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서워” 어릴 때 따돌림…커서 정신질환 3.5배 높인다

연구팀 "성인돼도 여전히 상처 남아있어"

따돌림, 신체 폭행 등을 경험한 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대인불신’이 생긴 청소년은 성인이 되면서 심각한 정신 건강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따돌림, 신체 폭행 등을 경험한 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대인불신’이 생긴 청소년은 성인이 되면서 심각한 정신 건강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5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정신건강의학과 조지 슬라비치 교수 연구팀은 영국의 밀레니엄 코호트에서 선발된 1만명의 청소년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때 또래 괴롭힘 이후 대인 관계 불신에 따른 불안, 우울증 그리고 과잉 행동과 같은 정신 질환 유발 사이 연관성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초등학생 시기(11살 경) 왕따 등 또래로부터 괴롭힘 경험한 후 중학생 시기(14세 경) 대인 관계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게된 청소년(당시)은 불신이 덜했던 대조군에 비해 성인기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약 3.5배 높았다.

조지 슬라비치 교수는 “또래집단 따돌림과 같은 대인관계 위협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신뢰할 수 없게 되고, 세상이 위험하다는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하며 “이 믿음은 시간이 지나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어 정신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겪을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 정신 건강에 대한 공중 보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최근 연구를 보면 미국 고등학생 44.2%가 최소 2주 동안 우울증을 앓았다고 보고했다. 해당 학생들의 10명 중 1명은 그해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 슬라비치 교수는 “어린 시절 따돌림이 성인기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학교 자체에서의 적극적인 예방책 마련이 필수”라며 또한 “정부는 십대들의 정신 건강 위험 요소를 식별하고 평생 건강과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예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정신건강의학 학술지 《네이처 멘탈 헬스(Nature Mental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한편 어린 시절 왕따를 경험한 아이는 성인기 정신 건강 악화 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을 앓을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비영리 의료센터 메이요 클리닉 연구팀은 왕따를 경험한 아이가 받은 만성스트레스와 성인기 신체건강 사이 연관성을 다룬 논문을 종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왕따로 만성스트레스를 경험한 아이들은 심장병과 당뇨병이 발병할 위험이 올라갔다.

연구팀이 분석한 논문들에서 왕따를 경험한 아이들은 몸의 염증 수치, 호르몬 대사 반응이 정상 반응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런 변화는 아이가 커서도 스트레스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연구팀은 “우리 몸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하게 받는 단기적 스트레스는 금방 이겨낸다”며 다만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회복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몸에 누적된다. 오랜 기간 쌓이면 신체·정신적 건강을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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