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상사 비위 맞추는 김 과장…왜 그럴까?

남의 기분 맞추는 '피플 플리저'...나의 욕구 보살피고 스스로에게 친절해져야

항상 남이 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남의 비위를 맞추려는 사람을 ‘피플 플리저(people-pleaser)’라고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모두는 원하는 게 있고, 좋고 싫은 것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항상 겉으로 드러내진 않는다. 가끔은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아주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지만 상대방의 제안을 받아들일 때도 있고, 친구가 바쁠 땐 부탁을 들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행동을 친절, 배려 등으로 부른다. 항상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필요를 우선으로 두는 게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면 어떨까? 그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거절하지 못하고 맞춰주는 거라면? 이런 행동은 장기적으로 나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미 클리블랜드 클리닉 임상 심리학자 아담 볼랜드 박사는 이렇게 남의 비위를 맞추려는 사람, 즉 ‘피플 플리저(people-pleaser)’는 항상 남이 원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자신의 욕구를 제쳐두다 스트레스, 절망감, 억울한 마음이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피플 플리저들이 보이는 행동과 이를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볼랜드 박사가 조언한 내용을 소개한다.

피플 플리저…남 기분 좋게 해주려 애쓰는 사람 

피플 플리저는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애쓰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에 대해 사과하고 비난을 감수한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든 과하게 동의를 표하며 그에 따르려는 모습을 보인다.

볼랜드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필요를 우선에 두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미뤄둔다. 타인의 애정과 인정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기도 하고, 불필요한 책임을 지기도 한다. 문제는 자신의 삶을 타인의 필요에 맞춰갈 때, 특히 서로의 욕구가 다른데도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려 그들이 원하는 것에 이끌려 갈 때 생긴다.

왜 남의 비위를 맞추려 행동할까?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는 행동은 △낮은 자존감 △자기 표현에 어려움 △갈등 회피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 △일반화된 불안 △우울과 같은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어린 시절 ‘착하게’ 행동하고 갈등은 피하는 게 제일이라는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어릴 때 학대를 받았거나, 트라우마가 남았거나, 방치 혹은 유기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예로, 알코올 사용장애(알코올 중독)를 가진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려면 부모가 요구하는 건 뭐든 따라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또는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단 형제와 함께 자란 아이들은 집에서 착한 아이 역할을 하며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어른들의 기분을 맞추며 자랄 가능성이 있다.

혹시 당신도 피플 플리저?

어린 나이부터 착한 역할을 하려는 시도는 (실제 혹은 인지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기제일 수 있다. 처음엔 필요에 의해 시작됐을 수 있지만, 자신을 지키는 데 필요한 수단을 갖지 못한 채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들의 기분을 맞추려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볼랜드 박사가 말하는 피플 플리저의 가장 두드러지는 징후는 다른 사람의 필요를 자신의 필요보다 우선시하면서, 스스로의 행복에 해를 끼치기 시작할 정도로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을 기쁘게 해주려는 행동은 점점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관계를 맺다 보면 어느 순간 이용당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며, 절망감이나 억울한 마음이 들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오기 때문이다.

스스로 인지하고 자신에게 친절해지기 

스스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음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바꾸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춰주는 게 당연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볼랜드 박사는 “피플 플리저가 자기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고 우선시하는 건 완전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동을 바꾸려고 할 때 중요한 건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문제 행동을 받아들이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어렵고, 바뀐 모습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볼랜드 박사는 서서히 바꾸겠다고 마음먹고 적응기간을 가져야 하며, 시도하고 있는 행동의 변화에 서서히 자신감을 갖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혼자가 어렵다면 자기 표현, 자신감, 자기관리와 같은 기술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자기관리를 통해 현재 스스로가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어떻게 느끼는지 헤아리는 법을 배우면 전반적인 행복에 매우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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