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신약 세대교체 가속화…재도약 이뤄낼까

[바이오VIBE] 바이엘 코리아 이진아 대표

바이엘 코리아 이진아 대표.

독일 소재 글로벌 빅파마 바이엘 그룹이 강력한 세대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엘은 항혈전제 ‘아스피린’과 항응고제 ‘자렐토’를 필두로, 심혈관질환 치료제 시장에 세계 5대 제약사 중 한 곳으로 분류된다. 제약사업부 혁신을 위한 변화의 첫 단추로 작년 11월, 바이엘 코리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대표가 선임됐다.

최근 코메디닷컴과 만난 바이엘 코리아 이진아 대표는 “최초의 한국인 대표로서 주요 제품들의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중요한 시기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어,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올해는 바이엘이 국내에 진출한 지 69년, 내년이면 70주년이 된다”며 “차세대 성장 동력인 복합 만성질환 신약 ‘케렌디아’와 ‘베르쿠보’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혁신신약이 더 나올 수 있는 기반을 잘 닦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헬스케어 산업군에 30년간 근무하며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경험을 두루 갖춘 영업 및 마케팅, 전략 기획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한국로슈와 머크 세르노를 거쳐 2013년 바이엘에 합류한 뒤, 심혈관질환 사업부를 이끌며 경구용 항응고제(NOAC) 대표 품목인 자렐토를 성공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후 바이엘 독일 본사에서 신규 브랜드 런칭 리드로 근무하다, 2020년부터 한국 법인 대표로 부임하기 전까지는 태국 법인의 제약사업부를 총괄했다.

그는 바이엘 그룹 내에서도 한국 시장의 경쟁력과 임상개발 환경에 대한 지위가 한층 높아졌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 진출 초창기에 글로벌 지역과 현지 마켓과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 보니, 글로벌에 역량을 갖춘 리더들이 먼저 부임하게 된다”며 “최근에는 이러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80% 정도가 현지인 대표를 선임하는 추세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엘이 지금까지 없었던 한국인 대표를 선임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며 “한국은 보험 시장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크고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 우리가 가진 훌륭한 연구개발(R&D) 인프라도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초기 임상시험부터 시작해 3상, 4상, 그리고 최근에는 RWD(실사용 데이터, Real-World Data) 연구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제약산업군에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인 리더십에 기대도 더 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령화 시대, 심장∙신장 분야 혁신신약 공급 주력할 계획”

바이엘은 전통적으로 심혈관, 안과, 항암, 여성 건강 분야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치료제 포트폴리오가 강점인 기업이다. 여기서 이 대표는 올해 집중할 분야로 심장과 신장 치료제를 지목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만성 심부전 신약 베르쿠보가 보험 급여를 받으며, 바이엘 심혈관질환 치료제의 세대 교체에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며 “올해는 오랜 기간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했던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치료 분야에 패러다임을 제시할 케렌디아가 보험급여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심장과 긴밀한 장기인 신장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복합 만성질환 치료 분야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라며 “이들 치료제는 복합 만성질환에서 증가하는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 맞춤 개발됐고, 고령화 시대 심장∙신장 분야의 혁신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베르쿠보는 세계 최초로 승인된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 자극제로 기존 치료제와는 차별화된 작용법을 가졌다.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심부전 악화(최근에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외래 정맥용 이뇨제 투여)를 경험한 좌심실 박출률이 45% 미만으로 저하된 증상성 만성 심부전 환자에 입원 및 심혈관계 사망 위험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근거로 작년 9월 표준 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이 대표는 “케렌디아의 역할도 중요하다. 당뇨병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발생률 1위가 바로 한국”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20년 동안 급여를 받은 새로운 치료제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질환의 경우 제2형 당뇨병 치료제는 복합제, 3제 요법과 같이 선택지가 많지만, 신질환에 초점을 맞춰 쓸 수 있는 약은 케렌디아가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케렌디아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의 과도한 활성화를 억제해 신장의 염증과 섬유화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를 통해 신장 손상을 억제해 투석이나 이식으로 갈 수 있는 과정을 최대한 늦추고, 가능하면 투석까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이러한 혜택을 토대로 올해 2월부터 국내 급여 출시됐다.

