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속 ‘독소’ 안빠진다…미세플라스틱 쌓인 장에 생기는 일?

연세대 생명공학과 변상균 교수팀 연구

체내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이 장 누수를 유발하고 염증성 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체내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이 장 누수를 유발하고 염증성 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원인불명의 염증이 만성적으로 생기는 병으로,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대표적이다.

플라스틱은 마찰, 빛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미세한 플라스틱으로 파편화돼 마이크로플라스틱(5mm 이하) 또는 나노플라스틱(1-1000nm)으로 바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마시는 생수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며, 우리의 혈액과 장기에서도 검출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생물학적, 의학적 영향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변상균 교수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 중 하나인 폴리스티렌 (Polystyrene) 계열 플라스틱을 활용해 실제로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양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로 만들어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나노플라스틱 크기로 섭취한 동물에서 장 누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장 누수란 장내를 보호하는 점막이 손상돼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할 균이나 독소가 손상 부위를 통해 신체 내부로 침투해 다른 질병을 유발하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을 가진 동물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경우, 장에서 염증이 더 심해지고 장누 수가 증가하는 결과도 확인했다.

이어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장의 전사체·대사체(유전자)를 분석, 신호전달 경로의 규명을 통해 장의 염증과 누수를 유발하는 미세플라스틱의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면 장내 염증을 촉진하는 유전자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타우린과 같은 염증·산화 스트레스(활성산소에 의한 조직 손상) 완화에 도움을 주는 대사물질을 감소시켰다.

추가 실험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면역 조절에 관여하는 JAK-STAT 신호전달경로를 교란해 세포 접합 단백질의 생성을 감소시키고, 장벽 항상성(생물이 최적의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경향) 유지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도 관찰했다.

변상균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장 항상성 교란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예방 및 개선할 수 있는 표적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공중 보건 및 환경 건강 연구 분야 학술지인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게재됐다.

한편 염증성 장질환 중 크론병은 입에서부터 항문까지 이르는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병이다. 주로 △설사 △극심한 복통 △체중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관절염이나 항문 주위 농양(고름)이 생길 수도 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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