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살지만 시원치 않은 여자, 왜?

백은정의 女子이야기

이번 추석 연휴는 명절을 끼고 앞뒤로 징검다리 휴일까지 얹어서 꽤 길었다. 많은

사람들이 요긴하게 시간을 활용했으리라. 나 또한 여름휴가를 걸렀기에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어내길 기대하며 연휴만 손꼽아 기다렸었다. 연휴는 달콤했다.

나도 쉬었지만 우리 병원 직원들도 대부분 고향이 지방이어서 원장과 직원 모두

마음먹고 쉬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병원 치고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지만 성형외과 아닌 산부인과여서 가능했다.

우리 병원이 들어있는 건물만 해도 성형외과가 5개나 될 정도로 성형의 메카인

강남 압구정동 주변은 대부분 추석연휴에도 못 쉰다. 연휴기간을 이용해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트렌드는 TV 9시뉴스에도 심심치 않게 보도된다. 이런

주변 환경에서 연휴 내내 병원 문을 닫을 수 있는 건 산부인과 특성 상 추석 무렵

아예 환자가 끊기기 때문이다.

요즈음엔 고유의 산부인과 진료, 즉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증상이나 여성 생식기

질환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오는 환자가 대다수는 아니다. 오히려 정기 검진, 결혼을

앞둔 여성의 검진, 예방접종, 피임 등의 상담, 부인과적인 성형시술 등을 위해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을 정도다.

이런 종류의 진료는 명절기간 여자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상담하기 쉽지 않은 유형이다.

여자들은 명절기간에는 부산하게 움직이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산부인과

병원은  추석 대목이어도 성형외과, 피부과와는 달리 여유를 누린다.

그런데 명절연휴면 아내와 며느리 역할로 바쁜 여자들에게 유독 증가하는 질병이

있다. 여자들의 배뇨장애가 그 주인공이다. 나타나는 증상은 대부분 급성이며 이런

환자가 하루에도 몇 명씩 된다. 연령대는 주로 40대와 50대이며 간혹 20,30대의 젊은

여자도 시달린다. 환자는 진료실을 들어서면서 이미 안절부절 못하는 예민한 모습이다.

일부는 의자에 앉지도 못할 정도다. 그만큼 급성 복통과 배뇨장애가 심하다.

여자들의 호소를 들어보면 같은 패턴이다. “소변을 너무 자주 봐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 갔는데 앉으면 나오지 않아요”, “밤새 화장실 들락거리느라 한숨도 못

잤어요”,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 깜짝 놀랐어요”, “소변 볼 때 배가 너무 아파요”,

 “영 시원치 않네요” 등이다.

급성방광염(Acute cystitis)

급성 방광염은 갑작스럽게 아랫배가 아프다. 특히 치골 위쪽 통증과 허리 통증이

동시에 오면서 배뇨 때도 아프다. 또 빈뇨와 조급증이 함께 나타난다. 소변검사에서

염증세포와 때때로 혈구세포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성관계 등 물리적 자극이 있었거나

자극적인 물질을 사용했을 때 급격히 나타날 수 있다.

여자의 요도(오줌길)는 남자보다 매우 짧다. 또 질과 항문에 매우 가까워 질염이나

항문 주변의 세균감염이 쉬운 해부학적 구조다. 배변 후 깨끗이 처리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습관 때문에 방광염이 생길 수 있다. 또 성관계 전후해 배뇨를 말끔하게 하지

못했을 때에도 방광점막의 염증반응이 나타나 급성 방광염이 생길 수 있다. 성관계

때문에 생긴다고 해서 ‘허니문 방광염’ 또는 ‘밀월성 방광염’이라고 하기도 한다.

의사는 대부분 증상을 확인하고 단순 소변검사로도 충분하게 방광염 진단을 한다.

젊은 여성 80% 정도는 병원성 대장균(Esherichia coli) 때문에, 약 5~15% 정도는

포도상구균 등 피부 감염균 때문에 방광염을 겪는다.

5~7일 정도 항생제와 소염제를 먹고 충분한 수분섭취와 휴식을 하면 대부분 낫는다.

단, 일주일 이상 항생제를 먹어도 개선되지 않으면 과민성방광도 의심할 수 있다.

재발성 방광염(Recurrent Cystitis)

약 20%의 폐경 전 여성에게서 방광염은 재발성 경향을 띤다. 폐경 후 여성에게서도

매우 흔하다. 여성호르몬 부족에 의한 외음부 및 질 점막, 방광의 약화가 원인이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면 쉽게 나타난다. 항생제를 먹고 여성호르몬 크림을 바른다.

과민성방광(Overactive Bladder)

과민성방광은 하루에 최소한 8번 이상 소변을 보는 것을 말한다. 방광을 수축시키는

배뇨근(Detrusor)의 과민 반응으로 잦은 수축이 일어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빈뇨와

급뇨가 나타난다. 일단 소변이 마려우면 참을 수 없는 절박성요실금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과민성 방광증후군(Overactive Bladder Syndrome) 이라 부르기도

한다.

명절연휴 여자들을 덮치는 배뇨 장애는 아무래도 급성 방광염 혹은 과민성 방광증후군으로

집약된다. 우리 사회 40~50대 여성들이 누구던가. 우리네 가정을 이끄는 중심이다.

한 가정의 아내이고, 며느리이고, 어머니이다.

그들에게 긴긴 연휴는 가족과 친척을 만나고 어울린다는 즐거움도 있지만 가족들을

잘 거두어야 한다는 가사노동의 중압감과 함께 복부 깊은 곳의 통증을 시작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약도 중요하지만 충분하게 쉬고 편하게 자야 한다”라는 의사의

권고에 고개를 젓는다. 이른바 급한 불을 꺼준 의사의 명령을 거부하는 불충실한(?)

환자이지만 나는 잘 느낄 수 있다. 이 세상 숱한 미인대회 우승자보다 그들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화장실에서 살지만 시원치 않은 여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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