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위험 높은데도… “자기 눈 질환 너무 몰라요”

[Voice of Academy 10-인터뷰] 대한안과학회 이종수 이사장

이종수 이사장이  3대 실명질환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정기적인 안저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부산대병원]
“간단히 볼 게 아닙니다. 유병률이 벌써 20%(당뇨망막병증)에 이른 것도 있어요. 문제는 이들 모두 증상이 심해지고 나서야 알게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 평소엔 별 관심이 없는 거죠.”

17일 대한안과학회 이종수 이사장(부산대병원 안과 교수)은 “실명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는 심각한 질병들인데도, 자기 몸에 그런 병이 있는 줄 아는 사람이 너무 적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령화와 눈 건강은 상관 관계가 크다. 백내장, 안구건조증 등 노인성 눈병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수밖에 없다.

특히 실명 위험이 높고, 노화와 함께 유병률까지 높아지는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은 더 큰 문제다. 안과 쪽에선 이들을 ‘3대 실명질환’이라 부른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 이들 3대 실명질환 인지율은 형편 없이 낮다. 녹내장은 그나마 시야 외곽부터 안 보이기 시작하는 증상이라도 있어 25% 가량이 알아차리지만, 황반변성은 약 96%가 상태가 아주 나쁜 상황이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다.

“가성비 높은 안저검사만 받아도 실명 막아”

“그나마 다행인 건 조기 발견하고, 또 조기 치료하면 80%까지는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건데….”

그래서 그는 누구를 만나도 꼭 “안저(眼底)검사 받아봤느냐”부터 묻는다.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가성비 높은”, “꼭 받아봐야 할” 검사라는 것이다.

“고령화 때문에 생기는 질환들인 만큼 원인을 제거할 수는 없다 해도 조기 발견해 병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것은 가능하잖아요? 가까운 안과에만 가면 전국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간단한 검사인데, 그걸 놓치고 있는 게 안타까운 거죠.”

그런 3대 실명질환은 50세 전후부터 잘 생긴다. 그래서 안과학회는 5~6년 전부터 “국민 모두 받는 생애주기 건강검진에 쉰 살 넘은 이들은 모두 안저검사 받도록 하자”고 외쳐왔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하고 숱하게 토론도 하고, 협의도 하고 했죠. 정부도 그 필요성은 인정해요. 초고령사회가 코 앞이니, 그런 환자들이 전 국민의 5% 이상 될 거니까요. 사실 녹내장 하나만 해도 실명까지 이어지면 그 사회적 비용이 거의 3조 원이나 됩니다. 고혈압 3.8조 원, 당뇨병 3.1조 원에 육박하는 거죠.”

하지만 타당성 연구 결과, 조기 발견에 따른 건강 이득 및 비용 효과 등 일부 항목에 대한 이견 때문에 아직 미결 상태다. ‘필요’한 것은 맞는데, ‘조기’ 발견하는 데 드는 비용 대비 임상 유효성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번 손상된 망막이나 시신경은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눈은 특히 사람이 움직이고 일하고 소통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잖아요? 심각한 손상을 받기 전에 조기 검진을 통해 예방, 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어요. 특히 병이 생길 소지가 큰 고위험군인 경우엔 더 그렇고요.”

그는 이 문제가 자칫 의료 불균형, 저소득층 소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대학병원 또는 사설 건강검진에선 2만원 정도 더 내면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이들은 조기 발견할 기회를 놓치는 거죠. 돈이 없다고, 이들은 여기서도 소외되는 겁니다. 저소득층인 경우, 시력까지 잃어버리면 본인 ‘삶의 질’은 물론 가정이 풍비박산 나죠. 더 큰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는 “올해도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국회 공청회를 통한 토론회 등 다각적인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 했다. 높고 두터운 정부, 심평원 벽을 넘어서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이라도 쓰겠다는 태세다.

지방대 교수가 안과학회 이사장 맡은 건 두번째

부산대병원 교수인 이종수 이사장은 지방대 교수로서 국내 기간(基幹) 의학회를 이끄는 매우 드문 사례다. 회원이 5천 명 가까운 대한안과학회에서도 77년 역사를 통틀어 역대 두 번째다.

