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 연구팀은 제5차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활용해 20~59세 근로자 2만341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때 △성별과 연령 △교육 수준 △소득 △지역 △결혼 상태 △자녀 유무 △직업 △주당 근무 시간 △교대 근무 여부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에 출퇴근 시간이 60분 이상 소요되는 사람이 30분 미만인 사람에 비해 우울증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1.16배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출퇴근이라는 행위는 그 자체로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빼앗아 감으로써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시간적 여유가 줄면 수면,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육체적 피로를 회복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운동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에 투자할 시간도 줄어 영향을 준다고도 해석했다.
특히 성별에 따른 긴 출퇴근 시간과 우울증 증상과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남성은 △미혼 △무자녀 △장시간 근로를 하는 경우에 두드러졌다. 반면 여성은 △다자녀(2명 이상) △교대근무를 하는 경우에 증상이 더 잘 관찰됐다. 이는 한국에서 주로 여성이 가정의 주 양육자 역할을 맡고 있기에 긴 출퇴근 시간 동안 자녀를 볼 수 없어 그것이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 것이란 분석이다.
이 교수는 “긴 출퇴근 시간이 오히려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도 존재하지만, 한국의 상황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길수록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일과 가정이 균형 있게 양립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 구인·구직 플랫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은 하루 1시간30분여를 출퇴근 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때 인천·경기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의 경우 평균 2시간 33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집계돼 평균보다 약 1시간을 더 출퇴근에 소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참여자 10명 중 8명이 출퇴근 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를 점수로 환산한 결과, 평균 3.4점(5점 만점)으로 조사됐다. 출퇴근 소요 시간별로 살펴보면 왕복 30분 미만인 경우 2.6점, 왕복 1시간30분 이상 시 3.6점, 왕복 2시간30분 이상 시 4.0점으로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교통과 건강 저널(Journal of transport and heath)》에 ‘통근시간과 우울증상 사이 연관성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