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비뇨의학자, 국악에서 치유 비밀 찾는다

김세철 중앙대 명예교수, 6일 풍류와 춤 공연

김세철 원장이  2021년 열린 첫 개인발표회 ‘아리랑과 함께 하는 우리 소리와 춤’에서 매화타령을 부르고 있다.

“음악과 소리는 인간의 감정을 울리는 힘이 있지요. 전쟁 나팔소리, 교회 찬송가, 나들이에서 만난 계곡 물소리 등을 생각해 보세요. 그렇다면 소리 속에서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지도 않을까요?”

비뇨의학, 성의학, 면역불임학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중앙대의료원장, 명지의료원장 등을 역임한 김세철 중앙대 명예교수(78·현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의원)가 국악과 예술 치료로 새 영역을 펼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의료계에 끊임없이 새로운 물줄기를 터온 의학자다. 미국 비뇨의학 교과서에서도 인용될 정도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요로결석 치료의 신기원을 마련한 체외충격파쇄석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그런 김 교수가 이번 봄 예술 치료를 과학화해 저서를 펴내고 공연도 펼치는 것. 그는 음악, 미술, 춤 등 다양한 예술이 어떻게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응집해 ‘치유의 리듬’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고 6일 우리 소리와 춤을 결합한 공연을 갖는다.

의료계 곳곳 새 물줄기 뚫은 거목… “예술치료, 근거 확보가 중요” 

이달 선보이는 이 책에서 김 교수는 산재되고 체계화되지 않은 국내 예술 치료의 현실을 짚어내는 한편, 예술치료가 새로운 물줄기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이미 의학계에서 7권이 넘는 단독 저작과 6권의 공동 저작을 냈고 30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대학자의 역량이 예술 치료의 물꼬를 어떤 식으로 열어내는지 살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는 “예술이 치료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다양하고도 장기적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예술계와 의학계가 함께 힘을 합친다면 예술 치료가 환자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도구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이런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기에 이번 책에는 이를 돕기 위한 내용들을 넣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술 치료에 관심을 가진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지의료재단 의료원장으로 재직할 때 병원에서 운영되던 예술 치료 프로그램을 눈여겨 봤다. 예술이 환자의 치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2015년부터는 스스로 민요와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즈음 김 교수는 음악을 다시 삶 속으로 들였다. 나이가 들어가며 주변인들이 고집불통처럼 마음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대구시향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음악이 다시 필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 몸만 아니라 마음도 서서히 굳어요. 그냥 두면 굳은 채로 세상과 불통하며 늙어가게 되죠. 그렇게 그냥 늙어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찾았죠. 음악이라면 마음의 유연성을 길러줄 수 있겠다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민요 공부. 10여 년이 되는 지금까지 주 1회 수업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을 정도로 열정을 다했다. 어슴푸레한 새벽녘 동네 어디선가 들리던 곡 소리, 마을 잔칫날이면 동네를 가득 메우던 신명 난 꽹과리와 북소리 등 어린 시절부터 삶 곳곳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우리 가락은 김  교수의 마음을 평온으로 안내해주는 길라잡이가 됐다. “비 오는 날 뽑아내는 한 자락의 노래는 요가나 다른 어느 명상법 못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내친 김에 2017년부터는 경기도 과천에서 발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발림이란 소리의 가락에 따라 얹는 몸 동작이다. 우리 춤은 나이 들면서 약해진 균형 감각과 근육을 키워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물론 소리와 춤의 조화가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꼬박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꾸준한 배움을 바탕으로 2021년에는 아리랑과 함께 하는 우리 소리와 춤을 주제로 ‘김세철의 풍류’ 공연을 열었다. 의료계는 물론이고 대중에게도 명의로만 알려져 있던 그의 깜짝 행보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대한의학회 명예의 전당에 헌정될 정도로 이름 높았던 인사였지만, 높은 곳에 꼿꼿이 머물지만은 않았다. 논어의 지자요수(知者樂水)처럼 김 교수는 늘 호기심을 잃지 않고 주변을 관찰하며 새로운 곳으로 흘러가는 물마냥 새롭게 살고 있다.

풍류 공연을 선보인지 3년이 지난 2024년 김 교수는 스스로 경험한 예술의 치유력을 담은 ‘치유의 리듬’ 책 발간을 기념해 두번째 공연을 연다.

명의 ‘김세철의 풍류2’ 공연에는 춤과 소리로 장애와 대인기피를 극복한 김소연 양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선천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연 양은 춤을 배우기 전 팔을 들기 힘들었고, 걸음걸이도 어린아이처럼 위태로웠다. 그러나 치유의 리듬은 기적을 만들었고,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소연 양의 희망을 담은 팔이 얼마나 위로 뻗어나가는 지를 볼 수 있다. 공연은 4월 6일 오후 3시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열린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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