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받을 수 없었던 문학가

[이성주의 건강편지]닥터 지바고

노벨상을 받을 수 없었던 문학가

1958년 오늘(10월 29일) 소련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노벨 문학상 수상을 거절해서 국제사회가 떠들썩했습니다.


그는 스웨덴 노벨상 위원회가 자신을 수상자로 발표하자 이틀 뒤 “너무나 고맙고, 감동적이고, 자랑스럽고, 놀랐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전보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틀 뒤 “제가 속한 사회에 수여하는 이 상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고 수상을 사양할 수밖에 없으니 제 결정에 노여워하지 말기를”이라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파스테르나크의 대표작 ≪닥터 지바고≫는 겉으로는 러시아혁명기의 한 의사와 ‘라라’라는 여성의 순애보를 그렸지만 작품 곳곳에 혁명의 폭력성과 개인의 파괴가 녹아있습니다.

파스테르나크는 모스크바의 문학지 ≪노브이 밀≫에 기고하려고 했지만 “10월 혁명과 인민, 소련의 사회건설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거부당합니다. 이 원고는 이탈리아의 한 출판사에서 발행돼 세계적 관심을 일으켰지만 소련에서는 비밀리에 읽히는 금서였습니다.


파스테르나크의 수상 소식이 알려지자 소비에트작가동맹은 당장 파스테르나크를 제명하고, 그의 추방운동을 벌입니다. 파스테르나크는 당시 후르시초프 서기장에게 “조국을 떠나는 것은 나에게 죽는 것과 같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서를 보내고 노벨상을 거부합니다.


비록 그가 추방되거나 구금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빌 몰딘이라는 화백은 한 폭의 만평으로 이 사태를 고발합니다. 오른쪽 그림에서 시베리아의 수용소에 갖힌 한 죄수가 다른 죄수에게 “나는 노벨문학상을 받아 이곳에 왔는데 당신의 죄는 무엇이요?”라고 묻습니다.
몰딘은 이 만평으로 <풀리처상>을 받습니다.


파스테르나크는 60년 모스크바 교외에서 폐암으로 쓸쓸하게 이승을 하직합니다. 당시 ‘Literaturnaya Gazsta’라는 주간지에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도막의 부음기사가 실렸지만 수 천 명이 몰려와 애도했다고 합니다. 1987년 작가동맹은 파스테르나크의 사후 복권과 ‘닥터 지바고’의 출판을 허락합니다.


≪닥터 지바고≫는 아시다시피 65년 영화로도 나와 세계인의 심금을 울립니다. ≪콰이 강의 다리≫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의 거장 데이비드 린이 감독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수상하며 ‘고전’의 반열에 오릅니다.


세상에는 파스테르나크처럼 인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다가 박해받은 수많은 천재들이 있습니다. 이들 덕분에 우리는 오늘 마음의 양식을 얻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은 한편 슬픈 날이기도 하지만, 퍽이나 고마운 하루입니다. 이 고마움, 이 행복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나누면 더욱 커진다고 합니다.

닥터 지바고의 주제가 <라라의 테마> 듣기

오늘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원한 파트너, 영화음악가 모리스 자르가 지휘하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 <라라의 테마>를 준비했습니다.

<라라의 테마>는 영화 내내 주요순간마다 빠지지 않고 깔립니다. 이 곡은 영화음악의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합니다.
 

동영상은 자르가 린이 세상을 떠난 이듬해 그를 기리는 추모공연 실황에다 영화의 명장면을 추가한 것입니다. 동영상을 보며 사람의 행복과 사랑, 운명에 대해 생각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모리스 자르가 지휘하는 ≪닥터 지바고≫의 주제곡 <라라의 테마> 듣기

http://test2.kormedi.com/cmnt/Scrap/View.aspx?seq=8279&page=1&searchField=Subject&searchKeyword=

 

 

    이성주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