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던 병도 만드는 ‘건강염려증’… 뇌에선 어떤 일이?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불안한 마음이 신체적 증상을 유발하는 뇌신경 매커니즘 규명

뚜렷한 병은 없음에도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면 오히려 병을 부를 수 있다. 의학적으로 이를 ‘신체증상장애’라고 부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뚜렷한 병이 없음에도 지나치게 건강을 염려하면 정말로 병을 부를 수 있다. 불안한 마음이 실제로 몸의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의학적으론 이를 ‘신체증상장애’라고 부른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뚜렷한 원인(질병)이 없음에도 △통증 △피로감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지속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일상에 큰 지장을 받을 정도로 몸의 불편함을 느끼며 병원을 찾지만, 정작 진료실에선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듣기 쉽다.

이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는 “이들 환자는 신체적 불편함에 예민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더라도 진료과를 제대로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잘못 찾아간 진료실에서 반복적으로 ‘이상 없다’는 진단을 받아 불안감과 분노가 커지면 실제 환자의 통증도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이들 환자가 마음건강을 다루는 정신과 진료실을 제대로 찾아오는 게 절실하다는 조언이다.

박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신체증상장애 환자의 이러한 고통을 규명하기도 했다. 불안한 마음이 실제로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는 뇌신경 매커니즘을 확인했다.

이를 위해 신체증상장애 환자 74명의 △MRI 검사 △혈액검사 △임상심리학적 검사 △혈액 내 신경면역표지자 검사 결과 등을 임상증상 점수(신체증상, 우울, 불안, 분노, 감정표현 장애)와 대응 분석하고 신체증상장애가 없는 45명의 대조군과도 비교했다.

이 결과, 이들 환자는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실제로도 복통, 어지럼증과 같은 통증을 더 심하게 경험했다. 우울, 불안, 분노 등의 기분증상에 따라 신체적 증상을 더 강화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유발하는 원리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지목했다. 멍한 상태이거나 명상에 빠졌을 때 활발해지는 뇌 영역인 DMN은 신체 감각이나 감정, 스트레스를 처리하고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에서 신체증상장애 환자들은 DMN의 연결성이 저하한 경향이 있었다. 특히 불안과 분노 등의 감정상태가 신체적 증상과 DMN의 연결 관계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도 확인했다.

이는 부정적인 감정과 기분 상태가 통증 등의 감각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DMN의 기능을 낮춘다는 의미였다. 즉, 뇌신경의 감각 처리 능력이 왜곡하면서 신체적 증상을 증폭시키거나 과반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화난 상태의 감정은 위액 분비, 내장통증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위장장애나 복통을 악화할 수 있다.

박혜연 교수는 “불안이나 분노 등 기분증상이 동반된 신체증상장애 환자에게는 기분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신체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을 규명했다”면서 “DMN가 신체증상장애 유발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확인했기에, 인지행동치료나 해당 뇌영역에 대한 신경자극치료 등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과학 분야 학술지인 《뇌, 행동 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에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