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서있기도 힘들어”…척추관 협착증, 어떻게?

'2023 항노화바이오헬스산업체험박람회' 특강- 이원철 원장(신경외과, 창원제일종합병원)

나이 들면 절반 이상에게 생긴다는 척추관 협착증. 전형적인 퇴행성 질환의 하나다. 노화로 척추 관절에 염증이 생겨 관절이 두꺼워지면서 척추를 따라 내려오는 척추관의 신경다발을 누르기 시작하는 것. 아픈 게 장난이 아니다.

최근엔 젊은이들에게도 잘 생긴다. 그런 사람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나 된다. 선천적으로 척추관이 좁은 경우다. 척추 분리증이 악화됐거나 디스크 탈출증, 외상 등에 의해서도 생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이유에서건 척추를 따라 신경다발 내려가는 관이 좁아지면 척추관 협착증이라 한다. 허리쪽(요추)에 많이 생기지만, 목쪽(경추)이나 등쪽(흉추)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어디에 탈이 났느냐에 따라 증상도 제각각. 목쪽 척추에 협착이 일어나면 어깨나 목이 아프고, 등쪽에 생기면 배가 아프다고들 한다. 내과에서 여러 검사를 다 해봤는데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케이스. 배쪽으로 연결된 신경이 눌려 있을 때다. 허리쪽에 생기면 허리가 아픈 것은 물론 다리에도 문제가 생긴다.

어디에 생기든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빠진다. ‘디스크 탈출증’과 달리 급성으로 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반듯이 서서 걸을 땐 끔찍하게 아프다가도 쪼그려 앉거나 허리를 굽히면 또 참을 만하다. 약 먹고 운동하고 치료 좀 받으면 한동안 괜찮다.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성형술 등으로 신경 주위에 생긴 염증, 부종을 가라앉히면 호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게 좁아진 척추관을 근본적으로 넓혀주지는 못한다. 자꾸 재발하는 이유다.

방치해 치료 시기 놓치면 대소변 못 가리고, 신체 마비까지도

그럭저럭 지내다 결국 옴짝달싹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이젠 수술 해야 하나” 한다. 타이밍을 놓쳐 대소변 장애나 이미 몸 한쪽에 마비가 온 경우도 꽤 많다.

그래도 가능하면 수술은 피하고 싶다. 창원제일종합병원 이원철 원장(신경외과• 척추관절센터)에게 “꼭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를 물었다.

그는 “3개월 정도 보존적 치료를 해보았는데 호전이 없을 때, 15분 이상 지속적으로 걷기가 힘들거나 30분 정도도 서있지 못할 때, 팔 다리 마비가 왔거나 아파서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라고 했다. 눌려 있는 신경을 반드시 감압해줘야 하는 경우다.

수술을 이젠 피할 수 없다 해도, 수술법은 여러가지 아닌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수술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다.

“예전에는 전신마취를 한 후 절개를 통한 수술, 그리고 나사못을 고정하는 치료를 많이 했죠. 하지만 나이가 많은데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까지 갖고 있다면 내시경치료가 더 유리합니다.”

수술 후 통증, 심폐기능 저하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줄여줄 수 있기 때문. 요즘엔 웬만한 암도 복강경으로 수술하듯, 척추질환도 내시경 수술이 대세다. 썩은 사과 도려내듯, 문제가 있는 부위만 골라 국소적으로 처치할 수 있어서다. 수술 후 회복도 당연히 빠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시경 수술의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목부터 등, 허리까지 모든 척추를 내시경으로 다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협착증은 물론 디스크 수술도 하고 있고, 탈이 난 척추들을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척추 유합술’도 가능하죠.”

대세가 된 내시경 수술…’양방향’에서 이젠 ‘단일공’으로

심장병이나 뇌혈관 질환이 있어 피를 묽게 하는 항혈전제를 매일 먹어야 하는 경우에도 위험을 낮춘다. 고혈압약이나 당뇨약도 마찬가지. 치료 시간이 짧고, 수술 후 피가 고이는 합병증을 줄일 수 있어서다. 수혈도 크게 필요하지 않다.

물론 통증이 아예 없을 순 없다. 팔에 예방주사를 맞아도 며칠은 아프다. 하지만 내시경수술 통증은 절개수술 그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대부분은 수술 다음날 바로 퇴원한다.

내시경수술이 대세가 되면서 내시경 수술도 최근엔 구멍이 2개인 ‘양방향’(two-port) 내시경과 한 개인 ‘단일공’(one-port) 내시경으로 나뉜다. 결과의 차이는 크게 없으나, 환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에 차이가 있다.

“구멍의 개수를 줄여가는 이유는 그만큼 환자에게 덜 침습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회복 속도도 빠르고 근육 손상도 적습니다. 결국 구멍의 개수가 줄어 들기 위해서는 수술자의 술기가 발전해야 하고, 내시경 기구도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암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이 구멍 3개짜리에서 2개짜리로, 다시 1개짜리로 줄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하나의 구멍으로 모든 수술과정을 완성해야 하니, 진단부터 마지막 처치까지 더 정밀하고 더 능수능란해야 한다.

수술이 잘 끝났다 해도 환자는 한동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피가 통하지 않던 척추 신경에 피가 돌면서 한때 느끼지 못했던 통증을 다시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신경도 함께 살아났기 때문. 마치 몸이 호전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명현(瞑眩)현상’과도 비슷하다.

‘2023 항노화바이오헬스산업체험박람회’에서 이원철 원장 특강

이원철 원장은 “예방법이란 게 특별히 따로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항상 바른 자세와 적절한 운동으로 척추 주위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최고”라 했다. 특히 빠르게 걷기, 수영을 추천했다. 무거운 기구를 드는 웨이터 트레이닝은 가급적 피하라 했다.

“나이가 들어 척추관에 염증이 생기면 우리 몸은 덜 아프게 하려는 쪽으로 반응하는 ‘항상성’(恒常性)이 작동합니다. 그래서 관절이 두꺼워지고, 척추뼈가 휘기도 하는데 이는 오히려 척추 자체에 무리가 가게 해 척추 노화를 더 빨리 진행시키게 되죠. 척추관 협착증 증상이 생겼다면, 최대한 조기에 진단하고 또 조기에 치료해주는 것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지름길입니다.”

누구도 피해가기 어려운 척추관 협착증. 이원철 원장은 내달 2일부터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리는 ‘2023 항노화바이오헬스산업체험박람회’(주최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허리와 척추’란 주제로 이를 더 자세히 설명한다. 디스크 탈출증과의 차이, 척추 질환은 왜 생기는지, 예방법은 무엇인지….

한편, 이번 ‘박람회’에선 그의 특강을 비롯, 3~4일 이틀간 부울경 6명 베스트닥터들이 나온다. 평소 궁금했던 질환들에 대해 보고, 듣고, 묻는 특별코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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