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코비드’ 환자 피에 무슨 일이? “백혈구 비정상적으로 뭉쳐”

혈액 응고 및 면역 반응 관련 단백질 구성의 현저한 차이 발견

건강한 참가자와 코로나19 회복자에 비해 롱 코비드 환자는 혈전 예방에 도움을 주는 항트롬빈 III(AT III)라는 단백질 수치가 낮았다. 또 혈전 형성과 관련된 단백질인 트롬보스폰딘1(THBS1)과 폰 빌레브란트 인자(VWF) 수치가 높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기 코로나19(롱 코비드) 환자의 혈액 내 단백질 구성이 다르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된 스위스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의 혈액 샘플과 건강한 성인의 혈액 샘플에서 나오는 6500개 이상의 단백질을 비교한 결과 롱 코비드 환자, 회복자, 비감염자의 단백질 구성에 현저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면역 반응과 혈액 응고, 염증에 관여하는 이들 단백질이 롱 코비드를 진단하고 관찰하는데 핵심적 생체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롱 코비드는 세게적으로 약 6500만 명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질환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인 SARS-CoV-2에 감염 후 뇌 안개, 피로감, 가슴 통증, 호흡 곤란 등 200여 가지 증상이 수개월 이상 수년까지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대(ICL)의 아란 싱가나야감 교수(호흡기내과)는 이번 연구가 “현재로서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것에 대한 치료법을 개발하고 시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적이 없는 건강한 성인 39명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지 6개월이 지난 뒤에도 롱 코비드 증세가 지속되는 113명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22명은 처음 양성 반응을 보인 지 12개월이 지난 뒤에도 증상이 지속됐다.

연구진은 참가자들로부터 수집된 268개의 혈액 샘플에서 채취한 6596개의 단백질을 두 차례 분석했다. 처음엔 코로나19 감염 후 증세가 가징 심할 떄였고 다음은 6개월 뒤였다. 연구진은 롱 코비드 환자의 혈액에서 혈액 응고와 염증에 관련된 단백질의 불균형을 포함한 몇 가지 차이점을 발견했다.

건강한 참가자와 코로나19 회복자에 비해 롱 코비드 환자는 혈전 예방에 도움을 주는 항트롬빈 III(AT III)라는 단백질 수치가 낮았다. 또 혈전 형성과 관련된 단백질인 트롬보스폰딘1(THBS1)과 폰 빌레브란트 인자(VWF) 수치가 높았다.

연구진이 참가자 하위 집합의 혈액 세포를 조사한 결과, 백혈구에 CD41이라는 단백질의 발현이 건강한 사람에게서 가장 낮았고, 12개월 동안 롱 코비드 앓은 사람에게서 가장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CD41은 혈소판(응고에 관여하는 세포 파편)에서 발견되는 전형적 물질로, 백혈구에 CD41이 존재한다는 것은 백혈구가 비정상적으로 응집 됐음을 의미한다.

논문을 검토한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리사 차크라바르티 교수(바이러스면역학)는 “미세 혈전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러한 작은 혈전이 조직 내에 산소가 흘러가는 것을 막아 롱 코비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연구진은 또한 초기 감염 기간과 6개월 뒤 롱 코비드 환자에게서 모두 일반적으로 감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체 면역 방어의 일부인 보체계(complement system)의 활성화가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6개월 동안 롱 코비드를 앓은 사람은 완전히 회복되었거나 건강한 참가자에 비해 보체계 관련 일부 단백질의 수준이 감소하고 다른 단백질의 수준이 증가했다. 이러한 단백질의 불균형은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논문의 주저자인 스위스 취리히대의 카를로 세르비아-하슬러 박사후 연구원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기계학습을 통해 참가자의 혈액 내 단백질 수준과 나이와 체질량지수(BMI)와 같은 기타 요소에 기반해 롱 코비드에 걸릴지 여부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별도의 데이터 세트에 적용했을 때 이 모델은 어떤 참가자가 12개월간 지속되는 롱 코비드에 걸릴지 예측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결과 중 일부는 롱 코비드 원인에 대한 기존 이론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그 치료법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연구 참가자의 수가 소규모인 데다 치료법 개발에 주요 장벽이었던 질환의 근본 원인을 정확히 찾아내지는 못했다. 차크라바르티 교수는 “우리는 이 새로운 분야에 대한 탐구의 시작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싱가나야감 교수는 롱 코비드에는 다양한 증상이 수반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롱 코비드 증상의 다양성은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라면서 “이러한 모든 증상이 단일한 기전에 기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g794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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