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영양제보다 유산균이 더 급한 이유
●박용우의 착한세균 톺아보기(4)
인체의 장 속에는 무려 100조 마리의 세균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 숫자보다 더 많지요. 내 체중에서 1kg 정도는 장내세균의 무게입니다. 대변에서도 수분을 제외하면 약 40%가 세균입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 장 속은 무균상태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엄마의 산도에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유산균으로 샤워를 하는 것이 균과의 첫 번째 만남입니다. 엄마의 모유에는 비피더스균이 들어있습니다. 비피더스 균이 잘 증식할 수 있도록 모유 올리고당도 함께 아기의 장으로 들어갑니다. 모유를 먹는 건강한 아기의 경우 분변 세균 중 90% 이상이 비피더스균입니다. 고형식을 먹으면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장내세균이 꾸준히 증가하고 대략 두 살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됩니다. 성인이 되었을 때 장내 세균의 종류는 약 1천 여 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가 잘 알고있는 약 30여 종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개인마다 균종의 분포가 다릅니다. 마치 손가락 지문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듯 말이죠. 나이가 들수록 장내 세균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이것이 질병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저는 유산균을 설명할 때 사람 몸을 두루마리 휴지에 비유합니다. 위 아래 뻥 뚤려 있는게 입과 항문이고 휴지심이 소화기관에 해당됩니다. 몸속 기관이지만 외부 유해환경에 노출되어있어 ‘몸속에 있으면서도 몸속이라 할 수 없는’ 애매한 장기입니다. 외부에서는 피부가 촘촘하게 바리케이트를 치고 외부 침입자의 공격을 막고 있다면, 내부에서는 소화기관의 상피세포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피부와 달리 음식물 속의 유익한 영양소들은 몸속으로 들여보내고 유해한 독소나 세균은 들어오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어서 바리케이트 보다는 공항 입국심사대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먼저 휴지심에 해당되는 소화기관을 살펴볼까요.
입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온 음식물은 잘게 부수어져 침과 섞여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서 강력한 위산을 만나 단백질 분해가 시작되고 함께 들어온 웬만한 균들은 거의 다 죽어버립니다. 위에서 죽처럼 만들어진 음식물은 소장으로 내려가고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된 대부분의 영양소들이 여기서 장세포를 통해 몸안으로 흡수됩니다. 대장으로 넘어간 음식물 은 이곳에서 수분을 빼앗기고, 남은 찌꺼기는 대장내 세균과 함께 대변의 형태로 몸밖으로 나갑니다.
소장은 6m 정도, 대장은 1.5m 정도로 소장이 훨씬 더 길지만 장내세균의 90~99%는 대장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장내세균은 장상피세포에 착 달라붙어있습니다. 장내 세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유산균 같이 사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착한 세균(유익균), 질병을 일으키는 나쁜 세균(유해균), 그리고 해를 끼치지도 유익한 기능을 하지도 않는 무해균. 유해균이라고 해도 무조건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유익균이 충분한 숫자로 존재하고 있다면 유해균은 숨죽이고 얌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유익균의 숫자가 부족해지면 그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빠르게 증식하여 장점막을 파괴시킵니다. 무해균은 유익균과 유해균이 약 10:1 정도로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을 때에는 아무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익균과 유해균의 밸런스가 깨지면 유해균 편을 들기도 합니다.
소장에는 담즙산이 있는데다 계속 꿈틀거리는 연동운동을 하고 있어 세균이 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따라서 위산이나 담즙산에 강한 편인 락토바실러스균 같은 유익균이 정착해서 유해균의 침입을 막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세포와 긴밀한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면역조절을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과거에는 유익균과 사람을 공생관계로 생각했습니다. 즉, 서로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함께 공존하는 사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는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봅니다. 즉, 유익균과 사람이 서로간 득이되는 관계란 것입니다.
사람 몸은 식이섬유를 소화시키지 못합니다.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대장으로 가지요. 소화되지 않은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유익균의 먹이가 됩니다. 유익균은 식이섬유를 분해하여 단쇄지방산을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장상피세포의 영양분이 됩니다.
유익균은 유산 외에도 소화효소를 만들어내어 음식의 소화 흡수를 도와줄 뿐 아니라 비타민B1,2,3,6,12, 엽산, 이노시톨, 비타민K2 등의 합성에도 관여합니다. 풀만 뜯어먹는 소가 튼튼한 단백질근육을 가질 수 있는 건 장내세균의 역할이 큽니다.
유익균과 유해균은 장상피세포에 경쟁적으로 달라붙으려 합니다. 서로 공간을 차지하려는 일종의 땅따먹기 게임이죠. 유익균의 숫자가 월등히 많으면 유해균이 붙을 공간을 내어주지 않아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여기에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항생물질을 만들어내기까지 합니다. 장상피세포에는 유해균이나 독소의 침입을 막는 점막층이 있는데 유익균은 뮤신 생성을 자극해서 점막을 유지해주는 효과도 갖고 있습니다. 대단하죠?
여름철에 상한 음식을 먹고 집단 식중독에 걸렸을 때 누구는 가볍게 설사 한두 번으로 끝나는가 하면 누구는 병원에 입원해서 링거액을 맞으면서 항생제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든든한 지원군인 유익균이 충분한 숫자로 존재하는가에 달려있다는 얘깁니다.
유산균은 젖산을 만들어낸다고 했지요. 유산균이 많으면 장내 환경이 약산성으로 바뀌는데 이것도 유해균에게는 불리한 요인입니다. 대변을 황금색으로 보는 사람들은 장내 유산균이 풍부해서 약산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유산균에서 분비되는 젖산과 초산은 장운동을 촉진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유익균 숫자가 점차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유해균이 쉽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뀝니다. 나이가 들수록 변비가 많은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 변비가 있는 사람의 분변에 비피더스균을 조사해보니 건강한 사람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유익균의 가장 큰 작용은 면역력을 키워주는 효과입니다. 암예방은 물론 아토피피부염같은 알레르기질환 예방효과도 있습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만성염증’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알코올성간질환의 해독에도 도움이 됩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여드름균, 헬리코박터균의 증식도 억제합니다. 장내세균이 비만과 당뇨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새해들어 건강을 챙기겠다고 영양제를 찾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영양제 상담을 할 때 종합비타민제보다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첫 번째 선택으로 권하고 있습니다. 특히 항생제를 오래 복용했거나 제산제, 위산분비억제제를 복용중인 분들에겐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꼭 챙겨 드시도록 권합니다. 식물의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와 잎사귀가 튼튼하듯 장이 건강해야 내 몸이 건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