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세계적 암학회 AACR서 대박 낼 국내 기업은?

레고켐바이오·앱클론·에이비엘바이오 등 주목

AACR 2024. [사진=AACR 웹페이지]

내달 초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항암 신약 임상 결과가 대거 발표된다. 차세대 항암제 시장을 주도하는 ADC(항체-약물접합체)를 비롯해 치료 효과를 끌어올린 이중항체 후보물질,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영상 솔루션의 상용화 가능성 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ADC 전문 개발사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레고켐바이오의 추가 기술 계약 여부가 주목된다.

AACR 연례학술대회는 오는 4월 5일~1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막한다. AACR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손꼽힌다. 다른 암학회와 달리 초기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의 결과가 주로 발표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향후 파이프라인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올해 학회에는 국내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ADC 치료제와 이중항체 후보물질, AI 영상 치료 플랫폼의 최신 임상데이터에 이목이 쏠린다. 레고켐바이오와 유한양행, 앱클론, 에이비엘바이오, 티움바이오 등이 이중항체 치료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한다.

먼저 ADC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는 레고켐바이오가 이번 학회에서 혁신신약 계열로 분류되는 ‘LCB36(실험물질명)’을 선보인다. ADC는 항암화학요법에서 특정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항체를 약물과 결합시켜 치료 효과를 높인 옵션으로 평가된다. 현재 일본계 다국적 제약사 다이이찌산쿄가 상용화에 성공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가 대표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은 B세포 혈액암에서 CD20과 CD22에 동시에 작용한다. 연구 초록에 따르면 단일 표적 ADC와 비교해 종양미세잔존질환(MRD)을 줄이고, 무사건생존기간(EFS)을 늘리며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였다. 실제로 학회 초록이 공개된 지난 6일, 회사 주가는 29% 넘게 상승했다.

폐암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개발한 유한양행은 면역항암제 관련 연구 2편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임상 2편을 발표한다. 특히, 면역항암제와 관련한 후보물질 ‘YH41723’과 ‘YH32367’ 모두가 이중항체 신약으로 평가된다. YH32367은 연구 초록에서 HER2(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 발현 종양과 발현이 낮은 종양 모두에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글로벌 1세대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인 루닛은 암 진단 관련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암 치료 관련 이미징 바이오마커 솔루션인 ‘루닛 스코프’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 연구 초록 7편을 발표한다. 18가지 암종에서 AI 기술을 이용해 암세포에 특징적으로 관찰되는 항원인 CNTN4 발현 및 PD-L1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자료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앱클론과 에이비엘바이오, 티움바이오가 주요 항암제의 전임상 결과를 내놓는다.

앱클론은 차세대 항암제로 평가되는 세포치료제의 공격 기능을 조정할 수 있는 스위처블(switchable) 플랫폼 기반 고형암 CAR-T(키메릭항원수용체-T) 치료제 ‘AT501’ 결과를 공개한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 T세포를 이용해 맞춤형 항암치료를 시행하는 최신 기술로, 특정 암세포를 인식하는 키메릭항원수용체(CAR) 유전자를 인간의 T세포에 도입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유전자 재조합 세포치료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독자적인 항체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파이프라인 중 T세포 면역관문수용체인 TIGIT 표적 물질 ‘ABL112’과, 면역억제 종양 관련 골수성 세포에 과발현하는 LILRB4에 작용하는 ‘ABL407’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ABL112의 경우 기존 단일클론항체에 비해 종양 퇴행에 효과를 보였으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결합하면 종양 성장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티움바이오 또한 난치성 암종인 삼중음성유방암(TNBC)을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TU2218’ 후보물질의 임상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14일 ‘암 치료의 미래는 AACR에서’ 보고서를 통해 “루닛의 경우 암 종양에 면역항암제를 투여하는 가짓 수가 늘면서 PD-L1 솔루션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AI 솔루션을 활용한 암 조기 진단 시장에서 현재 운영권 획득에 성공한 호주를 시작으로, 유방 영상 전문기업 ‘볼파라헬스(Volpara HEALTH)’ 인수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2년 글로벌 ADC 시장에서 전체 계약 규모 3위로 인정받는 ADC 연구 기업”이라며 “이번 학회에 긍정적인 초록이 발표된 만큼 추가적인 계약 체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1월 오리온그룹 편입으로 한동안 자금 조달 이슈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오리온이 레고켐에 자율경영을 보장한 상황이라 기존에 계획하던 파이프라인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암은 전 세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난치성 질병으로, 고령화 시대를 기점으로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신규 발병 건수가 2170만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 수 증가와 함께 항암제 시장 규모도 꾸준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 규모는 2023년 2226억 달러(약 292조원)에서 2032년 4795억 달러(약 631조원)로 연평균 8.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항암제 시장은 면역항암제를 비롯해 표적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2000개 이상의 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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