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이식 거부반응 줄이는 새로운 해법 나와

이식수술 전 기증자의 특정 면역세포 주입하면 거부반응 줄어

피츠버그대 의대의 면역학 및 외과 교수 인 앵거스 톰슨 교수(면역학 및 외과)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식 수혜자의 면역 체계가 살아있는 기증자의 간 조직을 더 잘 견딜 수 있게 준비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증자로부터 간을 이식 받을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장기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접근방식이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성공적 결과를 얻었다.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미국간재단(ALF)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간 이식이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이루어진다. 그러나 수혜자의 친척이나 친구와 같은 살아있는 기증자가 나설 때도 있다. 간은 재생력이 좋기에 기증자가 자신의 간 일부를 수혜자에게 제공해도 두 사람 모두의 간은 온전한 크기로 자란다.

피츠버그대 의대의 면역학 및 외과 교수 인 앵거스 톰슨 교수(면역학 및 외과)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식 수혜자의 면역 체계가 살아있는 기증자의 간 조직을 더 잘 견딜 수 있게 준비시키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기증자로부터 간 조직을 이식 받은 13명의 환자에게 이를 적용한 결과 이 접근법이 안전하고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식 예정일 몇 주 전에 13명의 기증자의 혈액 샘플을 제공 받아 백혈구의 일종인 단핵구를 분리했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이 단핵구가 면역체계의 핵심 조율자인 조절수지상세포(DCreg)를 형성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이를 이식수술 일주일 전 수혜자에게 주입했다. 그 이후에는 이식 후 표준 면역 억제 약물을 사용하는 등 모든 것이 평소와 같았

수지상세포(DC)는 피부, 비강, 폐, 위, 장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의 하나다. 외부에서 항원이 침투했을 때 이를 킬러세포인 T세포가 항원으로 인식하도록 해준다 하여 항원제시세포로도 불린다. 조절수지상세포(DCreg)는 자가면역반응을 억제시키는 조절T세포를 유도한다. 이론적으로 기증자의 DCreg가 주입되면 기증된 장기를 수혜자의 면역세포가 이물질로 받아들여 공격하는 거부현상이 자제될 수 있다. 문제는 수혜자의 면역 반응 자체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이식 후 13명 수혜자의 거부반응이 확연히 떨어졌으며 1년간 추적 관찰 결과 면역반응 약화현상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13명은 살아있는 기증자로부터 간 조직을 받았지만 DCreg는 주입받지 않은 40명의 비교군과 비슷한 경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환자의 면역 체계 활동을 조사했을 때 유망한 신호도 발견했다. DCreg를 이식받은 환자들은 이식 거부 반응의 위험 증가와 관련된 특정 면역세포가 감소했다. 이는 환자의 면역 억제 약물 복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톰슨 교수는 설명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시간대의 생체 간 이식 프로그램 외과 책임자인 크리스 소넨데이 박사는 “이 혁신적인 연구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해석은 대조군에 비해 DCreg 이식군에서 면역 억제 약물이 덜 필요한 경향을 보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DCreg 주입이 궁극적으로 환자가 면역억제제 복용을 중단할 수 있게 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환자의 면역 억제 필요성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궁극적인 시험이 남아 있다. 톰슨 교수는 만 1년이 지난 뒤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이 새로운 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실시해 면역 억제 약물을 줄이는 것이 안전한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는 향후에 보고될 예정이다. 톰슨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여러 의료 센터가 참여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이 연구에서 주입된 DCreg는 연구 대상 환자의 체내에서 단 며칠 동안만 지속됐다. 그 이전의 실험실 연구에 따르면 그 짧은 체류 기간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톰슨 교수는 설명했다. 기증된 DCreg는 엑소좀(exosomes)이라는 작은 입자를 방출해 세포가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연구진은 이들 엑소좀이 수혜자 자신의 면역 세포가 기증자의 간에 대한 반응을 약화시키도록 “지시한다”고 믿고 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translmed.adf4287)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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