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모녀·형제 주총 대결, 국민연금·소액주주 표심 어디로?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왼쪽)과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 사진=천옥현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 과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26일 기각됐다. 다만 법원은 이번 거래가 이사의 충실 의무에 부합하는 결정인지는 주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28일 주주총회가 통합의 가부를 가르게 될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수원지방법원 민사합의 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한다”면서도 “2년에 이르는 투자 회사 물색 등 검토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만 거래 형태가 이사의 충실 의무 등에 부합하는지, 이사회 경영 판단이 합리성과 적정성을 갖췄는지 등은 향후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열릴 주주총회가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된다. 이번 주총 안건에는 한미사이언스의 ‘임주현 사장과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 포함 이사 6명 선임안’이 상정돼 있다. 이에 맞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형제 포함 5명의 이사선임‘을 주주제안으로 내놓았다.

지난해 말 장부 마감 기준 송영숙 회장(지분 11.66%)과 임주현 사장(10.20%) 측 지분은 가현문화재단(4.90%)과 임성기재단(3.0%) 지분 등을 합쳐 35.0%였다. 반면 형제 측 지분은 임종윤 사장(9.91%)과 임종훈 사장(10.56%), 가족과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를 더해 총 28.42%였다. 모녀 측이 조금 많았는데,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가진 캐스팅보터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편을 들겠다고 밝혀 형제 측(40.57%)이 우위를 점하게 됐다. 양쪽 차이는 약 5.57%p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더 중요해졌다. 국민연금은 7.66%, 기타 개인주주는 16.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의 안건에 찬성할 경우 모녀 측 지분율은 42.66%로 전세를 역전한다. 이 경우 주총 당일 표 대결이 더 뜨거워진다. 반대로 국민연금이 형제 측 주주제안에 찬성할 경우 표 차이는 더 벌어져 형제 측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가처분신청 기각에 따라 신동국 회장이 마음을 바꿀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모녀 측이 다시 우세해진다.

소액주주 표의 향방은 아직 알 수 없다. 전날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한미정밀화학 임직원 모임인 ‘한미사우회’는 보유 주식 23만여 주(0.3%)에 대해 주총에서 ‘통합 찬성’ 의견으로 결의한다고 밝혔다. 사우회는 “한미그룹 구성원들은 현 경영진을 압도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한다”며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한미가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종윤·종훈 측은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주주는 국민연금에 호소문을 보내 “국민연금은 무능화된 이사회를 견제할 능력과 의무가 있다. 진정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동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한미사이언스 쪽 안건이 모두 통과할 경우 이사회는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전임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 박경진 명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구성되고, 통합은 계획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추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형제 측 주주제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이사회 구성은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 배보경 고려대 특임교수, 사봉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다. 이땐 OCI와의 통합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양측 추천 인사들이 섞일 가능성도 있다. 이사진에 최대 총 10명까지 포함될 수 있고, 다득표순으로 이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어느 쪽 인사가 많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OCI와의 통합 향방이 갈릴 수 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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