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도 했다는 CPR, 무조건 해도 되는 걸까?

CPR
쓰러진 사람이 있다고 무조건 CPR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안전한 상황에서 상대가 호흡이 없는 경우 실시하는 게 좋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골목식당 등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얼마 전 한 식당에서 심폐소생술(CPR)로 귀중한 생명을 살렸다는 소식에 많은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백 대표가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했을 때 배운 CPR 기술을 제때, 제대로 활용해 꺼질뻔 했던 한 생명을 구한 것이다.

생명을 구하는 일은 백 대표처럼 유명하고 장교 출신인 사람만 할 수 있는 걸까? 그렇지 않다. CPR을 안다면 누구나 목숨을 잃을 상황에 처한 이를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성이라면 군대 등을 통해 CPR을 배우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관련 안전기관, 지자체 보건소 등에서 누구나 쉽게 CPR을 배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CPR을 할 수 있는 상황과 대상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건강 전문 웹사이트 ‘베리웰 헬스’(Verywell Health)’는 남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무조건 달려들어 CPR을 시도할 것이 아니라 주변 상황, 환자 상태 등을 생각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와 자신의 안전 고려, ‘호흡’ 여부가 중요

일단 주변 사람이 쓰러졌거나 길을 가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면 가까이 다가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인지, 도움을 주는 것이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 뿐 아니라 자신의 안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무리하게 CPR을 시도했을 때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다면 나서지 않는 게 좋다. 화학 물질이 유출됐다거나, 근처에 아직 진화되지 않은 불길이 있다거나 현장에 범죄자 등이 있는 경우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도움이 필요한 상태이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일단 쓰러진 사람의 어깨를 두드리며 큰 소리로 괜찮은지 묻는다. 이 과정에서 상대가 제대로 호흡을 하고 있는 지도 살핀다. 쓰러졌다고 해도 의식이 있고 숨을 쉬고 있다면 CPR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CPR 필요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호흡이다. 숨을 쉬지 않는다면 맥박을 확인하지 않았어도 일단 CPR을 실시하는 게 좋다. 미국심장협회(AHA)에 따르면 일반인의 경우 응급 상황에서 자신의 맥박과 상대의 맥박을 혼동하기 쉽고 환자가 맥박이 있어도 의식이 없고 숨을 쉬지 않으면 심장 박동이 약해지거나 머지않아 멈출 가능성이 크다.

아무 반응이 없고 숨도 쉬지 않는다면 단단하고 평평한 바닥에 얼굴이 위로 향하도록 눕힌 뒤 CPR을 시도한다. 혼자 있다면 CPR 시작 전에 119에 전화를 걸어 가능한 한 빨리 구조대가 도착할 수 있도록 하고 주변에 다른 이들이 있는 경우 특정한 사람을 선택해 눈을 마주 보며 단호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119에 신고하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주변에 누구나 쓸 수 있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있는지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평소 자주 활동하는 지역의 AED 위치를 미리 알아두면 유용할 수 있다. 인터넷에 ‘자동심장충격기 찾기’를 검색하면,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E-Gen(응급의료포털)’에서 AED 위치를 찾을 수 있다. ‘응급의료 정보제공’ 앱을 다운받아 위치를 설정하면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자동심장충격기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CPR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시도한다. 일단 환자의 가슴 중앙을 찾고 한 손의 뒤쪽을 양 젖꼭지를 이은 선의 정 중앙보다 2~3cm 정도 아래에 올려놓는다. 다른 쪽 손을 그 위에 올려 깍지를 낀 다음 팔을 곧게 펴고 어깨가 손 바로 위에 오도록 몸의 위치를 조정한다. 자세가 잡혔다면 1분에 100~120번 정도 압박할 수 있는 속도로 가슴이 5cm 정도 푹 내려가도록 누른다. 다시 누르기 전에 가슴이 다시 올라오는 지도 확인한다. 생각보다 세고 깊게 누르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호흡 어려우면, 가슴압박만으로 충분

보통 심폐소생술을 할 때 30회 흉부 압박 후 10초 이내에 환자에게 인공호흡을 두 번 시도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그런 행위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면 가슴압박만 시도해도 괜찮다. 가슴압박만으로도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심정지 환자의 체내에 산소를 순환시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아기나 어린이의 경우도 CPR을 시도할 수 있으나 방법이 약간 다르므로 사전에 구분해 알아두는 게 좋다. 영아(12개월 미만)의 경우 손가락 두 개를 사용해 성인보다 빠른 속도로 가슴을 압박하고 소아(1세~8세)는 보통은 한 손으로, 체격이 클 경우 두 손을 사용한다.

심정지는 심장이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혈액을 내보내는 펌프 작용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보통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이 막히거나 비정상적인 심장 박동, 불법 약물 사용 혹은 과다 복용, 심장의 구조적 이상, 호흡 곤란이나 호흡 중단, 심각한 전해질 불균형 등이 심정지를 일으킨다. 당연히 심정지 상태의 사람에게는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다.

심장이 멈춰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은 신체 장기와 조직에 산소가 돌지 않는다는 뜻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이 바로 ‘뇌’다. 뇌는 산소 공급이 중단되고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괴사가 시작되므로 심정지 상태가 지속되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심정지가 왔을 때 CPR을 시도하는 것은 심장 대신 혈액을 몸 전체로 이동시켜 산소를 공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김근정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