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저렴하고 대량 생산 가능한 말라리아 백신 나왔다

WHO가 승인한 두 번째 말라리아 백신 R21

WHO는 2021년 현재 61만9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라리아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두 번째 말라리아 백신의 사용을 권장한다고 2일 발표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을 받은 두 번째 말라리아 백신인 R21는 최초의 말라리아 백신인 RTS,S(제품명 모스퀴릭스)보다 저렴하고 제조가 쉽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네이처》가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WHO는 2021년 현재 61만9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라리아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두 번째 말라리아 백신의 사용을 권장한다고 2일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R21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해 2021년 WHO의 승인을 받은 RTS,S보다 만들기가 더 쉬우며, 1회 접종 비용도 더 저렴하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의 재키 쿡 교수(말라리아)는 “실제로 아프리카 어린이들 대부분에게 접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R21은 계절성 말라리아가 절정에 달하기 전에 3번 접종한 4800명의 어린이 대상 임상시험에서 WHO의 목표치인 75%의 말라리아 예방 효과를 달성했다. 12개월 후에 1차례 추가 접종만으로 예방 효과가 유지됐다. 부르키나파소, 케냐, 말리, 탄자니아에서 실시된 3상 임상시험의 데이터는 9월 26일 사회과학연구네트워크(SSRN)에 사전 인쇄 논문형식으로 발표됐다.

WHO의 말라리아 백신 실행 프로그램 책임자인 메리 하멜 박사는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보급 중인 백신에 이 백신을 추가하면 매년 수만 명의 어린이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HO의 이번 권고안은 지난주 WHO의 예방접종 전문가 전략자문그룹과 말라리아 정책자문그룹의 논의 결과의 산물이다.

가격은 절반 이하로

이미 부르키나파소, 가나, 나이지리아에서 승인된 R21은 2024년 중반에 1회 접종 당 미화 2~4달러 가격에 출시될 예정이다. WHO가 2021년에 어린이에게 사용하도록 권장한 RTS,S의 가격은 1회 접종당 9.30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절반 이하의 가격이다.

RTS,S는 파일럿테스트가 시작된 2019년부터 가나, 케냐, 말라위의 어린이 170만 명 이상에게 접종됐다. 그러나 공급량이 제한적이라 매년 5세 미만 아프리카 어린이 26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 퇴치 수요를 충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RTS,S를 변형해 개발한 R21는 인도혈청연구소(SII)에서 제조할 예정이다. SII는 연간 1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WHO 예방접종‧백신 및 생물학부의 책임자인 케이트 오브라이언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이는 말라리아 백신에 대한 수요을 충족시킬 수 있는 완전한 공급을 향한 매우 큰 진전“이라고 말했다.

공급은 40배 더 많이

말라리아는 얼룩날개모기(Anopheles)가 옮기는 열대열원충(Plasmodium falciparum)이라는 기생충으로 전염되는 감염병이다. 모기가 사람 피를 빨 때 침과 함께 옮겨간 열대열원충이 심한 고열과 오한을 유발하다가 심하면 목숨까지 빼앗는다.

R21는 RTS,S와 마찬가지로 세 차례 접종 후 12개월 뒤에 1회 추가 접종으로 접종이 완료된다. 두 백신 모두 B형 간염 바이러스 표면 항원과 열대열원충 기생충의 항원으로 구성된 ‘단백질 비계’로 설계된다는 점은 같다.

차이점은 RTS,S는 분자 5개 중 1개에 말라리아 항원이 융합된 반변 R21은 모든 분자에 말라리아 항원이 융합돼 있어 적은 분량으로 면역반응을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옥스퍼드대 연구진의 일원인 애드리안 힐 교수(백신학)는 설명했다. RTS,S는 1회 접종 항원용량이 25㎎인 반면 R21은 5㎎에 불과하다.

두 백신은 전염이 가장 활발한 계절 이전에 접종하면 약 75%의 비슷한 효능을 보인다. WHO의 하멜 박사는 “지금까지의 데이터로는 한 백신이 다른 백신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은 곧 두 백신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갖게 될 것이다. 힐 교수는 제조하기 쉬운 R21 항원과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노바백스에서 제조한 Matrix-M이라는 저렴한 보조제를 사용하여 내년에는 RTS,S보다 40배 더 많은 R21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가지 백신이 있더라도 말라리아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에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있다. 말라리아 전파가 특히 높은 일부 국가에서는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의 보급률이 낮다, LSHTM의 쿡 교수는 “백신을 충분히 많은 어린이에게 접종해 보호 효과를 발휘하도록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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