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기기 발목 잡는 이중 규제? “사업 특수성 인정해야”

DTx 허가 기업 에임메드·웰트, 규제 혁신에 한목소리

에임메드 임진환 대표가 13일 서울시 종로구에서 열린 ‘제1회 규제과학 미디어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규제과학센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규제의 ‘속도’가 관건이라는 산업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에임메드 임진환 대표와 웰트 강성지 대표는 13일 ‘제1회 규제과학 미디어포럼’에서 국내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두 기업은 국내에서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이하 DTx) 품목허가’를 받은 바 있다.

DTx는 소프트웨어를 약처럼 처방해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에임메드의 ‘솜즈’와 웰트의 ‘웰트-아이’는 불면증 환자의 수면습관 교정을 돕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국내 1,2호 DTx 승인을 받았다. 특히 솜즈는 지난 1월 실제 처방까지 이뤄졌다.

에임메드 임진환 대표는 이날 DTx 개발 과정에서 규제과학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며 “규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 하물며 규제가 이것을 따라가는 것은 어려운 일임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식약처와 정부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신속한 허가와 처방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다만 임 대표는 허가 뒤 실제 처방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 대표는 “기업의 시간은 규제기관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흘러간다. 투자를 받은 기업의 입장에서 기다림은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의 발언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계가 여러 차례 지적해온 ‘이중 규제’에 대한 내용으로 해석된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는 식약처 허가 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근거창출위원회의 인증을 받아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해당 기술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보건 당국의 조치다.

솜즈 역시 지난해 2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뒤 NECA의 인증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과 동일한 수준의 데이터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받는 등 시간이 지연됐다. 솜즈가 실제 처방까지 11개월이 걸린 것은 이 때문이다.

임 대표는 “신의료기술을 평가하는 NECA의 신중한 접근방식에 깊이 공감하지만, DTx는 사실 환자에게 예상되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기술”이라며 “속도감 있는 규제방식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웰트 강성지 대표가 13일 서울시 종로구에서 열린 ‘제1회 규제과학 미디어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규제과학센터]
웰트 강성지 대표는 DTx 규제 혁신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강 대표는 “DTx는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는 베타 버전에서 시작해 업데이트를 통해서 기능과 사용성을 발전시키는데, 규제가 이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 강 대표의 설명이다.

강 대표는 “규제도 여러 단계로 나누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초 버전은 대조군과 실험군으로 나눠서 임상을 진행하고 상용화하되, 2.0 버전은 최초 버전과 비교하자는 것이다.

게임이나 모바일 앱 등 소프트웨어가 피드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차기 버전의 베타 테스트가 필수적이다. DTx 역시 2.0 버전 테스터를 모집해 실험군으로 활용하면 소프트웨어의 특성이나 발전 속도를 반영할 수 있으며, 임상 모집과 실행 역시 간단해질 것이라는 논리다.

강 대표는 “국내에서 우수한 DTx가 탄생한다는 것은 국내 기업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국내 규제의 우수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며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이 보장된 치료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규제가 사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담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1회 규제과학 미디어포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장자원 기자.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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