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언] “대통령께서 전공의와 대화 나서달라”

[의정갈등_릴레이칼럼] 김미나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의-정, 국민이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입을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치 국면을 풀고 파국을 막을, 보건 의료계 인사들의 긴급 제언을 집중 연재합니다.]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미나 교수(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의정갈등이 강대강 대치를 한 달째 이어가고 있다. 온 국민이 갈등을 어서 빨리 해소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갈등을 풀기 위해 당장 할 일은 누구나 알고 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당연히 대화와 타협이다. 그러려면 서로의 주장에서 한 발씩 물러나야 할 텐데 이미 회복 불가한 상처를 입고 성이 나서 상대방의 제안에 결사반대한다. 그 동안의 중재 시도들은 모두 무산되었고, 이제 마땅히 나설 사람이나 단체도 없어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제가 중재자가 된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생각해 보았다.

‘확률 제로’인 듯한 현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려면 대화의 당사자를 제대로 정해야 한다. 강대강의 가장 강한 대치를 벌이는 당사자. 그 한 편은 당연히 병원을 뛰쳐나간 1만 명이 넘는 전공의다. 그럼 다른 편은 누구일까? 윤석열 대통령이다. 스스로 강대강 대치의 포문을 열었다. 2025년부터 2000명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포함해서 정부의 의료개혁안을 국민만 보고 완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료개혁의 대상인 의료계가 이를 반대하면 엄벌에 처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절망하여 집단사직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범죄자 집단으로 찍혔다. 의사면허를 딴지 1년이 안 된 인턴부터, 5년이 된 4년차 전공의까지 근로자 최저시급 수준인 급여 이외엔 돈을 벌어 본 적도 없는데 돈 벌 궁리에 의사가 되었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파렴치범으로 몰렸다.

우리나라 전공의의 92.9%가 병원을 떠난 후과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지금의 의료대란이란 상황과 비교도 안 될 심각한 의료시스템과 인력양성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지금의 전공의들이야말로 우리나라가 5년간 양성할 수 있는 필수의료 인력의 전부다. 의사로서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병을 치료하는 소명을 다하고자 스스로 힘든 수련 과정을 택했던 그들은 국민 모두가 지탄하는 대상이 되자 의사의 삶을 포기할 정도로 성이 났다. 모든 것을 포기한 자는 강하다. 그들에게 사법 조치 겁박은 전혀 효과가 없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2월 발생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해결을 위한 참모진 회의에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항공 관제사 파업시 관제사 1만1000여 명 전원을 해고하고, 다시 연방공무원으로 취업할 수 없도록 한 것을 언급하며 물러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사법적 조치(자격 취소와 2년간 자격 재취득 제한 등)로 겁박하면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사태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1981년 당시 미국에선 레이건의 단호한 조치에 국민들은 환호했으나 결과적으론 7000편의 항공기 운행이 중단되었고 원상회복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윤 대통령께서 레이건식 모델로 병원을 떠난 1만2912명 전공의에게 정말 면허정지를 3개월 단위로 반복하고 면허취소해서 그들이 의사로서 영영 일하지 못하게 하면 수개월 이내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다. 매년 의과대학에 신입생 5000명씩 5년을 받아서 10년 후 2만5000명의 의사가 쏟아진다 해도 전공의 수련 지원자는 급감해서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은 영영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로 높다. 지금의 강대강 대치가 지지율에 유리하다고 한다. 화물연대 파업을 저지했을 때도 지지율이 올랐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이번 의정갈등이 원상회복이 안 되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대통령이나 여당의 지지율 하락 정도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의 위기, 수많은 의료관련 종사자의 실직과 산업 경쟁력 손실은 감당이 안 될 정도다. 또 새로운 팬데믹이 닥칠 때 누가 우리나라를 지킬 것인가? 이 정도면 이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모두 힘을 합쳐 이 파국을 막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둘 다 서로의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고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닥칠 암울한 미래에 가장 책임이 큰 주역임에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어른으로서 통 크게 양보하고 전공의와 대화의 장을 마련해주시기를. 그리고 이 엄중한 시국에 할 일 안 하고 있는 정치, 언론, 의료계 모두 힘을 합쳐서 중재자가 되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것이 저를 비롯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비상대책위원회 연대를 통해 교수직을 던져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불쏘시개가 되기를 자처하는 이유다.

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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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hi*** 2024-03-18 16:04:36

      왜?. 단합그만두면 될껄 참 뻔뻔하다. 의대정원 늘리지말라구?. 계속 돈 많이 벌게 아무도 의사하면 안된다구. 의사는 우리만 해야 한다구 계속 돈벌게. 국민은 힘들면선. 지금도 환자는 병원을 헤멘다. 양심이 있으면 그러면 안되는 거다. 귀족노조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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