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노린 ‘강남 마약음료’의 정체…얼마나 무섭나?

강남 마약음료 제조 조직원들 중형...불법 필로폰 알코올 카페인 등 섞이면 독성 증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나타난 강남 마약음료 사건.  이 음료에 들어간 필로핀은 정확히 메탐페타민(Methamphetamine)이다. 암페타민과 유사한 중독성이 강한 정신 자극 약물로 물이나 알코올에 쉽게 용해되는 흰색의 무취, 쓴맛이 나는 결정성 분말이다. *이 사진은 실제 사건과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영문 모를 사람들이 나타났다.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음료를 전달 했다. 버젓이 학원 앞에서 음료 시음회를 열고 학생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13명의 학생에게 음료를 권했고, 그 중  9명이 받아 들고 마셨다. 그렇게 떠밀리듯 호기심에 마신 학생들은 이후 이상한 증상을 겪었다. 6명에게서 환각 증세가 일어났다. 이들이 마신 것은 이른바 ‘마약 음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것이었다.

영문 모를 사람들의 배후에 있던 일당은 필로폰 10g을 우유와 섞어 마약 음료 100병을 직접 제조했다. 1병당 0.1g의 필로폰을 넣은 셈. 이후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원가에서 시음회를 열게 했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마신 학생의 학부모에게 ‘자녀를 마약 투약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공갈 협박해 돈을 받아내려는 수작이었다.

기억력 상승, 집중력 강화 등의 기능이 있는 신제품 출시 행사로 속여 벌인 일이 바로 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이다. 필로폰이 함유된 우유를 학생들에게 마시게 한 뒤 학부모에게 전화 협박해 돈을 내놓게 하려던 것이었다. 결과는 미수에 그쳤다.

해당 사건에 가담한 ‘마약 음료’의 제조·공급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2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과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마약 음료 제조·공급자 길모(26)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정 최고형이 사형인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 등 길씨에게 적용된 기소 범죄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 “길씨는 1병당 통상 1회 사용량의 3.3배에 달하는 0.1g을 넣어 음료를 제조했다”며 “신체와 정신이 한창 발달해야 할 피해자들은 의도치 않게 처음으로 마약을 접하게 됐으며, 국민적 공분이 최고조에 달하며 학업에 제대로 집중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이른바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관련해 주의를 요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2023.5.4/뉴스1 © News1
필로폰=메탐페타민…초크, 아이스, 스피드 등으로 불려 

사건의 ‘강남 마약음료’에 들어간 필로핀은 정확히 메탐페타민(Methamphetamine)이다. 암페타민과 유사한 중독성이 강한 정신 자극 약물이다. 결정성 분말로 흰색의 무취, 쓴맛이 나며, 물이나 알코올에 쉽게 용해된다. 만약 이 필로핀을 알코올, 코카인 또는 아편과 함께 사용하면 독성은 더 강해진다.

메스암페타민은 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공급한다. 이로 인해 강력한 행복함을 느끼게 하고, 코카인보다 그 흥분이 오래 지속된다. 일반적으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저렴하고 쉽게 만들 수도 있다. 해외에서 이 약물을 부르는 이름만 수가지다. 대표적으로 초크, 크랭크, 아이스, 크리스탈 메스, 스피드 등으로 불린다.

미국 국립 약물 남용 연구소(NIDA)에 따르면 2019년 미국에서 12세 이상 약 260만 명이 메탐페타민을 사용하며 이들 중 150만 명(약 57.7%)이 오남용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메스암페타민은 신경 독성이 있으며 뇌의 도파민과 세로토닌 뉴런을 손상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메스암페타민은 불법으로 제조되는 경우가 많고, 카페인, 활석 및 기타 독성 물질이 함유돼 있다.

이 약물을 사용하면 신체와 정신이 무방비 상태로 놓이게 되고, 성관계와 폭력적인 행동의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연구에 따르면 감정 및 기억과 관련된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화를 초래하며, 일부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뇌를 망가뜨린다.

20세기 초에 모체 약물인 암페타민(amphetamine)으로부터 메스암페타민이 개발됐다. 당시 제약 회사들은 메탐페타민을 코 충혈 완화제 및 호흡기 자극제로 처음 판매했고, 현재에는 비만, ADHD, 기면증, 등을 치료하는 처방 약물로 쓰이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많은 군대에서 병사들의 주의력을 유지하고 지구력과 기분을 개선하기 위해 메탐페타민을 사용했다고 알려져있다.

도파민 초과해 방출하면서 극도의 쾌락감 느끼게 해

시간이 지나면서 메탐페타민이 위험할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1970년대에 들어 미국 규제 당국이 메탐페타민을 규제 약물 목록인 스케줄 II에 추가했다. 미국에서 메탐페타민은 의사가 매우 제한된 경우에 치료를 위해 처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법이다. 문제는 쾌락 효과를 위해 메스암페타민이 지속적으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탐페타민을 코로 흡입할 경우 3~5분 이내에 격렬한 흥분, 행복감을 느끼고, 경구로 복용하면 15-20분 이내에 효과를 느낄 수 있다고 밝혀졌다. 이러한 작용은 수 시간 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사람의 몸에서 사라지는 데 최대 4일이 걸릴 수 있다.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체온과 혈압이 상승하는 등의 부작용도 크다.

메탐페타민의 쾌락 효과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초과치로 방출할 때 발생한다. 도파민은 동기 부여, 쾌락, 운동 기능에 관여하는 뇌 화학 물질이다. 중독성이 강한 것도 이 도파민 때문이다. 보상과 관련된 뇌 부위를 자극해 지속적으로 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메탐페타민은 많은 비율로 그 성분이 체내에 변하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에 다른 각성제와는 다르다. 더 위험할 뿐 아니라 특히 뇌에 더 오래 남아있다. 과다 복용하면 고체온, 심장마비,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과다 복용으로 인해 장기 부전 및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 의료인이 합법적으로 메탐페타민을 처방할 때는 일반적으로 매일 5mg, 10mg 또는 15mg의 용량을 처방한다. 이외 불법 약물은 규제되지 않기 때문에 각 용량에 얼마나 많은 메탐페타민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관리법의 모태인 습관성의약품관리법(1970년 11월) 시행령 제정 때부터 메탐페타민은 암페타민, 덱스암페타민, 레보암페타민, 하이드록시암페타민 등과 함께 금지약물로 지정돼 의학적으로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는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소유, 사용, 관리, 수출입, 매매도 허용되지 않는다. 무조건 모두 불법이다.

*참고_ 미국 의학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 Methamphetamine: What you should know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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