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표범도 첫 경기에선 실수를 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신이라 불린 골키퍼

검은 표범도 첫 경기에선 실수를 했다

남북 관계는 아칫아칫 아슬아슬하게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또 하나의 전쟁’ 월드컵을 향한 초침은 째깍째깍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두근두근거리며 TV 앞에 앉을 날이 보름 남았군요.

우리나라는 지난 월요일 평가전에서 일본을 압도하며 2대0으로 이겼지만, 우리와 같은 B조의 그리스는 북한과 2대2로 겨우 비겼고 나이지리아도 사우디아라비아와 0대0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이 흐름대로라면 원정 첫 16강도 가능할 듯합니다.

1971년 오늘(5월 27일)은 세계 축구사에서 기념비적인 날입니다. 소련 모스크바의 레닌스타디엄에서 ‘신(神)의 골키퍼’  레프 야신의 은퇴경기가 열린 것입니다. 펠레, 에우제비오, 베켄바우어 등의 ‘영웅’들이 10만 명의 관중과 함께 축하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야신은 모스크바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12살의 나이로 군수공장에 가야만 했습니다. 거기에서 또래들과 공을 차다가 디나모 모스크바 팀에 뽑혀갑니다.

1950년 20살의 나이로 첫 경기에 나갔지만 상대편 골키퍼가 찬 공을 골로 허용하는 엄청난 실수를 합니다. 그는 축구팀에서는 벤치를 지켰지만 디나모 아이스하키 팀의 골키퍼로 큰 활약을 했습니다. 소련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습니다. 축구팀에는 라이벌이자 스승이자 선배였던 알렉세이 코미크가 있었는데, 야신은 이 선수가 다치는 바람에 주전 자리를 꿰차며 국가대표로도 선발됩니다.

야신은 1956년 올림픽, 60년 유럽선수권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63년 골키퍼로는 최초로 ‘올해의 유럽선수’로 뽑혔습니다. 이 해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국과 세계선발팀과의 친선경기에서 신들린 선방을 펼쳐 ‘검은 거미’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그의 선수복이 위아래 검기 때문에 얻은 별명이었지만 팬들은 ‘검은 표범’으로 부르기를 더 좋아합니다.

그는 812경기에 출전해서 480경기에서 한 골도 주지 않았고, 페널티킥을 무려 150번 막았다고 합니다. 1994년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해 월드컵부터 최고의 골키퍼에게 ‘야신상’을 주는 것, 잘 아시죠? 

야신은 1986년 그동안 골병이 들었던 무릎을 수술했다가 합병증이 와서 고생하다가 90년 다리절단 수술을 받고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첫 경기의 실수를 극복하고 최고가 되기 위해 무릎이 부서지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영광의 상처’ 때문에 60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야신은 12살의 나이에 공장에 가야만 했지만, 그때문에 축구 감독의 눈에 띄었습니다. 첫 경기를 엉망으로 치렀지만 보약이 됐습니다. 아이스하키 선수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고 이때 키퍼를 본 것이 축구 키퍼로서의 순발력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코미크 때문에 주전이 못됐지만, 그의 그늘에서 그의 장점을 배우면서 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큰 재산이 됐습니다.

누구나 실수합니다. 누구에게나 불운, 역경은 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느냐가 성공과 실패를 가름한다는 사실, 야신의 삶이 또렷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축구에 관한 연구결과

◇골키퍼가 붉은색 선수복을 입으면 페널티킥 성공률이 뚝 떨어진다. 페널티킥 성공률은 녹색(75%)>파란색(72%)>노란색(69%)>붉은색(54%)의 순(영국 치체스터 대학교 연구진)
◇페널티킥을 찰 때 키커가 마지막 스텝을 밟고 나서 골키퍼의 무릎이 펴진 쪽으로 공을 차면 골 성공률이 높아진다(스페인 파블로 올라비 대학교 연구진)
◇키 큰 선수가 억울한 파울 더 당한다(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대학교 연구진)
◇여성 축구선수가 남성 선수보다 훨씬 잘 다친다(캐나다 알버트 대학교 연구진)
◇축구, 젊은 남성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아일랜드 더블린 대학교 연구진)
◇남녀노소 누구나 축구하면 뼈 튼튼해진다(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진)
◇축구, 여성 몸매 가꾸기에 효과적(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진)
◇축구는 몸 건강 유지에 좋을 뿐 아니라 사회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친다(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진)

오늘의 음악

1840년 오늘은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니콜로 파가니니가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 신기의 연주솜씨를 얻었다는 루머에 시달린 음악가죠.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레오니드 코간의 연주로, 리스트가 피아노용으로 편곡한 곡을 발렌티나 리시차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야샤 하이페츠가 카프리스 24번, 레오니드 코간이 칸타빌레를 연주합니다.

♫ La Campanella [레오니드 코간] [듣기]
♫ La Campanella [발렌티나 리시차] [듣기]
♫ Caprice No. 24 [야사 하이페츠] [듣기]
♫ Cantabile [레오니드 코간]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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