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독인 중성지방, 뇌에는 약이다?

중성지방 수치 상위 10% 노인의 치매 발병률 하위 10%의 절반

중성지방은 노화 심장의 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과거 연구에서는 노인의 중성지방과 치매 위험 사이에 유사한 역(逆)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중성지방 수치가 높으면 심장엔 좋지 않지만 뇌에는 좋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8만 명 이상의 노인을 6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중성지방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호주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헬스 데이’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중성지방은 노화 심장의 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과거 연구에서는 노인의 중성지방과 치매 위험 사이에 유사한 역(逆)관계가 있음을 발견했다. 즉, 혈중 지질이 높을수록 치매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 그러나 다른 연구들은 그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호주 모나시대 공중보건대의 젠 저우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그 연관성을 찾기 위해 호주, 미국, 영국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2건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에서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8만6000명이나 되는 이들은 모두 연구 시작 당시 치매, 심장병, 뇌졸중이 없었던 노인이었다.

첫 번째 연구는 1만8000명 이상의 노인을 평균 6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기간 동안 823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중성지방 수치별로 이들 데이터를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중성지방 수치가 150 미만인 성인은 건강한 것으로 간주된다. 150~199는 경계군, 200 이상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분석 결과 중성지방 수치가 최하위 10%에 드는 노인의 치매 위험이 6%로 가장 높았다. 이들의 중성지방 수치는 62미만이었다. 대조적으로 중성지방 수치가 186이상으로 최상위 10%에 드는 노인은 치매 위험이 3%로 그 절반 수준이었다. 중성지방 수치가 62~186인 그 중간그룹의 치매 발병률은 4%~5%로 나타났다.

두 번째 연구는 6만8000명 이상의 영국 노인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역시 참가자의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 위험이 감소하는 것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압, 흡연 및 음주 습관, 체중 등 여러 가지 다른 요인을 반영해 봤지만 중성지방과 치매의 연관성은 그대로 유지됐다. 첫 번째 연구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가장 높은 노인은 중성지방 수치가 가장 낮은 노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6% 낮았다.

연구진은 중성지방 수치가 ‘정상’ 또는 중간 정도인 사람이 중성지방 수치가 낮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고 결론지었다. 저우 연구원은 노인의 경우 낮은 중성지방이 체중 감소, 영양 실조, 건강 상태 또는 허약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성지방 수치가 가장 높은 노인 중에도 심장이나 췌장에 해를 끼칠 수 있고 약물로 치료해야 할 정도로 수치가 심하게 높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주로 중성 지방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약간 높은 노인에게만 적용된다는 것.

중성지방이 치매 위험에 영향을 준다 해도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과거 한 연구에서 특정 중성지방 성분 수치가 낮은 노인은 기억력과 관련된 뇌 영역이 더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했다.

이밖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중성 지방 수치가 무엇인지, 또는 젊은 나이의 수치가 몇 년 후 치매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도 규명되지 못했다. 저우 연구원은 “중성지방이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측정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40대에 측정한 수치는 70대에 측정한 수치와 다르게 치매 위험과 관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중요한 주의 사항을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중성지방이 어떻게 노화된 뇌를 보호한다는 것인지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관련 사설을 쓴 미국 컬럼비아대의 니콜라오스 스카미스 교수(신경과)는 “이 특정 연구는 중성 지방 수치의 변화가 미래의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권장 사항을 도출하고 확실하게 주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이번 연구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과 같은 혈중 “지질”은 식단이나 약물로 쉽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연구를 통해 콜레스테롤이 치매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링크(https://n.neurology.org/content/early/2023/10/25/WNL.0000000000207923)에서 해당 논문을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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