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햐얀색 대변 보고 온몸 가려워”…30대男 숙취인가 했는데 ‘이 암‘, 무슨 일?

나이 들수록 많아지는 췌장암, 30~40대에도 드물게 발병

하얀색 변을 본 후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30세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데일리메일’ 보도내용 캡처]
하얀색 변을 본 후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30세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에 사는 매튜 로젠블럼이 의심스러운 증상을 인지한 건 2021년 1월로 당시 그의 나이는 32세였다. 그는 갑자기 체중이 줄고, 소변색이 진해졌으며, 대변 색은 하얘졌다는 걸 알아챘다. 처음엔 숙취이거나 25세에 진단받은 크론병으로 인한 증상이라고 생각했다. 크론병은 소화관에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하지만 며칠 후 밤새 손바닥과 발바닥이 심하게 가렵기 시작했고, 결국 병원을 찾게 됐다.

의사는 그의 혈중 빌리루빈 수치가 높다고 말했다. 빌리루빈은 담즙색소로, 적혈구가 분해될 때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다. 빌리루빈 수치가 높으면 간과 소장을 연결하는 담관 폐쇄를 의심할 수 있다. 초음파검사 결과 담관이 좁아져 있는 것이 확인됐고, 의료진은 스텐트(혈관 폐색 등을 막기 위해 혈관에 주입하는 것) 시술을 했다. 하지만 몇 달 후 스텐트를 제거하자 증상은 재발했다. 그럼에도 담당 의사는 그가 너무 젊다며 암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후 나온 검사 결과에서 총담관과 췌관이 만나서 십이지장으로 들어가는 부위인 바터팽대부(ampulla of Vater)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췌장암 4기였다.

로젠블럼은 췌십이지장절제술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미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어 수술이 불가능했고, 그 대신 강력한 화학요법 약물을 처방받았다. 약물을 복용하는 6개월 동안 신경이 쇠약해진 그는 혼자서는 의자에서 일어날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약물 치료 후에도 종양은 작아지지 않았다.

이후 검사에서 의료진은 그의 BRCA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BRCA2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날 경우 유방암과 난소암 등 암 발병률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의료진은 표적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항암제인 젬시타빈, 납파클리탁셀(nab-paclitaxel), 시스플라틴(GAP)을 투여했다. 그 때도 종양 전문의는 “치료를 받으면 1~3년 정도 살 수 있겠지만, 그게 다”라고 말했다. 로젠블룸 또한 “이 시점에서 내가 특별한 케이스라거나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했고,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물 치료 후 그의 삶은 극적으로 개선됐다. 이후 2022년 3월까지 원발성 종양(해당 장기 자체에서 발생한 종양) 외에 다른 암은 발견되지 않았고,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나 그는 췌십이지장절제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의사가 처음 예상했던 확률을 이겨냈지만, “6년 후에도 살아 있을 가능성은 천문학적으로 적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실제로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매우 낮다. 그는 현재 다른 환자들이 췌장암을 사형선고로 당연시 여기지 않도록 하는 데 힘쓰고 있다. “자신이 통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나는 내 나이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병을 진단받았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죽을 줄 알았지만 죽지 않았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나 확률을 이겨낸 셈”이라고 그는 말했다.

조기 발견 어려워 예후 나쁜 췌장암

췌장은 길이 약 15cm의 가늘고 긴 장기로,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췌장암은 이 췌장에 생긴 암세포 덩이를 말한다. 여러 종류가 있으나 90% 이상은 췌관의 외분비 세포에서 발생하며, 발생 위치에 따라 증상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복통, 식욕 부진, 황달, 체중 감소, 소화 장애, 대변 양상 변화(변의 색이 옅어지고 물 위에 뜸), 피로, 가려움증 등이 있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데다, 있다 해도 다른 소화기계 장애 증상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아 조기에 발견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증상이 나타난 뒤 암을 발견하면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다른 부위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만큼 예후 또한 다른 암들에 비해 좋지 않은 편이다.

2022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우리나라에서 새로 발생한 암 중 췌장암은 8414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3.4%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30.4%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7.4%, 80대 이상이 22.2%의 순이었다. 2016년~2020년 췌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15.2% (남자가 14.2%, 여자가 16.2%)였다.

췌장암 발병 위험은 60세 이상에서 높지만, 이 경우처럼 드물게 젊은 성인에게도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췌장암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은 수술 뿐이지만, 이런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발생하기 쉬운 요인에는 45세 이상의 연령, 흡연 경력, 두경부나 폐 및 방광암의 과거력, 오래된 당뇨병, 지방이 많은 음식 섭취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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