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밤 밝히는 조명등 황반변성 위험 높여

야간 조명 밝은 곳 살면 안질환 위험 2배

조명 불빛이 밝은 도심
밤에 인공조명 수준이 높으면 황반변성 위험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휘황찬란한 조명 덕분에 밤에도 낮처럼 활동을 하는 현대인들. 하지만 야간에 실외 인공조명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인 노인성 황반변성 발병 가능성도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주대 의대 안과 연구팀에 따르면 가로등 및 기타 인공조명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노인성 황반변성에 걸릴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하아늘 박사(안과학 교수)는 “위험성은 수면 문제와 우울증과 같은 교란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동일했다”며 “실외 인공조명과 황반변성과의 연관성은 야간에 실외 인공조명 수준이 농촌 지역보다 3배 높은 도시 지역에서만 발견됐기 때문에 도시 거주자들이 황반변성에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황반이라고 불리는 눈의 망막 부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화될 때 발생한다. 중심 시력을 잃기 시작해 운전이나 독서와 같은 일반적인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

연구팀은 이전의 연구들에서 밤에 인공조명의 확산이 비만, 심장질환, 몇 가지 암 및 정신건강 장애와 같은 상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황반변성에도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인공조명이 다양한 방식으로 망막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며 “빛에 노출되면 생체 리듬을 방해하고 민감한 망막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해로운 호르몬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50세 이상의 한국인 12만 6000여명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다. 이들 중 약 4100명이 노인성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사는 곳을 추적해 밤에 한국 전역의 빛의 양을 보여주는 위성사진과 비교 분석했다. 사람들의 거주지는 4분위로 나뉘었는데 밤에 실외 인공조명을 얼마나 많이 쬐는지에 따라 순위가 매겨졌다.

연구 결과 실외 인공조명 수준이 가장 높은 도시 지역에 사는 노인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노인성 황반변성에 걸릴 확률이 2.1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인공조명 수준이 조금 더 높은 수준의 지역에 사는 경우 가장 낮은 수준의 지역에 비해 노인성 황반변성 위험이 12%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는 인공조명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안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물론 밤에 너무 밝은 환경은 불면증이나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도 높일 수 있는데 이런 요인들을 조정한 후에도 결과는 일정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야간 조명으로 인한 황반변성 위험성은 나이가 들면서 증가했고, 남성들이 여성들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만, 흡연 및 음주와 같은 다른 요인들도 야간 실외 조명과 노인성 황반변성의 연관성을 강화한다”도 덧붙였다.

미국 뉴욕 노스웰헬스의 안과 전문의인 매튜 고르스키 박사는 “이번 연구는 실외 조명과 황반변성 간의 인과관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첫 번째 연구”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확정짓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며 “눈의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려면 금연을 하고, 과일과 채소 등 항산화제가 풍부한 식품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하고, 가능하면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Nighttime Outdoor Artificial Light and Risk of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는 ≪미국의학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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