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 국내 출시 여전히 불투명…“물량 상황 보겠다”

[바이오VIBE] 사샤 세미엔추크 한국법인 대표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사샤 세미엔추크 대표이사.

올 한 해를 가장 뜨겁게 달군 치료제 분야가 비만과 당뇨병이다. 그 중 시장 선봉에는 살이 빠지는 당뇨약이자, 체중의 20% 이상을 줄이는 강력한 비만 신약으로 유명세를 탄 ‘오젬픽’과 ‘위고비’가 놓인다. 두 주사제 제품 모두 GLP-1 수용체 작용제를 기반으로 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GLP-1은 음식물을 섭취할 때 생성되는 호르몬으로, 식욕을 억제하고 소화기계(위장관) 연동운동을 늦춰 식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작용을 한다. 쉽게 말해 소화의 속도를 늦춰 혈당과 체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들 제품의 선풍적인 인기는 개발사인 덴마크 소재 다국적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를 단숨에 글로벌 빅파마 대열에 올려놨다. 실제로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을 훌쩍 넘겼으며, 명품 브랜드 공룡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증시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단순히 인슐린 시장에 주력하는 당뇨병 전문 제약사가 아닌, 명실상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전 세계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셀럽들의 입소문을 탄 제품들은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공급 부족 사태가 날로 심화되며, 회사는 2028년까지 생산공장 증설에만 8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물량공급 이슈는 급기야 비만약 위고비의 출시 국가와 치료 환자 수를 제한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연말 기준 노보 노디스크가 글로벌 출시를 결정한 곳은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덴마크, 일본 등 총 6개 국가에 한정됐다. 일본의 경우, 아시아 지역에 최초로 내년 2월 출시가 결정됐다.

이에 국내 의료계에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비만 고위험군 환자 관리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환자 관리를 담당하는 내분비 및 비만 전문의들은 당뇨약 오젬픽과 비만약 위고비의 원활한 공급을 강조하고 있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오젬픽에 이어 지난 4월 국내 허가를 받은 위고비도 여전히 출시가 결정되지 않았다. 내년 상반기 출시 역시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 코메디닷컴과 만난 노보 노디스크 사샤 세미엔추크 한국법인 대표는 “위고비의 한국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며 “최대한 신속히 위고비가 국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세미엔추크 대표는 “현재 노보 노디스크 전 제품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예상보다 상당히 높다”며 “이로 인해 제품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공급 및 용량 제한 관련 문제들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회사는 생산 시설을 24시간, 주 7일 연중무휴로 가동하고 있으며, 지난 6개월 동안에만 약 11조 원 규모의 비용을 생산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 그는 “제품 공급에 다소 시일은 걸리겠지만, 현장 안전성과 품질 확보를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순 생산 증대를 위해 품질과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국내 도입의 필요성을 놓고는 회사 차원에서도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미엔추크 대표는 “한국의 비만 환자 수는 1500만 명 수준으로 추산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며 “환자들이 사용하는 제품의 공급망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지고 물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노보 노디스크의 제품을 이용하는 국내 환자 수가 전년 대비 4만 명 증가한 31만 명을 넘겼다”며 “환자 치료의 연속성 보장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깊이 공감하고,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환자 관리가 시급한 당뇨병 치료제는 대한당뇨병학회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국내 공급 상황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세미엔추크 한국법인 대표와 일문일답.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사샤 세미엔추크 대표이사.

Q. 올해 1년 동안 비즈니스 운영에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세미엔추크 대표- 1년 전 노보 노디스크 한국법인에 합류할 당시, 한국이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만성질환으로부터 상당히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한국은 비만 환자가 1500만 명, 당뇨병 환자가 500만 명, 전당뇨 환자가 1500만 명, 심장질환 환자가 180만 명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보 노디스크는 만성질환에 특화된 회사로, 국내 기업 또는 이해 당사자들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여러 협업을 추진함으로써 국내 환자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인공지능(AI) 분야를 리딩하고 있는 카카오헬스케어와의 파트너십을 비롯해 서울시와 진행 중인 당뇨병 협업은 매우 고무적이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울시와는 ‘도시 당뇨병 줄이기(CCD)’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의학적 치료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 환자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당뇨병학회, 대한비만학회 등 유관학회와도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Q. 많은 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노보 노디스크만의 차별화 전략을 꼽는다면.