이 대표는 “아무리 좋은 약, 혁신적인 약이 개발됐어도 한국 보험 기준에 맞지 않거나 경제성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국내에 들어올 수 없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정부도 필요하다면 급여를 해줄 수 있다는 기조 자체가 확실하기 때문에, 치료제의 가치를 전달함에 있어 회사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Q. 바이엘 코리아 역사상 최초의 한국인 대표로 기록됐다. 어떤 리더십을 펼칠 계획인가.

-소통이 되는 리더가 되고자 한다. 원활한 소통이란, 한국인으로 단순히 같은 언어를 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에 대한 포용’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 부임 이후 직원들에게 2가지 키워드를 강조해 왔다. 첫 번째는 ‘소통(Communication)’, 두 번째는 ‘함께 만들어 나가는 문화(Co-creation)’이다. 특히 요즘 많은 회사들이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민첩한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임 후 첫 3개월 동안 가장 신경 쓴 부분도 ‘소통 창구의 다각화’이다. 일례로, 최근 직원들과 ‘커피챗’ 세션을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직원들과 만나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Q. 바이엘의 경영 체계가 바뀌고 있다. 본사와 협상 시 전략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는 새로운 운영 방식인 ‘DSO(Dynamic shared ownership)’를 지향하고 있다.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가치 전달을 위해, 민첩한 조직을 형성해 상황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인데, 바이엘은 타사와 다르게 국가별로 다른 방향으로 시행하고 있다. 작년에 빌 앤더슨 바이엘 CEO가 각 국의 법인들을 모아 놓고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그 자리에서 경영 체계를 바꾸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유사하며 국가별로 토양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똑같은 집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즉, 관료주의 탈피, 승인 절차 간소화 등 큰 틀은 같지만 세부사항, 상황에 따른 결정은 각 국가의 상황에 맞게 진행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솔루션이 나올 것 같다.

Q. 최근 글로벌에서 진행된 구조조정도 이러한 맥락에서 진행된 것인가.

-바이엘의 글로벌 핵심 비전은 ‘Health for All, Hunger for None’으로, 환자들의 미충족 수요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혁신적인 약을 개발하고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이다. 따라서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인 목표에 충실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관료주의(Bureaucratic)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대표로 선임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금 임직원들이 일하기에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춰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매주 발표하고 있다. 업무의 간소화 프로세스나 시간 단축이 얼마나 가능할지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Q. 급여에 안착한 신약 ‘케렌디아’는 복합 만성질환약으로 포지셔닝을 잡았다. 진료과별 접근법도 다를 텐데.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케렌디아의 환자군처럼 하나의 질환만 가진 환자들보다는 당뇨병에 동반해 만성 신장병을 가지고 있는 등 복합 만성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만성 신장병의 경우는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지면 사회적 부담이 굉장히 늘어나고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짐에도 지난 20년 동안 급여를 받은 신약이 없었기에 초기 급여 준비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두 과 모두 주력할 것이다. 특히, 최근 종근당과의 공동판매 협약을 통해 내분비내과와 신장내과 모두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하게 됐다. 제품력과 마케팅 역량을 총동원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바이엘이 주력하는 여성건강 사업에 어떤 사회공헌 활동을 계획 중인가?

-여성건강 사업부는 바이엘의 DNA에 내재된 분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피임 및 월경 관련 질환, 폐경기 증상 완화, 자궁내막증 치료제 등 주요한 제품군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출시 10주년을 맞이한 자궁내막증 치료제 ‘비잔’의 경우, 2018년 특허만료 이후 제네릭이 출시되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음에도 매년 두 자리 수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치료제의 공급뿐만 아니라 질환 인식 제고 캠페인을 통해, 작년부터 전개해온 사회공헌 활동을 구체화한 조직을 공식 출범했다. 정해진 예산에 맞춘 일회성 활동이 아니라 ‘서스테이너빌리티 앰버서더’라는 이름을 통해 앞으로 다양한 부서의 직원들과 함께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그램들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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