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0볼트 감전돼 얼굴 잃은 男…안구 이식 세계최초 성공

2021년 감전사고 남성...뉴욕 랑곤헬스 140명 의료진이 세계 최초 안구 이식에 성공

미국 아칸소 주에 사는 46세의 아론 제임스는 2021년 6월 얼굴이 전선에 닿아 7,200볼트의 감전 사고를 당한 후 왼쪽 눈, 왼쪽 팔, 코, 입술을 잃었다. [사진=영국 더썬(theSun) 보도내용 캡처]
7200 볼트 감전으로 얼굴 절반에 화상을 입고, 한쪽 눈을 잃은  남성이 세계 최초로 안구 전체를 이식,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사연이 전해졌다.

미국 아칸소 주에 사는 아론 제임스(46세)는 2021년 6월  7200볼트가 흐르는 전선에 닿아 감전 사고를 당해 왼쪽 눈, 왼쪽 팔, 코, 입술을 잃었다. 사고 후 2년 만에 안면 재건 및 안구 전체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았다고 미국 통신 로이터, AP, 영국 일간 더썬 등  주요 외신들이 현지시간 9일 잇따라 보도했다.

아론의 안구 이식을 집도한 미국 뉴욕대학교 랑곤헬스(NYU Langone Health)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박사는 가능한 한 많은 시신경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안구 이식수술을 설계, 작년 6월 부분 안면 재건술을 먼저 계획했다. 눈과 얼굴의 피부를 기증할 기증자를 찾아야 했고, 기증자가 확보되면서 지난 5월 27일 외과의사, 간호사 등 140명의 의료진이 합동으로 21시간의 수술이 진행됐다.

안구와 시신경을 포함한 눈 전체 이식, 세계 최초 

의료진은 기증된 시신경을 아론의 시신경과 접합하는 과정에서 신경 복구를 촉진하기 위해 기증자에게서 나온 특수한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시력 회복을 위해서는 눈 앞 쪽의 투명 조직인 각막을 이식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번에 의료진은 안구와 시신경을 포함하는 눈 전체를 이식해 세계 최초 ‘안구 전체 이식’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론의 시신경이 모두 되살아 난 것은 아니지만 눈에 빛을 비추면 망막으로 혈류가 흘러 이미지를 뇌로 보내는 신호가 잡히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특수 세포가 망막에서 충분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시각 생성의 한 단계로 볼 수 있다. 다만 이식받은 안구로 사물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아론은 “모두가 힘든 시기에 저에게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준 기증자와 가족에게 말로 다할 수 없이 고맙다”며 “기증자의 일부가 저와 함께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가족들이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인생을 바꿔준 의료진에게도 감사를 표하며 “심각한 안면 및 안구 손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감전 사고 전 아론의 얼굴 / 가운데 =수술 전 감전사고로 얼굴을 잃은 모습  / 오른쪽=안구 이식 및 안면 재건 수술을 받고 5개월 후 모습 [사진=영국 더썬(theSun) 보도내용 캡처 Credit: AP]
전기공으로 일하면서 7200볼트 전선에 감전 쇼크

사건의 사연은 2년 전으로 올라간다.
육군 제대 후 고압 전기공으로 일해온 아론은 오클라호마주 털사 지역에서 새 전봇대에 전선을 옮기던 중 감전 사고를 당했다. 교체할 전선을 들고 있다가 전류가 흐르는 전선에 얼굴을 부딪혔고, 왼쪽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감전 충격으로 엄지손가락이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더욱이 뇌졸중, 신부전, 잇몸 화상도 발생했고, 입 안에는 치아 7개를 제거했다. 팔도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감전되면 전류로 인해 신체 조직이 가열돼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엄청난 전류가 몸에 전해질 때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이 탈구될 정도로 강한 근육 경련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경우 바로 심정지로 인해 즉사할 위험도 크다.

아론의 안면 재건 수술은 바로 이뤄지지 못했다. 2021년 사고가 난 후에 아론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려 공공장소에서 안대와 마스크를 착용해왔다. 일상은 더 힘들었다. 빨대로만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목에 튜브를 꽂고 숨을 쉬었다.

아론의 사연은 미국 장기 이식 시스템에 등록됐다. 이후  뉴욕대학교 랭곤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후보자가 됐고, 2022년 아론의 수술이 장기적으로 계획됐다. 로드리게스 박사가 아론을 처음 봤을 때 그의 얼굴은 뺨 전체에 화상 흉터가 남았고, 코가 있던 자리에는 그저 평평한 돌기만이, 입이 있던 자리에는 작은 구멍이, 왼쪽 눈이 있던 자리가 휑 뚫려 있었다.

왼쪽 눈 안대, 왼쪽 인공 팔을 착용하고 있는 아론과 그의 수술을 집도한 미국 뉴욕대학교 랑곤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박사 [사진=영국 더썬(theSun) 보도내용 캡처 Credit: Reuters]
드디어 올해 새 얼굴과 눈을 기증받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눈을 기증 받아 망막에 혈류가 흐르고 있지만 시력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음식을 먹을 땐 예전보다 수월해졌다. 입을 벌리고 맛을 보고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염도 기를 수 있게 됐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안구 전체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것”이라며 “기존 의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고 시력 회복을 향한 다음 장의 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세계 최초 안구 전체를 성공적으로 이식 받은 아론 제임스가 눈 검진을 받고 있다. [사진=영국 더썬(theSun) 보도내용 캡처 Credit: AP]
    정은지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1
    댓글 쓰기
    • hik*** 2023-11-11 13:25:23

      의료발전에 감탄 합니다.점점더 발전이되면 인간수명까지도 늘리겠군요.

      답글0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