세미엔추크 대표- 한국에서도 많은 제약사가 비만과 관련해 열띤 연구개발(R&D)과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다. 비만에 대한 연구 데이터 확보 차원은 물론, 환자들에 있어서도 상당히 좋은 흐름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자사 제품인 세마글루타이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데이터를 확보했고, 이를 통해 매우 우수한 결과를 확인했다. 때문에 위고비가 한국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제임을 확신하고 있고, 국내에 선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노보 노디스크가 가진 비만 치료제 시장 내에서의 차별점으로는 환자 중심주의에 기반한 연구개발 역량을 들 수 있다. 회사는 이미 비만 분야에서 20여 년 이상 연구개발을 진행해오며 비만에 대한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더욱이 리라글루타이드,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우수한 물질을 개발해 선보였다. 또한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분야에서도 100여 년 간 연구 개발을 진행하며 여러 치료제들을 개발한 경험이 있어, 회사의 노력과 역량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고 생각한다.

Q. 위고비가 먼저 출시된 해외 사례에 비춰볼 때 국내에서도 약값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상위 계층 비만 환자들에 대한 접근성을 해결할 방안이 있나?

세미엔추크 대표- 전 세계적으로 저소득층에서의 비만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도 비슷한 실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치료제 급여 등재 등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들을 모색하고 있다. 비만과 당뇨병은 환자의 인구 통계학적 특성이 거의 유사한 질환이다. 당뇨병이 만성질환으로 인식돼 꾸준한 치료가 이뤄지는 것처럼, 비만 역시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지자체, 학회 간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노보 노디스크가 서울시와 진행하고 있는 ‘도시 당뇨병 줄이기’ 프로젝트 역시 고소득층 대비 저소득층의 당뇨병 치료 접근성과 예후가 좋지 않다는 심각한 문제를 발견해 협업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당뇨병이나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은 절대 치료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노보 노디스크는 치료제 공급 뿐만 아니라 지자체, 학회와의 협업을 통해 질환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꾸준히 이어져 환자들이 최상의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사회 시스템 구축과 개선에 기여해나가고자 한다.

Q. GLP-1 유사체 시장에서 투약법이 간편한 경구용 약제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다. 노보 노디스크의 개발 상황은 어떤가?

세미엔추크 대표- 노보 노디스크는 이미 비만 치료 영역에서 리라글루타이드 3.0mg과 세마글루타이드 2.4mg을 보유하고 있으며, 환자 및 의료진에 치료제 선택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비만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를 기반으로 당뇨병과 비만 치료 영역에서 높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만, 경구제형에 대한 시장 내에서의 요구 또한 잘 알고 있다. 우선 주사제형의 세마글루타이드 포트폴리오 생산에 집중하고, 이후 제조 역량에 따라 비만 치료제로서의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출시 또한 고려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GLP-1 유사체 시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Q. 카카오헬스케어와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 회사가 그리는 장기적인 디지털 혁신 계획이 있다면.

세미엔추크 대표- 카카오헬스케어와 준비 중인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출시 시점에 대해서는 노보 노디스크가 아닌 카카오헬스케어에서 답변 드리는 것이 보다 적합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가까운 시일 내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노보 노디스크 역시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집중하는 만성질환 분야는 환자의 연령, 성별, 생활습관에 따라 개별화, 차별화된 맞춤형 치료 접근 전략이 중요하다. 특히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는 많은 환자들에게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에 노보 노디스크 역시 ‘말리아’라는 디지털 펜 연결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말리아를 인슐린 펜과 같이 만성질환 환자들이 사용하는 펜 타입 자가 주사제에 연결하면, 앱을 통해 환자가 투약한 약물과 용량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국민들이 이미 일상 속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도입될 경우 진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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