴 그룹과 조용한 환경에 있는 그룹으로 나누어, 눈을 가린 채 같은 음식을 먹게 했다. 그 결과 시끄러운 헤드폰을 쓴 그룹에서 단맛과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렇게 ‘맛없는 기내식’의 원인으로는 기내 소음 뿐 아니라 고도와 압력도 거론 된바 있다.
이전에 독일 연구기관 프라운호퍼 협회(Fraunhofer Institute)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정 고도의 대기 압력이 주어지면 미각이 일부 마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실제 실험 결과, 높은 고도에서는 사람들이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강도가 30% 정도 낮아졌다.
독일 유명 항공사인 루프트한자(Lufthansa)는 지난 가을께 자사 연구를 통해 기압과 소음으로 인해 토마토 주스 감칠맛이 더해져서 기내에서 맥주만큼이나 토마토주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코넬대학교 연구는 ‘실험심리학저널: 인식과 행동’ 5월호 온라인판에 발표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최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