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똥(변)’을 장에 이식한 아들…폐경기 증상이 찾아왔다고?

母에게 기증받은 분변 직접 이식 후 갱년기 증상...어머니의 호르몬도 흡수 가능성

어머니의 분변을 ‘셀프’로 이식 받은 후 어머니의 폐경기 증상을 함께 경험했다는 남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상단 사진=사연의 어머니와 아들 ‘더선(The Sun)’ 보도내용 캡처 / 하단= 분변이식 모형도 게티이미지뱅크 편집 ]
어머니의 분변을 ‘셀프’로 이식 받은 후 어머니의 폐경기 증상을 함께 경험했다는 남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최근 영국 매체 ‘더선(The Sun)’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찰리 커티스라는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남성은 어머니에게 기증받은 분변을 집에서 직접 이식한 후 앓고 있던  크론병의 증상이 없어졌지만 다른 증상을 얻었다. 갱년기 여성에게 찾아오는 폐경증상들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찰리는 열여덟 살에 궤양성대장염 진단을 받았다.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을 침범하는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혈액이 들어있는 묽은 변 또는 설사가 하루 수회 나타나는 증상, 심한 복통, 탈수, 빈혈, 열, 식욕감퇴, 체중감소,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이후 그는 자신이 크론병에 걸렸음을 알았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든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약을 복용했음에도 찰리는 하루에 40번까지도 화장실에 들락날락해야 했다. 두 달 만에 체중이 29.5kg나 줄었고, 피도 많이 났으며, 매일을 거의 고통 속에서 살았다. 찰리는 설사, 피로, 복통, 체중 감소, 열과 같은 증상으로 몸이 쇠약해져 결국 대학을 그만 두고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분변이식술, 건강한 분변을 환자의 장으로 옮겨 미생물 균형 복원 

아들의 삶을 되돌려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찰리의 어머니는 호주 시드니에 있는 염증성장질환 치료 전문 소화기질환센터에 문의했고, 그 곳 책임자인 토마스 보로디는 어머니의 분변을 이용한 분변이식을 제안했다.

분변미생물군이식(FMT; faecal microbiota transplant)은 기증자의 건강한 분변을 환자의 장으로 옮겨 장내 미생물군집의 균형을 복원하는 기술이다. 즉, 건강한 개인의 분변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질환이 있는 사람의 장에 이식하는 것이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Clostridium difficile) 감염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주목 받고 있으며. 궤양성대장염과 과민성장증후군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내시경이나 관장기구를 이용해 항문을 통해 삽입하거나, 상부내시경을 사용해 입이나 코를 통해 삽입하거나, 냉동 건조된 캡슐을 경구 투여하는 방법이 있다.

대변 이식 또는 대변 물질 이식 (FMT). 클로스트리듐 박테리아 감염과 같은 지속적인 소화기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대변 미생물이 들어 있는 실험실 튜브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분변미생물군이식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감염에 대해 승인돼있었기 때문에, 찰리와 그의 어머니는 이를 집에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어머니의 분변을 가지고 감염과 질환에 대해 검사한 결과 2008년 12월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고, 찰리는 항문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이식을 시작했다. 처음 한 달 동안은 매일 이식을 했고 차츰 횟수를 줄여나갔다.

이후 한 달에 한 번씩 3년 반에 걸쳐 이식을 하고 난 후 찰리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 듯 느꼈다.그는 2019년 다큐멘터리 ‘Designer $hit(10년 가까이 궤양성대장염을 앓아온 감독이 분변미생물군이식술의 치료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는데, 이 다큐멘터리가 촬영된 시점에서는 증상도 전혀 없었고 약도 복용하지 않았다.

땀을 흘리고 얼굴 붉어지는 등 어머니의 갱년기 증상이 아들에게 찾아와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이식을 하는 동안 찰리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경험한 것이다. 증상은 땀을 많이 흘리고, 얼굴이 붉어지고, 기분 변화가 심해지는 것이었는데 이는 바로 그의 어머니가 당시 가지고 있던 증상과 거의 일치했다. 그의 어머니는 폐경기를 지나는 중이었는데, 찰리도 같은 증상을 보인 것이다.

그의 증상이 어머니의 분변 때문에 나타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소화기질환센터의 보로디는 분변이 이식될 때 “높은 수준의 호르몬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찰리가 어머니의 분변에서 호르몬을 흡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찰리는 분변이식을 선택한 자신의 결정을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소화기관과 새로운 몸을 가진 느낌이라며, 살면서 이렇게 건강한 느낌이 든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2011년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스타(Toronto Star)와의 인터뷰에서 “찰리의 이전 생활은 침대에 누워 있거나 화장실에 묶여 피 묻은 변을 보는 일이었으며, 관절이 너무 부어 거의 걷지도 못했고 화장실 바닥에 누워 고통으로 울곤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로 돌아갔으며 여자친구도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분변미생물군이식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면 그 개념에 다소 놀랄 수 있다. 하지만 분변이식은 염증성장질환을 비롯해 특정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개인이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시도하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검증된 방법으로 시행해야 한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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