서울 등 수도권 대학 교수들의 독무대였던 이사장 자리를 맡아 지난 2년 여 동안 치열하게 학회 일을 해온 건 지방대 교수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개인적 욕심(?)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사이, 학회는 동아시아와 글로벌 주요 학회로 자리 잡았다.

– 학회 이사장에 오르며 공약한 것들은?

“가장 중요한 게 전국 회원들간 소통, 그리고 의술 발전이다. 그동안 회원간 의료정보 교류를 위한 비대면 플랫폼을 구축하고, 학회나 분과 연구회의 학술영상, 눈 건강을 위한 예방이나 홍보영상 등을 만들었다. 수련에 필요한 안과의 기본 술기와 최신 교육용 영상도 학회 미디어 채널과 연계해 제작했다. 학술지(KJO)의 과학논문색인(SCIE)급 등재 문제도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SCIE 등재는 학회 회원들 숙원 중 하나다. 또 세부 전공별 12개 ‘분과연구회’의 전문학술지 발간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5천 명에 육박하는 안과학회 회원들이 바라는 건강보험수가 현실화 방안을 계속 개선해 나가는 것은 언제나 제1 관심사다”

– 건성안, 즉 안구건조증 환자가 급속히 늘면서 지난해 눈물약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는데.

“2021년 우리나라 건성안 환자가 918만 9660명이었다.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곧 1천만 명을 넘어선다. 그러다 보니 ‘히알루론산(HA) 점안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데, ‘1회용’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10배로 뛴다는 소문이 크게 돌았었다. 다행히,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에서 빠지게 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HA 점안제의 과도한 사용은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기에, 안과학회에서는 오남용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 지난해 학회가 올바른 인공눈물 사용법을 집중적으로 안내했던 것도 그 때문인 것 같은데.

“1회용 인공눈물은 방부제가 들어있지 않지만, 하루에 여섯 번 이상 넣으면 눈물 속의 유익한 효소나 성분까지 묽게 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안구 표면을 손상시키고 건조증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 이사장은 “많은 사람이 인공눈물을 사용하지만 그 종류가 워낙 다양한 만큼 마구 사용하면 안 된다”고 했다. 반드시 안과 전문의 처방에 따라 종류, 사용 횟수, 용량 등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내장 과잉수술·HA점안제 오남용 등은 숙제

내친 김에 백내장 수술 문제도 물었다. 그의 전문 분야가 각막 등 외안부, 백내장 수술이기도 하다.

– 백내장 수술은 국내 수술 건수 1위에 오를 만큼 많은데, 그러다 보니 실손보험과 연결한 과잉 수술 문제가 지금도 남아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안과 의사들의 굴절 교정 수술이나 망막, 녹내장 수술 실력은 세계적으로도 최상위급이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 초진 진료비는 1만6천 원, 삼계탕 한 그릇 값 밖에 안 된다. 참 이상한 구조다. 게다가 노령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고. 현실이 이렇다 보니,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노안 교정용 인공수정체 수술에 과도한 수요가 몰리게 된 거다. 이를 예측하지 못했던 보험회사들이 뒤늦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 가입자들은 이에 반발하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던 것이다.”

– 보험사와 환자 사이에 법정 소송으로 번진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재판부에 따라 서로 다른 판결을 내기도 해 아직도 명쾌한 사회적 합의까진 이르지 못한 듯하다.

“향후 정부와 보험업계, 의료계의 원만한 조율로 보험 가입자들 손실이 없도록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안과의사회나 학회에서도 비윤리적인 과잉 의료행위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그는 “환자들도 백내장 수술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이전 시력보다 훨씬 좋아지는 건 맞다. 백내장이 있던 환자에겐 새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하지만 노안(老眼)이 왔다고, 또 안경을 쓰지 않기 위해 인공수정체를 끼우면 만족도가 달라진다.”

인공수정체가 원래 가지고 있는 단점들, 즉 눈부심이나 불빛 번짐, 어두운 곳에 가면 잘 안 보이는 시력 저하 등 불편한 점들이 불가피하게 생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경우라면 ‘수술 받고는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환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사도 당혹스러운 측면이 있고. 그래서 백내장 수술은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합병증까지 놓고 실력 있는 전문의와 먼저 충분히 상담을 받아보는 게 나중을 위해 현명한 방법이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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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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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ik*** 2024-01-19 09:30:05

      눈 건강에대한 좋은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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