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마시면 기분 좋나요?”…연예인 ‘술방’ 본 16세 고딩이 물었다

술방 규제 나왔지만 강제 아닌 자율...OTT 술방 청소년에게 더 쉽게 노출

유튜브와 OTT, 지상파 TV 방송은 지금 ‘술방’ 춘추시대다. 각 유튜브 캡쳐 [좌측 상단=’조현아의 목요일 밤’ 한 장면 / 좌측 하단=신동엽의 ‘짠한 형’ 한 장면 / 우측= 가수 성시경의 ‘먹을텐데’ 한 장면]
# 수원에 사는 고등학생 1학년 권지선(가명)양은 요즘 유튜브에 올라오는 ‘술방 짤’에 꽂혔다. 술을 마시며 스타들끼리 재미있게 ‘티키타카’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신도 깔깔대고 웃는다. 취기가 살짝 오른 스타들이 예상치 못한 발언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그 반응이 재밌기만 하다. 정 양은 “술을 마시면 다 저렇게 재미있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며 “아직 술을 안마셔 봤지만 그런거 보면 맥주 정도는 마셔보고 싶다”고 말했다.   

유튜브와 OTT, 지상파 TV 방송은 지금 ‘술방’ 춘추시대다. 술을 마시면서 방송하는 술방은 스타 출연진들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태를 띈다. 술을 마시면 취중진담 진솔한 토크가 가능하고, ‘진또배기’ 리액션도 자연스럽게 나와 시청자들에겐 재미를 더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혼술’하는 장면도 흔하다. 

엄연히 음주 방송이다. 이러한 술방엔 연령제한이 없다. 유튜브를 접속해 누구나 볼 수 있고, 넷플릭스·웨이브 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TV 프로그램도 누구나 시청가능하다.

스타들 술마시는 장면…시청자 ‘모방욕구’ 커지게 해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OTT 오리지널 콘텐트 중 음주를 전면에 내세우는 10개 프로그램을 모니터링 해보니 총 249회의 음주 장면이 등장한다. OTT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한 편당 음주 장면이 2.6회 송출된 것이다. OTT는 전 연령대가 이용하는 매체다. 지난해 기준 10대의 OTT 이용률은 90.6%에 달한다.

문제는 음주 방송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여과 없이 노출되고 있고, 연예인들의 음주 장면을 보면 어린이나 청소년의 음주 욕구, 모방 욕구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를 규제할 명확한 대책이 없던 가운데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기존 10개 항목에서 2개를 추가해 12개 항목으로 개정했다.

추가된 항목은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강제 사항이 아닌 유튜버 자율 규제라는 면에서 여전히 한계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 스스로 가이드라인에 맞춰 심의를 조절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술방이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에서 자율적으로 따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알코올 광고만으로도 시청자, 특히 청소년의 음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입증돼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술 광고만 보더라도 청소년 음주 늘어나…술방 콘텐츠는 더 민감한 영향  

알코올 광고만으로도 시청자, 특히 청소년의 음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입증돼왔다. 프로그램과 광고에서 알코올을 묘사하는 것은 알코올 사용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를 높이고, 특정 알코올 브랜드에 대한 갈망을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지속적 또는 조기 사용을 조장한다. 술을 처음 마시는 시기에도 영향을 미치며, 더 마시게 부추길 수 있다는 얘기다.

알코올 및 약물에 관한 연구 저널에 게재된 미국 보스턴 대학교의 연구는 이러한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연구진은 지난 한 달 동안 술을 마신 적이 있다고 답한 1,000명 이상의 미국 13~20세 청소년 표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런 다음 조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비스포츠 텔레비전 프로그램 20개를 시청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에서 광고에 등장한 61개 알코올 브랜드를 얼마나 소비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주류 광고를 전혀 보지 않은 미성년자의 음주량은 한 달에 14잔 정도에 불과한데 비해 주류 광고를 꽤 많이 본 미성년자의 경우 그 수치는 한 달에 33잔으로 증가했다. 알코올 광고에 가장 많이 노출된 미성년자는 한 달에 최대 200잔 이상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청소년이 주류 광고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해당 브랜드를 더 많이 소비한다고 결론냈다.

주류광고가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연예인들이 술을 마시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는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더 민감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평소 선망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이라면 더 그렇다. 술을 마시면서 한껏 재미있는 리액션들이 오고가면,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이끌리고 술에 대한 긍정적 인상마저 주기 쉽다. 술에 대한 이러한 묘사에 자주 노출되면 술을 마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술뿐 아니라 약물에도 해당한다. 연구에 따르면 좋아하는 연예인이 약물 남용을 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은 음주를 시작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는 시청자가 현실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텔레비전을 통해 인식하는 데 따른 것으로, 알코올과 약물, 담배 등의 사용을 자주 노출하면  청소년의 건강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TV 프로그램에서 담배나 알코올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청소년의 해당 제품 사용 위험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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