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 이제는 이길 수 있다

[이성주의 건강편지]라벨의 볼레로

뇌출혈, 이제는 이길 수 있다

1937년 오늘(12월 28일)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 모리스 라벨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라벨은 ‘한 성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파리국제음악원에 들어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물의 장난》 등을 작곡해서 이름을 떨치던 중에 작곡가의 등용문인 <로마대상>에 도전했지만 번번히 낙선했습니다. 심지어 네 번째 응모에서는 연령 초과로 무대에 서보지도 못했습니다. 프랑스 예술계에서는 심사위원의 편견을 성토하는 파문이 일어났습니다. 라벨은 나중에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레종 드뇌르 훈장’을 거부해 ‘복수’합니다.


그는 또 무용가 바슬라프 니진스키를 스타로 키운 흥행사 세르게이 디아길레프와 손을 잡는데, 디아길레프가 그에게 의뢰해 작곡한 《La Valse》를 무대에 올리지 않자, 한을 품습니다. 라벨은 5년 뒤 만난 디아길레프가 청한 악수를 물리쳤고, 격분한 디아길레프가 결투를 요청하지만 이도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라벨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세계1차대전 때 공군조종사에 지원하지만 떨어지고 대신 트럭운전병을 하다가 부상으로 전역합니다. 그리고 전선에서 유명을 달리한 전우들을 위해 《쿠르팽의 무덤》을 작곡했습니다. 그는 또 전쟁에서 오른팔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왼손을 위한 피아노협주곡》을 짓습니다. 라벨은 미국 공연 중 만난 조지 거슈인과 ‘지적 교류’를 했으며, 이 때문에 그의 곡 구석구석에 재즈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라벨은 택시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일부 백과사전에는 라벨이 ‘픽 병’ 증세를 보이다 뇌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잠시 깨어나서 동생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감고는 다시 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픽 병은 아닌 듯 합니다.  픽 병은 유전자의 고장으로 뇌가 수축돼 행동, 성격, 기억, 언어 등에 장애를 보이지만 기록에 따르면 라벨의 뇌가 엄청나게 부어있었다고 합니다. 뇌 손상으로 인한 출혈 때문에 ‘혈관성 치매’로 고생하다 숨졌을 가능성이 더 큰 듯 합니다.


마침 이현세의 만화 ‘지옥의 링’이 지옥 같은 현실이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혈투로 모은 대전료를 모두 어머니에게 아파트를 사주는데 쓴 효자, 한국 권투가 마냥 가라앉는 것이 안타까워 은퇴 18개월 만에 다시 글러브를 낀 최요삼 선수가 뇌출혈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라벨은 자신의 상태를 몰랐고 당시 의술로는 뇌출혈을 치료하기 힘들어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지만, 최요삼은 다를 것입니다. 그가 12라운드에서 뇌출혈을 딛고 일어서서 승리를 쟁취했듯, 병상을 떨치고 일어설 것으로 믿습니다. 이승과 저승 사이의 강(江)에서 머물고 있는 그가 뱃머리를 돌려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오기를 두 손 모아 빕니다.

라벨의 명곡 듣기

오늘은 라벨의 곡 세 개를 준비했습니다. 한국인에게도 너무나 유명한 《볼레로》와 《밤의 가스파르》《물의 장난》입니다.
볼레로는 라벨이 살아있을 때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음악이 없는 곡”이라고 말했다죠? 바이올리니스트 앙데르 류의 지휘로 듣습니다.
뒤의 두 곡은 음악광들이 ‘미치는’ 곡으로 피아노 연주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습니다. 밤의 가스파르는 마르타 아르헤리치, 물의 장난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연주합니다.


▶볼레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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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가스파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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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장난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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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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